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28- 어깨 가방

조회 수 530 추천 수 0 2022.04.07 08:34:47

() 028- 어깨 가방

028.JPG  

약간 촌스럽게 생긴 저 천 가방도 언제부터 내 손에 들어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2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하다.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도 모든 주변 사물과 일과 사람에 얽힌 사연이 희미해진다. 결국은 죽음 앞에서 모든 지난 일들은 안개 속을 걸었듯이 느낌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는지. 주간지 <한겨레 21>을 정기 구독하고 받은 선물로만 기억한다. 일종의 판촉물인 셈이다. 놀러 갈 때만 잠깐씩 어깨에 멘다. 6년 전에는 독일 여행에, 얼마 전에는 단양 바람 쐬기에 동행했. 안경, 휴지, 손수건, 볼펜, 작은 카메라 등등이 들어간다. 어깨에 메니까 두 손이 자유롭다. 앞으로도 오래 사용하지 싶다. 보통 때는 용수철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식으로 벽에 고정해서 사용하는 벽 옷걸이에 걸려있다. 내가 가까이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평이 일절 없다. 없는 듯이 존재하다가, 꼭 필요할 때 나타나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저 친구에게서 삶의 지혜를 한 수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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