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5일- 섬김의 본질

조회 수 1900 추천 수 16 2006.06.16 00:17:14
2006년 6월15일 섬김의 본질

나아가사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여자가 그들에게 수종드니라. (막 1:31)

열병이 치료된 시몬의 장모는 예수님 일행에게 수종을 들었다고 합니다. 수종을 들었다는 건 밥과 음료를 대접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시중들었다는 말이겠지요. 열병에서 치료되자마자 곧 그렇게 활동할 수 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은 예수님의 능력으로 열병이 치료되었다는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이지 그 치료가 즉시 이루어졌는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것인지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본문에서 세 가지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을 잡았고, 열병이 떠나고, 시중들었다는 게 그것입니다. 열병이 떠나 제정신을 차린 증거가 바로 시중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시중들기보다는 시중 받는 걸 좋아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이유도 맛이나 분위기가 괜찮다는 것만이 아니라 종업원들에게 서빙을 받는다는 데에 있으며, 가부장제가 빨리 고쳐지지 않는 이유도 역시 한 가정에서 남편이자 아버지들이 시중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시중 받고 싶다는 심리를 뭐라 할 건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만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시중 받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쟁하겠지요. 이와 달리 시중드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의 모습이 달라질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가정, 직장, 교회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공동체는 비록 물적인 토대가 풍부하지 못해도 영성이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시중들면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마 아이들을 키워본 어머니들은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대개의 어머니들에게 기쁨입니다. 물론 그것도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전업주부인지 직장인인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부모와 자식이라는 그 관계에서만 본다면 그건 당연합니다. 그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부모가 자식을 자신과 동일하게 여긴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섬기는 삶도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형제와 자매로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형제와 자매라는 사실이 실제 삶에서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적인 정보일 뿐이지 실제 삶의 능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실제의 삶에서 능력으로 나타나려면 이에 상응하는 영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신앙적 가르침과 자기의 삶이 일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노력은, 그것이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주는 희생이라 하더라도 단지 교양이나 율법에 불과합니다.
약간 다른 시각에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 곧 섬김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사꾼은 양심껏 농작물을 키우고, 선생은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간호사는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노동자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오늘의 다원화한 세상에서 새로운 차원의 섬김입니다. 그렇다면 교회가 세상을 시중드는 본질도 역시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데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가 복지활동에 너무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가르치고, 그리스도의 성만찬을 바르게 집행하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우선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섬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 세상의 많은 집단 중에서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주님, 우리는 열병이 치료된 사람들로 살아가기 원합니다. 교회가 이 세상을 섬길 수 있는 참된 지혜를 허락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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