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시몬의 장모

조회 수 5025 추천 수 32 2006.06.12 23:40:45
2006년 6월12일 시몬의 장모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는지라. 사람들이 곧 그 여자에 대하여 여수께 여짜온대 (막 1:30)

시몬의 장모가 열병에 누웠다는 보도만 염두에 둔다면 예수님 일행이 시몬 형제의 집을 방문한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이 여자는 왜 딸의 시댁에 온 것일까요? 사돈댁에서 산다는 건 아주 불편한 일인 텐데 말입니다. 이 여자의 운명이 좀 기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돈댁에서 살게 된 것인지 아니면 병이 들어 일시적으로 잠시 들른 건지 우리는 지금 정확한 걸 모릅니다. 어쩌면 예수님이 사람들을 잘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위를 통해서 도움을 받기 위해 사돈집으로 찾아온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해볼까요? 이 여자에게는 딸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 딸을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어부 시몬에게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사위가 결혼한 지 얼만 지나지 않아서 웬 낯선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자기 딸이 청상과부 신세로 변한 겁니다. 속에서 열이 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 여자는 딸을 찾으러 사돈댁을 방문했습니다. 괘씸한 마음으로 딸을 자기 집으로 다시 데리고 가겠다고 사돈에게 말했지만, 사돈은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이 여자는 화가 치밀어서 쓰러졌습니다. 이건 순전히 상상이니까 정말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다만 우리는 열병으로 쓰러졌다는 이 여인에게도 지구의 무게만한 삶이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열병에 쓰러져서 사돈집에 누워있는 이 여자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십시오. 그 순간에 딸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여자의 사정을 딸이 아니라, 또한 그 사돈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알렸다는 걸 보면 그 상황이 그렇게 일반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큰 병에 걸린 여자가 가장 불편한 장소에, 외롭게 누워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만, 제가 사춘기 때 일년 쯤 사돈집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형님을 따라다니다가 형님이 처갓집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돈 분들과 잘 지내기는 했지만 마음이 늘 불편했습니다. 다행히 그 당시에 저는 열병에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아, 연탄가스를 맡고 혼수상태 직전까지 간적은 있었네요. 모두 옛날일입니다.
지금도 위생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말라리아 같이 고열과 설사를 동반하는 열병이 자주 일어나는 걸 감안한다면 2천 년 전 갈릴리 동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건 아주 당연합니다.
오늘날에도 열병은 많습니다. 실제로 육체적인 열병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열병도 많습니다. 36.5도를 유지해야 할 몸이 40도를 넘게 되면 이제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것처럼, 현대인들도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무엇이 헛소리인지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예컨대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삶의 태도는, 즉 존재보다 소비가 우월한 오늘의 삶은 분명히 열병 증상입니다.
그런데 열병에 걸린 사람은 자기가 내지르는 헛소리를 잘 모른다는군요. 먼 훗날 열병이 치료된 다음,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열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심한 헛소리를 내질렀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그런 증상이 밝혀질 날이 속히 와야 하겠지요.
어떤 점에서 오늘 교회에 주어진 사명은 이 세상의 열병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영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영성은 다른 데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생명의 본질에 천착할 때 우리는 깨어있는 영성으로 이 세상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주님, 우리는 헛소리치는 열병 걸린 사람들이 아닌가요?

[레벨:18]은나라

2016.07.28 23:27:20

먹을것에 넘 집착하는 저를 보면.. 저도 열병, 걸린거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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