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과 30년

조회 수 1057 추천 수 0 2017.06.23 21:05:55

623,

3개월과 30

 

요즘 나는 설교 방식을 약간 바꿨다. 설교 원고에서 가능한 눈을 떼고 회중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식이다. 장단점이 있다. 원고가 담고 있는 내용의 밀도를 그대로 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회중들과의 교감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회중과의 교감이 높아지면 원고를 글로 쓸 때 느끼지 못한 어떤 영적 감수성이 살아날 수 있다.

지난 설교에서 그런 경험이 있다. 우리의 모든 삶이 다 하나님의 돌보심이라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경험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말기 암에 걸린 사람도 그걸 경험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게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한부의 삶이 확실해지면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죽음만 기다리게 된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투명한 시간이다. 그렇게 3개월 사는 것과 지금처럼 온갖 근심 걱정을 지고 30년 사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고 질문했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3개월을 선택한다고 답해야 한다. 3개월과 3년의 시간적인 차이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작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투명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만 본다면 대개는 30년을 선택한다. 30년 동안 늘 걱정과 근심을 하는 게 아니라 나름으로 투명하게 살기도 하니까 이왕이면 오래 사는 게 좋다. 나도 30년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이런 질문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3개월의 시한부 삶에도 하나님의 은총이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듯이 임한다는 사실을 붙들자는 것이었다. 그런 시각이 없으면 30년이라는 세월도 늘어진 엿가락과 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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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루터(17)

  • 2017-10-25
  • 조회 수 1072

10월25일, 수 루터(17) 의(義)는 옳다는 뜻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옳다는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다. 구원을 얻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은 삶으로만 보면 안 된다. 도덕과 윤리가 의미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적군을 죽이는 목적으로 조직된 군대에 가는 게 옳은지 가지 않는 게 옳은지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가 옳은지 아닌지를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동성애 문제를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살...

시읽기 026 '어느 상형문자'

  • 2018-11-18
  • 조회 수 1072

이시영 '어느 상형문자' https://youtu.be/H8QLOZuVmdI 꿩은 사라지고 그가 남긴 발자국만이 눈밭에 파르르하다

예수 어록(076) 요 5:8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 2019-03-26
  • 조회 수 1072

예수 어록(076) 요 5:8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낫고자 하느냐는 예수의 질문에 삼십팔 년 된 병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이 사람은 스스로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병이 깊었다. 보호자도 없다. 집에 보호자가 있다 한들 여기 나와서 온천물 끓어오르는 순간을 무작정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사람은 차라리 집에 돌아가 골방에 박혀 있든지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서 구걸하는 게 좋았다. 그의 운명은 절망...

주간일지 9월19일, 창조절 3주

  • 2021-09-20
  • 조회 수 1071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1년 9월19일, 창조절 3주 1) 헤도네- 이번 설교 본문의 한 구절인 약 4:1절에 ‘정욕’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정욕에서 싸움과 다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정확한 진단입니다. 정욕이라는 단어는 헬라어 ἡδονή(헤도네)의 번역입니다. ‘헤도네’는 lust(욕정), pleasure(즐거움), passion(격정)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말 ‘정욕’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만 헤도네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생존 본능에 속하는 속성입니다. 이게 없으면 삶의 의욕도 사라집니다. 강...

목사 구원(90)

  • 2018-05-05
  • 조회 수 1071

(90) 살짝 옆으로 나가는 이야기다. 지구의 낮은 밝지만 밤이 어두운 이유를 우리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별빛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감 하기는 어렵다. 지금 이 순간도 밤하늘의 별빛을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는가. 다만 그 빛의 밝기가 미미하기에 지구가 어두울 뿐이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별 사이의 거리가 자그마치 2광년이니 그럴 만도하다. 빅뱅 순간에 만들어진 흑암물질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

주간일지, 4월29일 [2]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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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8년 4월29일, 부활절 다섯째 주일 1) 오늘(4월29일)은 4월의 마지막 주일이자, 금년 들어서 처음으로 맞는 다섯 번째 주일이었습니다. 교우들의 느낌이 서로 달랐을 겁니다. 한 달에 한 번 더 예배를 드리니까 잘됐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너무 자주 돌아온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봉사 위원들은 오랜만에 찾아오는 순서라서 자칫 놓칠 수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 모두들 자신들의 몫을 잘 감당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설거지 당번을 맡은 분도 있었습니다. 요즘 예배부장 장 집사는 ...

