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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마음 2>
항시 깊은 물속과 같이 고요한 내 마음에
당신은 끊임없이 불어오는 고요한 바람
잠드는 깊은 내 마음 고요한 자리에
당신은 어지러이 불어옵니다
당신은 멋대로 다녀가는 나의 귀여운 손님
당신은 내 가슴에 시간을 접어두고 돌아갑니다
돌장난하는 아이처럼
연못가에서 돌장난하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 마음에 돌을 던지단 돌아갑니다
해 저물면 시간을 던지단 돌아갑니다
당신은 멋대로 다녀가는 나의 귀여운 손님
내 마음 좁은 문을 소리 없이 고요히 드나듭니다
이성복
<편지 1>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편지2>
그렇게 쉽게 떠날 줄 알았지요
그렇게 떠나기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꽃핀 나무들만 괴로운 줄 알았지요
꽃 안 핀 나무들은 설워하더이다
오늘 아침 버스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무슨 삼줄 훑어 놓은 것 같아서
오랜 후 당신의 숱 많은 고수머리가
눈에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하마 멀리 가지 마셔요
바람 부는 낯선 거리에서 짧은 편지를 씁니다
<편지3>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 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들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 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