2월8일, 수
‘먹는 게 그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하루만 굶어도 배가 고파 죽겠다고 야단이다. 어떤 이는 너무 살이 쪄서 다이어트로 바쁘다. 비만은 주로 잘사는 선진국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에티오피아, 베트남, 북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비만을 찾기 힘들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코스플레 하느라 일부러 살을 찌운 게 아닐는지.
한쪽에 비만인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한쪽에 그런 정도로 먹을 게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는 제한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 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30%를 소유하니 하위 30%가 1%로 나눠 가질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빈부격차가 오늘 21세기 한 국가나 전 세계의 문제인 것처럼 먹을거리의 격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높은 칼로리를 필요로 하는 운동선수나 육체노동자가 아니라면 적당하게 먹는 게 좋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사람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뇌 세포가 되고, 혈액이 되고, 오장육부의 모든 세포가 된다. 우리의 정신까지 음식이 지배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음식의 종류를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채식주의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채식을 한다고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생물은 먹는다. 닭이나 돼지를 피한다고 해서 동물을 안 먹는 건 아니다. 더 나가서 채식을 먹는 것 역시 다른 생명을 먹는다는 사실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지구에 던져진 존재라서 그 무엇인가를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식탐이다. 그런 식탐은 단순히 먹을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문명의 탐욕성과 연결된 것이다. 이걸 주제로 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슈퍼처치(초대형교회)도 탐욕 문명이다. 탐욕은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고, 인류 종도 그렇다.
밥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길은, 그리고 삶을 가장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란 영화인가요?
밥을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각해 보니 먹을거리가 많지 않고
궁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인도를 여행할 때 가져온 마지막 라면이
국물 한 방울조차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
우리의 삶 역시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조건 속에서
오히려 가장 풍요로움을 맛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목사님의 묵상 글을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