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18), 황지우 안도현

조회 수 1106 추천 수 0 2017.04.21 17:27:56

19대 대선(-18)

황지우 안도현

 

대개의 사람들은 설교 한 편, 시 한줄, 소설의 한 대목에서 삶의 격정이나 깊이를 종종 경험한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시인 두 사람이 내 기억에 선명하다. 한 사람은 황지우다. 한예종 총장 하다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잘렸다. 그의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 뭔가 삶의 아득함을 경험했다. 글이나 말을 통해서 그의 시를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표제가 된 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를 다시 읽겠다.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 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 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 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이 시만 들고 한 시간 강의를 할 수 있다. 마지막 연을 보라. ‘문제는 이런 아름다운 폐인을 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이것만 가능하다면 그는 아름다운 폐인에게서 구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한 시인은 안도현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올 졸저 목사공부에서 나는 안도현의 책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한겨레출판)에 나오는 몇몇 글을 인용했다. 아래는 그의 책 머리글의 한 토막이다.

 

시에 미혹되어 살아온 지 30년이다. 여전히 시는 알 수 없는 물음표이고, 도저히 알지 못할 허공의 깊이다. 그래서 나는 시를 무엇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으므로 다만 시적인 것을 탐색하는 것으로 소임의 일부를 다하고자 한다. ‘시적인 것의 탐색이야말로 시로 들어가는 가장 이상적인 접근 방식이라 믿는다. 그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모든 시적 담론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 누구라도 시의 성채를 위해 시적인 것을 반죽하거나 구부러뜨릴 수도 있다. 이 책은 내 누추한 시 창작 강의노트 속의 시적인 것을 추려 정리한 것이다.

 

안도현은 연탄재라는 시어로 유명하다. 그 단어가 나오는 시의 제목은 너에게 묻는다이다. 길이는 아주 짧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황지우와 안도현은 문재인을 지지하는 더불어포럼회원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주변 사람들을 보라는 말을 한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 대개는 옳은 말이다. 생존해 있는 한국의 현대 시인들 중에서 내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두 시인이 문재인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고맙게 생각하고, 다행이라고,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향기를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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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4.21 21:38:12

안철수 네거티브 합니당!

1)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전인권 씨가 나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해서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테러 받았는데,

    이거 패권 적패 아닌가요?' 하고 지난 토론회에서 물었다고 한다.  

    좀 우습다. 반장이 선생님에게 '선생님 없을 때 아무개가 떠들었어요.

    혼내 주세요.'하고 이른 거 비슷하다.

    문재인 왈, 내가 한 게 아닌데요. 그렇게 문자 폭탄 날리면 안 되지요, 했단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전인권에게는 여전히 고맙다고 했다.

2) 안철수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 되어 있다 하면서,

   그 말을 못하는 문재인과 자기는 다르다고 했다.

   유승민, 홍준표, 안철수가 한 묶음이다.

3) 햇볕정책을 계승할 거냐는 반복된 질문에 안철수는 끝내 '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공과가 있다고 했다나? 음.

   국민의당 후보이면서 저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내가 보기에 대선이 끝나면 안철수는 국민의당에 더 이상 머물러 있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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