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72)- 바르트의 신학묵상(4) [2]
12월26일 너희는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적이다. (눅 2:12). 목자들이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보았다는 사실은 성서의 신학적 의미에서 볼 때 이 아기가 구주라는, 즉 그리스도 주님이라는 <표적>이었습니다.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과 땅에 있는 사람 사이에 평화가 구축되며, 따라서 사람들에게 실제적이고 결정적인 도움과 가르침과 희망이 주어졌다는 표적 말입니다. 포대기와 구유는 바로 이런 사실에 대한 <표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원당일기(371)- 바르트 신학묵상(3) [2]
12월25일 <구유>. 구주가 여관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곳에서도 태어날 수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혀 다른 곳은 곧 구유입니다. 구유는 바로 마구간이나 옥외 건초창고에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장소가 분명히 아닙니다. 그런 아름다운 곳은 분위기가 좋고 편안하고 쾌적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인간적 품위에 어울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찾습니다. 그러나 구유는 그런 곳이 결코 “아닙니다.” 구유보다 쪽방은 오히려 호화로운 편이라고 할 있을 정도입...
원당일기(370)- 바르트 신학묵상(2) [8]
원당 야트마한 언덕에 자리한 우리집 내 서재 지금 온도는 17도다. 바깥은 4도다. 이런 정도면 내낼만하다. 장갑을 끼고 자판을 두드린다. 바르트의 글을 다시 읽다보니 예수 탄생의 그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영혼의 평화와 각성, 용기와 기쁨이 밀려온다. 몇 단락을 여기 초벌 번역으로 올린다. 다비안들에게도 같은 성탄의 기쁨이 경험되기를 바라면서... 성탄절의 기적 12월24일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눅 2:11). <너희에게> 오늘 구주가 ...
원당일기(369)- 바르트 묵상(1) [2]
요즘 온세상이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 비상계엄으로 촉발한 국내 문제는 유치 찬란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방장관이었던 자와 참모총장이었던 자가 구속되어 조사를 받는 중이다. 그외에도 장성들 여럿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 고위 급 인사들을 향한 원성이 자자하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두고 한바탕 법리 논쟁을 벌일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었다.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은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들을 지지하는 광팬 신자들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
원당일기(368)- 눈 [2]
지금 동짓날 12월21일 토요일 오전 8시15분 원당에도 함박눈이 쏟아진다. 정말 오랜만이다. 부엌에서 혼자 호젓하게 시집을 읽으면서 빵과 커피와 우유와 사과를 먹을 때만 해도 가늘게 오락가락하던 눈이 이제는 폭설로 변할 기세다. 이러다가는 내일 교회에 가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아찔할 정도로 행복하다. '눈이 내린다'는 노래를 다시 들어야겠다. http://dabia.net/xe/music/1064617
원당일기(367)- metaphorical grace [1]
김길연 집사의 그림 전시회 <그림일기 6- metaphorical grace>가12월15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다샘교회당에서 조촐하게 열리는 중이다. 전시회 리플릿에 실린 그림 중에서 하나를 여기 올린다. 김 집사가 사는 보현산에는 천문대가 있다. 별 관찰에 좋은 환경이다. 매일밤 그는 별을 본다. 투병 중에도 보고 지금 건강할 때도 보고, 슬프거나 외로울 때도 보고, 즐거울 때도 본다. 저 그림을 자세히 보면 몇 개의 별 이름이 적힌 게 보인다. 금성이 지붕에서 1시방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 주일 예배와 식사 후에 잠시 그...
원당일기(366)- 노무현부터 윤석열까지 [3]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차례대로 2천년대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노무현 박근혜 윤석열은 탄핵을 당했다. 노무현은 탄핵이 기각되어 대통령 임기를 마칠 수 있었으나 비극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등졌다. 박근혜는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임기를 못 마쳤고 각종 문제로 감옥생활을 하다가 사면을 받았다. 윤석열은 지금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후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명박은 임기를 마치기는 했으나 각종 불법과 비리로 감옥생활을 하다가 사면을 받았다. 다섯 명 대통령 중에...
