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이 왔습니다. 

제가 사는 영천 원당 마당에도 목련과 개나리가 지금 이 순간 활짝 피었습니다. 

동네 복숭아밭에도 조금 지나면 복사꽃이 아련하고 화사하게 피어날 겁니다.

4월에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이라는 동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3월에 시작한 봄 기운이 우리를 몽환의 세계로 이끌어감직합니다.

10년 전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엘리엇의 연작시 '황무지'에 그런 표현이 나와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10년이 지났습니다. 

유족들은 위로받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좋아지지도 않았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그 사실을 알고 믿는 사람들만이라도 자기가 살아가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선물이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한달간의 예배와 설교를 미리 준비하는 일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잔인한 달, 참혹한 경험 가운데서도 우리는  기쁨 충만한 가운데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께 기도드리고, 그분의 말씀을 선포하며 성찬식을 집행해야 합니다.

모두 힘을 냅시다.

여전히 풀이 돋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비가 오며 해가 빛나고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니까요.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정용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