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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처럼 살지 마라

조회 수 4702 추천 수 0 2012.11.28 17:03:16

*이제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시 한 편, 사진 한 점 올립니다......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 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 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 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겨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 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한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 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 박 노 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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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마당의 마지막 가을...

 

DSCF7115-1.jpg EXIF Viewer제조사FUJIFILM모델명FinePix S3Pro 소프트웨어andoWKS15촬영일자2012:11:04 15:42:05노출시간 0.001 s (10/7500) (1/750)초감도(ISO)400조리개 값F/f/2.8조리개 최대개방F/2.8284271247462노출보정0.00 (0/100) EV촬영모드Reserved측광모드spot촛점거리150.00 (15000/100)mm35mm 환산225mm사진 크기600x900

profile 건강한 농촌, 튼튼한 생명을 바라는 들꽃마당에서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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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이신일

November 29, 2012
*.163.192.36

목사님, 가슴 아프지만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고3인 제 아들녀석 생각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미안해서요...

새 달에 정말 좋은 지도자가 뽑히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죽은 나무에 새 순이 돋을 거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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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November 30, 2012
*.154.137.83

시와 음악이 가슴을 울리는군요!!

"아이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아라" 라고 말 할 수 있는

아빠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1월도 몇 분 남지 않았네요...

12월은 더 열심히 내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 해 계획을 세워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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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삼송

December 01, 2012
*.176.158.31

목사님 정말 좋은시입니다. 박노해씨는 정말 좋은 시입입니다.

몇번  읽으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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