원당일기(365)- 바람역 [2]
계간지 <창작과 비평> 정기구독을 3년 연장했더니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책 선물도 한 보따리 받았다. '지난 번처럼 이번에서 신간 시집을 보내드릴까요?'라고 묻기에 '예'라고 대답했다. 이중에서 천양희 시인의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에 나오는 '바람역'이라는 시를 읽었다. 아래와 같다. 기차 지나간다 바람처럼 바람 지나간다 기차처럼 덜컹거리며 지나간 것이 바람뿐일까 기차뿐일까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 늦은 하루가 지나가고 왜? 왜? 왜? 하면서 물음표 같은 ...
원당일기(364)- 사사기 9:8-15 [2]
1980년 광주의 비상계엄 사태를 배경으로 하는 <소년이 온다>의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식에 참석한 12월10일 즈음에 한류의 나라 대한민국이 45년만의 비상계엄 선포 건으로 격랑에 휩싸인 이 사태는 비극인가, 희극인가! 오늘은 삿 9:8-15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원당일기(363)- 에스프레소
오늘 오후 영천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변두리 한 카페에 들어갔다. 이름도 낯선 카페였다. 한 시간 정도 거기서 기다려야만 했다. 에스프레소 한잔 시켰다. 카드 결재하려고 얼마냐고 묻자 1천5백원이라는 대답을 듣고 놀라서 벽면에 붙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맞았다. 아메리카노 1,500원이다. 아메리카노에 물만 넣지 않으면 에스프레소가 되니 값이 같은가 보다. 에스프레소 한잔만 시키기 뭣해서 쿠키 하나를 주문했다. 도합 2,500원이다. 아주 천천히 한편으로는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느끼면서 다...
원당일기(362)- 대림절 2주
어제 12월 8일은 세계 교회가 지키는 대림절 둘째 주일이었다. 2천년전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오신 예수를 기억하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마지막 때 다시 오실 예수를 기다리며, 지금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하는 예수와 동행하는 절기다. 지금 대림절만이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가 사실은 이런 방식으로 채워져야 한다. 역사에서 발생한 구원을 기억하고, 역사 너머에서 다가올 구원을 기다리며, 역사 안에 현재하는 구원을 누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어제를 기억하고 내일을 내다보면서 오늘에 충실하는 삶...
원당일기(361)- 부동전 교체 [4]
겨울철 준비 중의 하나가 야외 수도관 동파 방지 조치다. 땅위로 올라온 부분을 스폰치와 방수포 등등으로 감싸주면 된다. 지난 10년 이상 매년 그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서울에 올라갔다가 헛수고를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동전 장치가 되어 있으니까 따로 보온조치를 하지 않아도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왜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지, 이런 걸 두고 헛똑똑이라고 한다. 오늘 오후에 우리 야외 수도관이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무리 부동전 꼭지를 잠가도 잠가지지 ...
원당일기(360)- 마을회관 [5]
우리 원당의 숙원 사업이었던 신축 마을회관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했으니까 거의 일년반이나 걸렸다. 영천시에서 건축비를 대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는 않으면서 시골 마을에 잘 어울리는 단아한 건물이다. 오른쪽 길 옆이 개울이다. 이 길을 따라서 100미터쯤 가면 버스 회차하는 마을 광장이 나온다. 거기서 왼편으로 꺾어올라가면 우리집이다. '마을회관' 건물인줄 알았는데, 간판을 보니 '원당리 경로당'이다. 젊은 사람은 제외된다는 뜻인가. 이름이야 어쨌든지 마을 ...
원당일기(359)- 텃밭 늘리기 [4]
오늘 오전에는 테니스장에 다녀왔다. 비, 눈, 진눈깨비, 우박이 바람을 타고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으나 구장에서 이리저리 뛰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2승1패! 오후에는 텃밭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작년부터 늘리고 싶었으나 아내의 허락을 얻지 못해서 미루다가 무와 배추 작황을 본 아내의 허락이 이제 떨어졌다. 땅이 젖어 있어서 일하기는 좋았다. 첫 단계는 끈으로 작업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아래 사진에서 붉은 끈이 그것이다. 오늘은 일단 블럭 펜스 작업만 했다. 끈을 따라서 세멘 블럭이 들어갈 자리를 삽으로 ...
