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88)- 맨발 걷기

조회 수 6735 추천 수 0 2020.10.15 21:25:18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포근했습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기온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오후에 마당에 나가서 아주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어슬렁거렸습니다. 지나가는 누군가 봤으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성을 기울여 주보 초고를 완성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잔디를 비추는 햇살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맨발로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맨발4.JPG  사람이 신발을 신기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다큐로 찍힐 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들이 맨발로 정글을 누빈다는 사실입니다. 햇살이 비추는 부분과 집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의 온도에 큰 차이가 났습니다. 그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열대지방과 한대지방처럼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아래 그림으로 일단 보세요.

맨발2.JPG

잔디를 밟는 느낌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잘 모릅니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나 황톳길을 걸을 때와 다릅니다. 각각의 느낌이 다 좋겠지요. 햇살만 있으면 한겨울만 아니라면 마당 잔디는 따뜻할 거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그때도 맨발로 걸을 수 있겠지요. 약간 차가워도 걷는 데는 크게 지장이 있는 게 아니니, 종종 맨발로 걷게 될 겁니다. 지난 20191년 동안 통풍으로 고생했던 발이 오늘 호사를 누리는군요.

맨발3.JPG

, 지금도 여전히 테니스를 격하게 한 날은 발이 힘들어합니다. 언젠가는 제힘으로 걷지 못할 순간이 올 텐데, 그때까지는 황홀한 느낌으로 걷기와 뛰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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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20.10.16 08:33:43

원당 뜨락에도 가을이 깊게 내려 앉고 있네요...

그 깊이 만큼 목사님 발의 일상도 깊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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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0.10.16 19:57:29

'뜨락'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듭니다.

저 단어가 제 입에 붙었으면 합니다.

하늘연어 님에게도 2020년 가을의 정취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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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20.10.16 20:18:37

아, 정말 그렇네요...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뛸 수 있다는 것.

모두 황홀한 일입니다.

종일 수없이 종종 걸음을 옮기면서도 잊고 있었는데

상기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원당일기가 시골이라선지

더 가깝고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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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0.10.17 18:54:57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런 경구를 삶의 중심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저도 나이가 더 들어서 아무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이 없어도 걸을 수만 있다면,

걸어서 성서순례 하듯이 만족하게 살아가겠지요.

걷지도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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