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병 아이의 치료 사건은 그 앞에 있는 변화산 사건과 직결된다. 간질병 아이 사건은 변화산 사건을 부연해서 설명한 거나 다를 게 없다.

   예수님이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을 때 용모가 변화되었다고 한다. 옷이 흰색으로 광채를 냈다. 이런 변화는 시내산에 올랐던 모세의 경우와 비슷하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내려올 때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났다(출 34:29). 복음서 기자는 모세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이 변화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면서 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것이 교회에 전승으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하고 따져 묻는 것은 옳은 성서읽기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시인을 향해서 당신의 시가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실증적인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제자들을 비롯해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에게서 아주 특별한 것을 경험했다. 그것은 예수의 부활이다. 그들은 그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들도 부활 경험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구약성서에 근거해서 자신들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해석 중의 하나가 모세의 광채였다. 그것이 예수에게서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복음서 기자는 바로 그 예수가 간질병의 원인인 귀신을 축출하셨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옳은 것을 보았고, 바르게 해석했고, 용감하게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