원당일기(358)- 겨울비 [2]
어제 깊은 밤, 또는 오늘 새벽부터 시작한 겨울비가 대략 오전 9시까지 내렸다. 이럴 때는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서야 하는데, 오늘은 기회를 못 잡았다. 대신 집 마당을 한바퀴 돌면서 겨울비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는 뒤꼍 처마 끝에서 내리는 가느다란 물줄기다. 가는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상태로 떨어지는 모습이 귀엽지 않은가. 물을 보고 만지고 느낄 때마다 신비감을 감출 길 없다. 형태가 주변 환경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변한다. 온도에 따라서 고체와 액체와 기체가 되기도 한다. 탈레스가 ...
원당일기(357)- 겨울 준비
11월25일 겨울 준비 지난 11월7일이 24절기 중 19번째 입동(立冬)이었다. 입동부터 겨울이 시작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겨울 시작이다. 이번 한 주간은 겨울 맛을 느낄듯하다. 아래는 영천 원당 주간 날씨 예보다. 오늘 밤과 내일 오전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 눈이 내리기도 할 것이다. 주중에 최저 기온이 0도 가까이 내려가고, 토요일과 주일은 마이너스로 내려간다고 하니 옥외 수도꼭지와 수도계량기에 보온 작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집 마당에 살던 하...
원당일기(356)- 늙음
2008년도로 기억하는데, 대구성서아카데미 어떤 회원과 대화하는 중에 ‘나는 내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자 그가 하는 말이 ‘아니요. 50대 중반인데 뭐가 나이가 많다고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60대 후반인데도 정정하신대요.’였다. 그때로부터 16년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서울샘터교회도 12월 첫 주일이면 창립 16주년이다. 나는 오십 대 중반에서 칠십 대 초반이 되었다. 늙음의 객관적인 기준을 잡기는 쉽지 않다.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건강이나 정신세계에도 개인 차이가 크지...
원당일기(355)- 외식 [2]
어제 모처럼 북안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외식을 했다. 대여섯군데 식당이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 생긴 식당이 눈에 들어와서 들어갔다. 간단한 정식이다. 8천원짜리다. 반찬이 정갈하고 맛도 일품이었다. 아래 사진이다. 저렇게 알맞게 데쳐서 상큼하게 무쳐낸 콩나물무침은 오랜만이다. 기본 식사로 어딘게 부족한 사람은 1만원짜리 불고기무침이나 파전을 곁들여도 좋다. 손님 서빙과 계산과 청소까지 도맡은 여사장에게 몇시까지 식당 문을 여느냐고 묻자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라고 한다. 여사장의 성품도 ...
원당일기(354)- 봄꽃 [2]
꽃나무의 봄꽃은 대개 잎보다 꽃이 먼저다. 봄꽃을 피우기 위해서 늦가을과 초겨울부터 준비한다. 아래 사진은 오늘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우리 집 마당에서 찍은 목련 나무다. 잎이 거의 떨어진 가지들이 겨울 길목의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저런 걸 ‘존재의 빛’이라고 하지 않겠는지. 가지마다 달린 봉오리가 추운 겨울을 버텨낸 다음 봄이 오면 환한 등불 같은 흰색 꽃으로 화려하게, 눈물겹게, 찬란하게, 우아하게, 사랑스럽게 변신한다. 아래는 봉오리를 클로즈업으로 다시...
원당일기(353)- 알아맞추기 [5]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이벤트를 열겠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피부가 어떤 생명체의 것인지를 정확하게 맞추는 분에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요즘은 카톡 쿠폰도 자주 사용되는 거 같더군요. 기대하세요. 먼저 나온 답을 다른 사람이 반복할 수는 없으니 아는 분은 빨리 대글을 다는 게 당첨의 지름길입니다. 내일 이 시간까지 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