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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하나님을 ‘스스로 존재하는 자’로 본 이유는 당시 이집트 파라오가 ‘스스로 존재하는 자’를 사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이 아니라 고대의 모든 왕들은 스스로를 신으로 여겼다. 백성들은 왕을 신으로 받들면서 나름으로 신적 경험을 했다. 신으로서의 왕은 절대자이기에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늙어서 죽는다는 사실도 용납하기 어려웠다. 파라오들은 죽은 뒤에 미라로 만들어짐으로써 그 신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성경은 하나님처럼 스스로 높아지려는 것을 죄라고 말한다. 죄의 결과는 죽음이다.
고대사회는 한 사람의 왕만 있었으나 21세기는 많은 사람들이 왕처럼 살려고 한다. 세계적인 부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이런 욕망에 사로잡힌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라. 옛날의 왕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한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는 의식이 사람들의 영혼을 채운다. 자기를 우상으로 섬기면서 살아간다. 우상은 생명을 주지 못한다. 잠시 그럴듯해 보여도 결국은 생명을 훼손한다.
모세는 호렙산의 불꽃 현상에서 절대 제국인 이집트와 그 제국의 왕인 파라오가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다. 파라오는 절대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영혼의 심연에서 울려나는 것이었다. 동양에서는 그런 경험을 돈오(頓悟)라고 한다. 이런 큰 깨달음은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꾼다. 파라오에서 여호와로! 노예의 삶에서 해방의 삶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