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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 짜는 할머니

조회 수 4388 추천 수 0 2014.02.19 20:09:38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는 삼베 마을이다

얼마전에 올린 구룡공소 앞 마을이니 첩첩산중인 셈이다.

물어물어 찾아간다. 마을의 유일한 가게인 담배포에 들러 담배를 만원어치 사고 삼베짜는 할머니집을 물어보니 직접 안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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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에 장작이 가지런이 쌓여있고 방앞엔 메주8장이 메달려 있다. 

장작으로 군불을 때어 따끈따끈한 방으로 들어가니 할머니 한분이 베틀에 앉아 삼베를 짜고 있다.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니 막힘이 없다. '오래 베를 짜다보니 나같은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네'라며 너스레도 뜨시고 재미가 있다. 조금 있으니 동네 아주머니 몇분이 찾아오셨다. 초당방이란다.

옛날에는 마을 전체가 삼베를 짰으나 지금은 이집만 남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이젠 삼베짜기도 쉽지 않다고 하신다. 왜냐하면 삼 재배가 법적인 규제가 심해 삼농사를 짓기가 어렵단다.

삼잎이 그 유명한 대마초라 누구라도 훝어 가버리면 농사짓는 사람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준비된 삼만 베를 짜고 그만 할 생각이라고 하신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또 가슴이 아프다. 행정은 이런 귀한 문화유산의 전승을 위해 무얼하는지?

다음에 또 한번 찾아 올 것을 약속하고 집을 나서니 담배가게 아주머니가 뒤따라오며 동네공동으로 삼농사를 지을수 있도록 이장님에게 전화를 한번 넣어달란다.

숙제를 받은 셈이다

만원에 4갑인 담배는 집에와 애연가인 앞집 박선생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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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 밑으로 제법 긴 삼베가 쌓여 있다.

진짜 삼베는 처음보는것 같다. 실이 가늘고 촘촘하고 칼칼한 느낌에 물렁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삼베는 진짜 삼베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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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신 예쁜  할머니!  82세라고 자랑하신다

물좋고 공기좋아 이동네 사람들은 모두 장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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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February 19, 2014
*.94.91.64

덕분에 삼베 짜는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두 분 할머니의 모습이 곱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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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여름비

February 21, 2014
*.171.94.181

친구 시어머님께서 평생 삼베를 짜셨다고 하는데요,

친구말이 뭐 때문인지 삼 실을 이로 한 번 훑어주어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생 그 일을 하신 어머니의 이가 모두 반토막으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런 얘길 들으니 이 분들이 얼마마한 정성을 들여

일을 하시는지 새삼 숙연해지더군요.

사진을 보니 저 할머님께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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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February 21, 2014
*.34.116.82

할머니 두 분이 고우시네요.

저 연세에도 삼베를 짜시는군요.

제 고향이 모시로 유명한 데라서

저도 베틀에 익숙하답니다.

저희어머니도 베짜셨고요.

손수 짜신 모시로 모시한복을 만드셨는데,

그게 어린 나이에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제 꿈이 한복 만드는 거랑 모시짜는 거였답니다.

아마 그 동네에서 살았다면 저 인간문화재가 됬을라도 모르겠어요.^^

위에서 여름비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백프로 수작업이어요. 모시줄기 껍질 벗겨서 표백해서 말려서

아주 가늘게 잘라서 잇대고(세모시과정이지요)그 때 입으로 훑어서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콩풀 먹여서 베틀로 짜는 거지요. 삼베도 마찬가지 방법일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생전에 모시옷 그리워하시길래 베짜는 육촌언니네 모시고 갔었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요. 베틀 앞에서 떠나실 줄을 모르시더라구요.

젊은시절 그 고생하시던 생각이 나서였을까요? 아님.. 하긴 우리어머니는

진짜 그 일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그 때 모시 한 필을 사가지고 왔었는데, 극구 당신이 만들어 보시겠다고 하셔서

저희들이 비싼 모시 다 망친다고, 참으시라고..^^

한복집에 맡겼는데, 입어보시더니 맘에 영 안 드신다네요. 에구구..

(어머니는 평생 당신 한복을 지어 입으셨어요.)

그런데, 그 모시옷 딱 한 해 입으시고 그 후론 한 번도 못 입으셨네요. 

우농선생님께서 베틀 사진 올려주셔서

어머니 추억에, 한참 코맹맹이 되었어요. ^^

 

...세월은 가고 나는 여기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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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February 21, 2014
*.201.115.3

세월은 가고 나는 여기있다.

아주 먼 옛날에 삼밭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삼을 베어

갱분에서 껍질을 벗기고 표백하던 모습이

사진 한장 같이 기억속에 있다

껍질을 벗긴 삼대는 가볍고 연하여 헛간의 지붕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지

어린 소년은 탄력이 강한 활나무를 구하여 활을 만들고 닥 껍질로 줄을 매어 화살을 쏜다

화살의 재료는 헛간 지붕의 삼대, 어릴때 우리는이것을 재롭이라 불렀지

헛간 지붕에서 재롭 몇개를 뽑아 대나무 화살촉을 박아 하늘을 과녁삼아  똑바로 쏘아올린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화살이 너무 재미있어 연달아 쏘아올린다.

하늘로 가물가물 사라지는 화살같은 인생

 

말이 되나요

 

참 라라님 콩풀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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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February 22, 2014
*.111.13.236

아 ,예 모시를 베틀에 걸기전(제기억으로는 베틀에 모시 앉힌다고 ,표현이 참 재미있지요?^^) 입으로 길게 잇댄 모시를 무엇엔가 (앗! 생각났어요 바디)한코한코 꿰서 두 기둥에 걸쳐놓고 도르레에 말면서 콩풀(고운 생콩가루+물)을 붓으로 바르면서 약한 화롯불로 말리는 과정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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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February 23, 2014
*.34.116.82

Splendor in the Grass
                William Wordsworth

 

What thout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the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 불러 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

......
(번역/인터넷)
**
어제 서울 가는 기찻간에서
우농선생님께 신명나서 답변을 막 드리고 났는데,
무심코 차창밖을 내다보다가 그만.. 이 시가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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