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 지옥(8)

조회 수 1906 추천 수 2 2008.10.15 23:31:57
2008년 10월16일 지옥(8)

거기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아니하느니라.(막 9:48)

독자들 중에서 어린이 주일학교에 관계된 분들이 있겠지요. 그런 분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어린이들을 지옥 교리로 위협하지 말아야합니다. 이건 어린이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나, 또는 그들과 비슷한 정신세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겠군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지옥의 두려움을 알게 하고, 그런 두려움으로라도 평생 예수를 잘 믿고 착하게 살도록 하면 좋은 게 아니냐, 하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건 큰 착각입니다. 개인의 착각에만 머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천하보다 귀한 어린 생명들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면 그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린이들에게 지옥 교리를 설교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요?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하나님 표상이 그들에게 권선징악으로 각인된다는 것입니다. 잘하면 천당에 보내고 잘못하면 지옥에 보내는 하나님이라는 표상은 결코 기독교적인 하나님 표상과 관계가 없습니다. 성서와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 심판의 핵심은 그것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권선징악은 인간적인 가치와 범주에 의한 판단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하나님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은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거의 보편화된 신앙적 정서입니다. 심지어 새벽기도회 한번 빠지거나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은 것으로 하나님의 징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어떤 설교자들은 십일조 헌금을 내지 않으면 하나님이 다른 방식으로라도 재정적인 피해를 준다고 외치더군요. 블랙코미디입니다. 이런 말에 세뇌당하는 한국교회 청중들의 영혼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기독교 신앙을 집단적 노이로제라고 본 프로이트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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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시와그림

2008.10.16 01:39:12

유치부 교사만 7년 정도 했나 봅니다
일부러 지옥을 들먹이진 않았어도
부자와 나사로 비유는
지옥 이야기의 백미 였죠
대게, 시각적인 아이들 교재로는
불구덩이에서 괴로워하는 부자 그림을 보여주며
동화 구연 하듯 성경에 살을 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실, 성경 자체에도
음부,고통,불꽃,큰 구렁 등의 묘사가 나오기도 하구요
제가 지금 다시 교사를 한다해도
분명 딜레마에 빠질겁니다
교역자의 생각과 교재는 완벽한 셋트를 이뤄 가르치고 있고
확답 없는 신앙의 문제를 아이들 수준으로
곱고 쉽게 풀어 줄 능력도 없고...

[레벨:7]시드니

2008.10.16 13:06:02

>확답 없는 신앙의 문제를 아이들 수준으로
>곱고 쉽게 풀어 줄 능력도 없고...

아~ 절절하게 공감됩니다.

그게 아닌건 아는데, 그럼 뭐냐고 물어올 때에 단순하게
단번에 대답할 수 없는 그 딜레마....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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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16 23:35:05

주일학교 교사는 스스로 가르칠 능력이 없다고 봐야지요.
좋은 교재가 필요한데,
요즘 현실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여튼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성서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머물지 말고
영성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기독교 교육이라는 사실입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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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16 23:37:34

대답할 준비가 안 되었으면
교사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ㅎㅎ
그래도 뭐 크게 잘못된 걸 가르치지만 않는다면
성령의 교정 능력으로
학생들에게 복음이 잘 소화되겠지요.
아닌 걸 아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주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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