주간일지, 10월29일 file [4]

  • 2017-10-30
  • 조회 수 1070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10월29일, 창조절 아홉 번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 1) 오늘(10월29일)은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로 인해서 예배 분위기가 축제와 같았습니다. 토요일부터 1박을 하신 분들도 있고, 주일에만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번쯤은 이렇게 축제 분위기를 곁들인 예배를 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다시 올 수는 없고, 그렇다고 600주년을 약속할 수도 없으니 대구샘터교회 설립 주일인 6월 첫째 주일이 괜찮아 보입니다. 내년이 15주년이 되는 해이군요. 2) 대구성서아카데미...

주간일지 11월3일

  • 2019-11-03
  • 조회 수 1069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19년 11월3일, 창조절 10주 1) 천사 찾기- 매월 첫 주일에는 어린이와 통합예배를 드리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교합니다. 설교 내용 중에 천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잃어버린 자”를 구원하러 오셨다는 예수 말씀을 어린이에게 맞도록 전하려다 보니 그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을 해놓고 보니 정말 멋진 설명이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 자신에게 큰 깨달음이 되는 설명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설교를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 같군요.) 앞으로 저는 천사를 좀더 열심히 찾으면서 살려고 합니다. 다...

예수 어록(094) 요 5:34 나는 사람에게서 증언을 취하지 아니하노라

  • 2019-04-19
  • 조회 수 1069

예수 어록(094) 요 5:34 그러나 나는 사람에게서 증언을 취하지 아니하노라 다만 이 말을 하는 것은 너희로 구원을 받게 하려 함이니라. ‘사람에게서 증언’은 예수에 대한 요한의 증언을 가리킨다. 그 내용은 요 1:19-34절에 나온다. 이 대목은 두 단락으로 나뉜다. 19-28절은 유대인들의 질문에 대한 요한의 대답이고, 29-34절은 예수가 요한에게 세례 받은 이야기다. 두 단락 모두 요한이 예수를 증언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단락만 보자. 요한에게 세례 받기 위해서 오는 예수를 보고 요한이 한 말은 유명하다. 예수를 주...

하늘

  • 2017-01-27
  • 조회 수 1069

1월27일, 금 하늘 지난 설교에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씀을 설명하면서 우주에 관해서 짧게 설명했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에 속해 있다. 그게 태양계다. 태양은 기특하게도 여러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 별들이 우주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대개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 혼자다. 그런 곳에는 생명이 가능하지 않다.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별을 우주 물리학자들이 찾고 있다. 우주에 별 숫자가 천문학적으로 많기 때문에 행성을 거느린 별도 제법 많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앞으로 지구에 더 이상 생명...

누가복음 톺아읽기 225

  • 2021-09-11
  • 조회 수 1068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25, 눅 10:21~24, 예수의 기도(2) https://youtu.be/qPGGv0-Wbcw

목사 구원(165) [2]

  • 2018-08-18
  • 조회 수 1067

(165)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말은 안식일을 그 이외의 날로부터 구별한다는 뜻이다. 다른 날에는 생존하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지만 안식일에는 노동으로부터 쉼을 얻는다. 기독교의 주일도 기본적으로는 안식일과 개념이 같다. 안식, 즉 쉼이 핵심이다. 주일예배의 중심에는 영혼의 안식이 자리한다. 예배에 참여함으로써 하나님의 종말론적인 안식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앞당겨서 경험하는 것이다. 그 경험이 분명해지면 일상이 빛나는 보석처럼 다가올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쉬운 경험이 아니지만, 일단 방향은 옳다. 그리고 그...

