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노숙자!

조회 수 5372 추천 수 0 2013.05.31 23:52:33
대구샘터교회가 이번 주일에(6월2일)
창립 1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립니다.
무슨 '기념 예배'라는 말을 옳지 않습니다.
예배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거니
우리의 어떤 일들을 기념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다른 이름을 붙이기기 힘들어서
기념주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10년 전에 시작한 일이 대견해서가 아니라
고유한 특징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시작된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예배를 드리는 겁니다.
고유한 특징이 무엇일까요?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는 교회를 지향하자는 겁니다.
여기에도 반론도 있을 겁니다.
다른 교회는 전혀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는 말이냐?
각설하고,
예배학 교수들이 주창하는 그런 예배가
한국교회에서는 별로 드려지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저도 목사이기 전에 기독교인으로서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며 살고 싶습니다.
그것보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배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런 교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찾아가기 힘들기에
많은 뜻 있는 기독교인들이 영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만한 분들은 알 겁니다.
이런 점에서 대구샘터교회는(서울샘터교회를 포함해서)
영적인 노숙자들의 모임입니다.
노숙자들끼리 모여 10년 동안 마음을 나누다보니
이제는 노숙자라는 정서가 가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든든해진 겁니다.
샘터교회가 여전히 숫자는 적지만
세계 기독교의 주류라는 정서가 자리를 잡아갑니다.
우리는 50년 후의 한국기독교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요.
종교의 과소비 구조 어느 정도인지 아시지요?
샘터교회는 생존력이 강합니다.
가진 게 없으니, 버릴 것도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으니,
그래서 '존재 자체의 기쁨'에 심취해 있으니까요.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영적 노숙자들이야말로
성서가 말하는 '남은 자'들이라고 말입니다.
대구샘터교회 10주년을 기해
이 공동체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누구든지 오십시오.
그리고 주변분들에게 권면해주셔도 됩니다.
(그렇게 안 하셔도 아쉬울 것도 없구요. ㅎㅎ)

말이 나온 김에,
대구성서아카데미도 원칙적으로 영적 노숙자들의 모임입니다.
거처할 다른 집이 많은 분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갈데가 없는 분들의 쉼터입니다.
서로 배우고, 나누고, 사귀고,
서로 용기를 주는 곳입니다.
특히 성서를 인문학적인 토대에서 공부하는 곳입니다.
인문학이라는 말에는 신학이 포함됩니다.
인간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아시지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아시지요?
그래봤자 인간이 별거 아니라는 것도 아시지요?
긴 역사에서 볼 때
인간의 많은 것들은 가소로워보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역시 중요한 삶의 흔적들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통해서
생명의 현실성( reality of life)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잠시라도 쉴 곳을 마련한다는 게
다비아의 근본 취지입니다.
가끔 서울역을 지나다보면
노숙자들끼리 술 마시고 싸우는 장면을 봅니다.
영적 노숙자들은 영적인 것에 목마른 사람들이기에
싸움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진리 논쟁은 가능하지만 싸움을 불가능합니다.
서로의 약점과 실수를 트집잡고 싸운다는 건
그가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모두가 곧 죽을 운명인데
그런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니,
부끄럽지요.
우리는 모두 영적 노숙자들입니다.
서로 위로하면서 짧은 인생이지만
버텨봅시다.
아자!
(오타가 있으면 이해해주세요.)

[레벨:18]르네상스

2013.06.01 18:09:54

목사님의 글을 보니 1980년대에(정확한 연도는 모르겠네요)
KBS 가사대상을 수상한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 노래의 가사 전체를 올려봅니다. 저의 애창곡이기도 합니다. 가사가 매우 '인문학적'입니다. ^^

<인생은 미완성>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 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내일 드리는 '대구샘터교회 창립 10주년 기념 예배'
하나님이 참으로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

[레벨:11]질그릇

2013.06.02 10:17:29

목사님, 대구샘터교회가 10년이 되는군요^*^
샘터에 머물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영적인 노숙자라는 말씀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도....^^
하나님께 영광! 기쁨이 충만한 예배되기를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바르트 묵상집 코너를 내립니다..

  • 2006-06-07
  • 조회 수 2912

상단 메뉴에 있었던 [바르트 묵상집] 섹션을 내립니다. 내리는 이유는 이번 여름을 기하여 번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번듯한 책으로 만나뵙기 원합니다.

바르트 묵상집 코너를 내립니다..

  • 2006-06-07
  • 조회 수 2847

상단 메뉴에 있었던 [바르트 묵상집] 섹션을 내립니다. 내리는 이유는 이번 여름을 기하여 번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번듯한 책으로 만나뵙기 원합니다.

인문학적 성서읽기 &lt;책떨이 식사&gt; [2]

  • 2006-06-21
  • 조회 수 3408

<책떨이 식사> 대구성서아카데미 인문학적 성서읽기 모임의 2006년 전반기 종강 및 <사도행전> 책떨이 기념 식사 모임이 아래와 같이 마련되었습니다. 일시: 2006년 6월26일(월), 오후 7시 모임장소: 대구성서아카데미 참석자: 금번 학기에 한번이라도 공부에 참석한 분 식사 내는 분: 홍종석 님

인문학적 성서읽기 &lt;책떨이 식사&gt; [2]

  • 2006-06-21
  • 조회 수 3217

<책떨이 식사> 대구성서아카데미 인문학적 성서읽기 모임의 2006년 전반기 종강 및 <사도행전> 책떨이 기념 식사 모임이 아래와 같이 마련되었습니다. 일시: 2006년 6월26일(월), 오후 7시 모임장소: 대구성서아카데미 참석자: 금번 학기에 한번이라도 공부에 참석한 분 식사 내는 분: 홍종석 님

&lt;말씀과 삶&gt;7월호 발송!

