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히 여기소서!

조회 수 1123 추천 수 0 2017.11.15 22: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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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히 여기소서!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멀찍이 보고서 소리를 지른다.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병환자들의 이런 외침은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들은 예수가 누군지 몰랐을 것이다. 불쌍히 여겨달라는 말은 자신들을 구원해달라는 뜻이다. 그들의 구원은 곧 병 치료다. 누군지 모르는 대상에게 그런 걸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미 그곳에 널리 퍼진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한 것일 수는 있다.

나병환자들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떨어진 이들이다. 당시 그들은 인간사회에서 격리되어 있었다. 정기적으로 먹을거리만 배달받으면서 외딴 곳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지냈다. 어쩔 수 없이 마을로 들어와야 할 경우에는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아야 했다. 자기 스스로 피하기도 했지만 나는 부정하다.’는 고함을 쳐서 사람들이 자신을 경계하게 했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부정당한 사람들이다.

고대인들에게 나병은 천형이었다. 문제는 나병과 일반 피부병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었다. 그냥 집에 머물러 있으면 자연 치유될 수 있는 사람도 나병환자들 틈에 끼어서 피부질환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당시에 나병이나 피부병의 완치 여부는 제사장이 결정했다. 본문(17:14)에서 예수가 그들에게 제사장들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마을에서 격리된 나병환자 열 명의 운명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 어디에서도 구원을 기대할 수 없는 실존에 놓여 있었다. 그런 상황으로부터 구원의 빛은 비친다. 예수에게 왔던 이들은 모두 그런 이들이다. 몸의 절망이든지 영혼의 절망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구원의 빛을 경험할 수 없다. 이게 궁극적인 아이러니다. 절망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구원에서 멀어진다. 그렇다면 구원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도 정망적인 상황에 떨어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영혼의 문제다.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의 심정, 예수와 함께 죽고 함께 산다는 세례의 영성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 기댈 대상이 없어서 순전한 마음으로 예수를 향해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영혼의 절규를 쏟을 줄 아는 사람, 그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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