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4일 기독론적 뿌리

조회 수 1796 추천 수 4 2008.10.03 23:12:38
2008년 10월4  기독론적 뿌리

누구든지 너희가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여 물 한 그릇이라도 주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가 결코 상을 잃지 않으리라.(막 9:41)

본문 41절은 문맥의 흐름에 비쳐볼 때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38-40절은 큰 능력을 행하지만 제자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자들과 예수의 대립적인 입장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1절은 느닷없이 물 한 그릇과 상에 대한 이야기로 돌변했습니다.

물론 이 두 이야기를 억지로 결합시킬 수는 있습니다. 제자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제자들에게 호의를 베풀기만 한다면 이에 상당한 대가를 받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연결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서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41절은 어린아이의 영접에 대한 경구인 37절에 연결된다고 합니다. 지금 마가는 각각 다른 여러 전승을 편집하고 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문장들이 결합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가 하더라도 마가 공동체가 이런 말씀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 상황을 놓치지 않는다면 이 말씀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건 아닙니다.

그 상황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마가 공동체가 아직 확고한 틀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누구와 투쟁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자칫하면 앞으로 자신들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투쟁할 수도 있으며, 거꾸로 자신들을 괴롭힐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위 본문에 따르면 물 한 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표현은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입니다. 이 구절이 예수의 공생애 중에 확정된 것이라면 아마 ‘예수에게 속한 자’가 되어야 했을 겁니다.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로 진술되었다는 것은 이 전승의 뿌리가 기독론적인 근거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공동체에 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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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08.10.04 10:35:51

제가 역사의식이 부족한 탓인지
초기의 사도와 무리들만큼
기독교에 명확한 세대가 어디있겠는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시간은
그 명확성을 희석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됩니다.
모든 실재적인 현상은
조명, 분석, 정리의 절차를 따를 때
명실상부한 론과 원리로 인정되는데,
이런 면에서
그 역사의 시작에 있던
예수 공동체의 딜레마가 느껴집니다.
처음으로요...ㅡㅡ;

이신건 목사님의 책읽기 소개에 따르면
바이블 다음으로 굉장한 책이라고 하셔서
큉의 '그리스도교'를 펼쳤는데요,
제가 잘 읽어내기만 한다면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얽힌 과정들을
파악하는 것에 엄청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목사님 말씀처럼 체해서 소화제가 필요할수도...^^)
오늘 큐티의 상황이
바로 그 모든 역사의 뿌리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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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08.10.04 22:12:16

영어로 christianity라는 단어가 기독론이라고 말해지는지요.
최근 "Lost Christianities"라는 책을 구입했어요. 제목이 흥미로와서..
현대의 다양한 기독교파(??) 만큼이나 많았다는 초대기독 공동체에 대한 연구입니다.
신학교에 계신 분이 아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종교학과 학과장인 Bart Ehrman이라는 분이
쓰셨습니다. 다 읽으려면 아마 한 시절은 걸릴 거 같네요. ㅎㅎ

이천 년도 훨씬 전에 쓰여졌다는 글들을 그것도 다른 나라 말로..
게다가 주석은 또는 목사님들의 말씀 해석은 얼마나 다양한지요.
우리가 속해 있는 시대와 언어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때로는 많이씩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그것들을 소화하기가 힘들단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초대기독교 공동체에선 여러 순회 전도자들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는지 궁금해질 때가 참 많아요.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정말 마이너리티였던 그들이었을텐데..

그럼에도 이천년이나 지난 지금 이 시간 지역은 달라도
--ㅎㅎ 시간도 다르죠? 여긴 아침 시작입니다--
한 가지 생각으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 참 놀랍고 놀랍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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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이길용

2008.10.04 22:46:17

christianity는 말그대로 그리스도교이구요.
기독론은 christology라고 합니다.
그리고 Bart Ehrman교수는 신학적 베이스를 갖춘 분이시기도 하구요.
서구에서는 신학이라는 분야도 보통 religious study 속에 포함시키다보니
종교학과에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분의 베이스는 신학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식대로 따지자면 성서학, 그것도 신약성서학이 그분의 주 전공으로 봐야겠지요.

유럽도 그렇고, 미국은 더 심하고..
보통 종교학과안에 다양한 종교전공자들이 있게 되지요.
물론 정통 종교학자들도 있고요.
우리처럼 신학과 종교학이 엄격하게 구분되어있지 않고
종교연구라는 큰 틀 속에 신학도 보고 있습니다.
그러지 신학자들도 미국식 사고 속에는 하나의 종교학자이겠죠.

Bart Ehrman교수.. 꽤 저명한 저술가로도 알려져 있으니
책 내용도 괜찮을 거라 생각이 드는군요.

후에 일독하신 후 간단한 소개라도 다비아에 올려주심이 어떠하오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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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04 23:08:24

유니스 님,
처음에서는 선명했다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흐려는 사건은
별 볼이 없는 것들이구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사건이
정말 역사적 사건입니다.
유니스 님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초기 기독교의 그 어두운 시절에 대한 느낌을 생생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대답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평신도들은 그런 걸 아예 생각하기조차 실어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놓았던 신앙의 틀이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지요.
진리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높이 하고 싶습니다.
좋은 주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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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04 23:14:40

모래알 님,
기독론은 이길용 박사가 설명한 그대로구요.
해석의 차이에 멀미가 날 것 같지요?
그러나 그게 그렇게 혼란스러운 건 아니랍니다.
일단 학문적인 토대를 갖춘 사람들 사이에는
일정한 해석학적 기준들을 공유한답니다.
그게 없으면 그야말로 아전인수가 일어나게 되는 거지요.
더 근본적으로 진리는 이런 차이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진리논쟁을 겁낼 필요가 하나도 없는 거지요.
문제는 그 와중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들에게 대한
대처가 있느냐 하는 거겠지요.
그런 안전장치를 모두 마련한 채 논쟁할 수는 없겠지요.
공연히 말이 길었네요.
'로스트 크리스챠니티즈'라는 책이 재미 있겠군요.
즐겁게 읽으세요.
좋은 토요일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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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08.10.04 23:31:44

두 분 목사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근데 꼭 숙제 받은 기분이네요.
옆으로 슬쩍 밀쳐 두려다가 들킨 것 같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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