  • 2006-07-04
  • 조회 수 3217

<말씀과 삶> 7월호를 어제(7월3일)에 발송했습니다. 사무착오로 받지 못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주소 변경되신 분들도 함께. *바르트의 신학묵상-죽은 자의 부활········································ (2) *이신건의 책읽기-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4) *이길용의 미디오피아-한국 최대 종교는?································ (6) *구미정의 생태묵상-강아지와 월드컵····························...

&lt;말씀과 삶&gt;7월호 발송!

  • 2006-07-04
  • 조회 수 3047

<말씀과 삶> 7월호를 어제(7월3일)에 발송했습니다. 사무착오로 받지 못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주소 변경되신 분들도 함께. *바르트의 신학묵상-죽은 자의 부활········································ (2) *이신건의 책읽기-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4) *이길용의 미디오피아-한국 최대 종교는?································ (6) *구미정의 생태묵상-강아지와 월드컵····························...

추천도서 [14] [1]

  • 2006-07-06
  • 조회 수 47325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분들의 요청에 서둘러서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일부를 모아 2006년 7월에 여기에 올렸습니다. 그걸 다시 2010년에 보충했습니다. 여기에 추천한 책은 일단 제가 직접 읽고 괜찮은 것이라고 판단 한 것들입니다. 물론 괜찮은 것이라고 해서 모두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기회 닿는대로 보완하겠습니다. 원서는 제외했습니다. <조직신학> 판넨베르크, 정용섭 역, 사도신경...

새 칼럼지기~ [5]

  • 2006-07-27
  • 조회 수 3209

다비아에 새 칼럼니스트를 소개합니다. 바로 호주 시드니에 계신 지성수 목사님이십니다. 앞으로 [지성수의 없이 계신 이]라는 칼럼방에서 지목사님의 글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 칼럼지기~ [5]

  • 2006-07-27
  • 조회 수 2886

다비아에 새 칼럼니스트를 소개합니다. 바로 호주 시드니에 계신 지성수 목사님이십니다. 앞으로 [지성수의 없이 계신 이]라는 칼럼방에서 지목사님의 글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lt;말씀과 삶&gt; 8월호, 총 51호 발송 [2]

  • 2006-08-02
  • 조회 수 3444

<말씀과 삶> 8월호, 총 51호 발송 아래의 순서로 구성된 <말씀과 삶>이 월요일 발송되었습니다. 혹시 배달사고가 난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복사 과정에서 쪽수 잘못된 곳이 있습니다. *바르트의 신학묵상-새 창조··················································· (2) *이신건의 책읽기-하나님 나라의 모델···································· (5) *구미정의 생태묵상-만지면 변한다!·······································...

&lt;말씀과 삶&gt; 8월호, 총 51호 발송 [2]

  • 2006-08-02
  • 조회 수 3245

<말씀과 삶> 8월호, 총 51호 발송 아래의 순서로 구성된 <말씀과 삶>이 월요일 발송되었습니다. 혹시 배달사고가 난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복사 과정에서 쪽수 잘못된 곳이 있습니다. *바르트의 신학묵상-새 창조··················································· (2) *이신건의 책읽기-하나님 나라의 모델···································· (5) *구미정의 생태묵상-만지면 변한다!·······································...

&lt;고전읽기&gt; 알림

  • 2006-08-04
  • 조회 수 3074

<고전읽기> 알림 매년 겨울과 여름에 개최된 <고전읽기>가 이번 여름에는 저의 형편상 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몇 군데 특강과 번역과 글쓰기가 밀려 있어서 도전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기다리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는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을 읽기로 했는데, 개인적으로 읽으시고, 질문한 내용이 있으면 홈페이지를 이용해주세요.

&lt;고전읽기&gt; 알림

  • 2006-08-04
  • 조회 수 2898

<고전읽기> 알림 매년 겨울과 여름에 개최된 <고전읽기>가 이번 여름에는 저의 형편상 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몇 군데 특강과 번역과 글쓰기가 밀려 있어서 도전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기다리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는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을 읽기로 했는데, 개인적으로 읽으시고, 질문한 내용이 있으면 홈페이지를 이용해주세요.

&lt;인문학적 성서공부&gt; 알림

  • 2006-08-04
  • 조회 수 2905

<인문학적 성서공부> 알림 지난 4년동안 매주 한 차례 씩 모여 함께 공부했던 <인문학적 성서공부>가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1년 동안 쉽니다. 꼭 해야 할 작업들이 많이 밀려 있네요. 지난 6월말에 마침 사도행전을 다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년 뒤에 새로운 본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lt;인문학적 성서공부&gt; 알림

  • 2006-08-04
  • 조회 수 2959

<인문학적 성서공부> 알림 지난 4년동안 매주 한 차례 씩 모여 함께 공부했던 <인문학적 성서공부>가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1년 동안 쉽니다. 꼭 해야 할 작업들이 많이 밀려 있네요. 지난 6월말에 마침 사도행전을 다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년 뒤에 새로운 본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