주간일지, 6월3일 file [4]

  • 2018-06-04
  • 조회 수 1067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8년 6월3일, 성령강림 후 둘째 주일(교회설립 15주년 기념주일) 1) 대구샘터교회가 시작된 지 15주년이 되었습니다. 첫 예배를 드린 2003년 6월1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앞으로의 15년 역시 한 순간처럼 지나가겠지요. 지난 15년 동안 여러분들이 대구샘터교회를 찾아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잠시 머물다가, 또는 좀더 긴 기간을 머물다가 떠나기도 하고, 더 많은 분들이 정착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속도는 아주 느리나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주간일지, 1월7일 file [2]

  • 2018-01-08
  • 조회 수 1067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8년 1월7일, 주현절 후 첫째 주일 1) 드디어 2018년이 왔습니다. 십년 전에도 2008년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좀더 올라가면 20년 전, 30년 전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나 다 지나고 지금은 2018년입니다. 앞으로 20년과 30년이 지날 것입니다. 2038년이 오고, 2048년이 옵니다. 지구가 끝장이 나지 않는 한 이런 시간은 도둑처럼 들이닥칠 것입니다.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2018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저는 인생이 허무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시간의 신비를 실질적으로 느껴야만 하나님을 ...

루터(6) [1]

  • 2017-10-10
  • 조회 수 1067

10월10일, 화 루터(6) 앞에서 한국교회의 성서문자주의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는 패러다임 전환은 자신의 존재 근거가 바뀌는 것이기에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죽어서 천당 가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그가 생각하는 차원의 천당은 없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가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지금의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교회에 계속 나올 수 있을까? 성서문자주의라는 달콤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면 그들은 곧 죽는 거로 안다. 스스로 뭔가...

예수 어록(294) 요 13: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 2020-03-31
  • 조회 수 1066

예수 어록(294) 요 13: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소위 ‘사랑 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고전 13장에서 1-3절이 인상적이다. 루터 성경을 번역해서 여기 싣는다. 내가 사람의 말을 잘하고 천사의 노래를 멋지게 부른다고 해도 사랑이 없다면 나는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일 것입니다. 또 내가 예언을 말할 줄 알고 모든 비밀과 지식이 뛰어나며 산을 옮길만한 큰 믿음이 있어도 사랑이 없다면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내 소유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내 ...

누가복음 톺아읽기 282

  • 2021-12-01
  • 조회 수 1065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82, 눅 16:1~13 불의한 청지기 비유(2) https://youtu.be/yl2C28uOkrk

'본다고 하니...'

  • 2017-03-29
  • 조회 수 1065

3월29일, 수 ‘본다고 하니...’ 시각장애인을 고친 예수를 바리새인들을 불편하게 여겼다. 예수가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치료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예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옳고 그름을 ‘본다’고 하니 오히려 죄가 있다.” 여기서 본다는 말은 안다는 뜻이고, 죄가 있다는 말은 못 본다는 말이다. 사람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제한적이다.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식하는 것은 주어진 범주 안의 것이다. 일단 시각과 청각을 보라. 너무 먼 것은 못 보고, 너무 작은 것도 못 본다. 코끼리 털 한 자락에 ...

  • 2016-02-18
  • 조회 수 1065

2월18일 斷 설교 제목은 ‘하나님 여호와를 경배하라.’였다. 가능하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예배에 참석하는 게 좋다고도 말했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상의 과잉이라는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과잉은 하이데거 용어로 바꾸면 일상에로의 퇴락이다. 이게 우리를 정신적으로 병들게 한다. 그래서 출가 구도자들은 끊어냄(斷)에 집중하려고 한다. 죽음은 바로 모든 것으로부터의 단이 아닌가. 하나님을 경배한다는 것은 하나님 이외의 것들과 단절한다는 의미이다. ...

바람과 영 [2]

  • 2017-06-06
  • 조회 수 1065

6월6일, 화 바람과 영 지난 설교의 본문인 행 2:1-13절은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다. 성령강림절을 맞아서 이 본문으로 설교한 목사가 한국에서만도 수천 명은 될 것이다. 세계 교회 전체로 본다면 수백만 명이 될지도 모른다. 성령을 받아야 한다거나, 성령을 받기 위해서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심지어는 방언 은사를 받아야 한다는 설교가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나는 성령 임재 경험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해명하는 방식으로 설교했다. 완전한 해명은 불가능하지만 내 수준에서 해명했다. 그 해명의 하나가 바람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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