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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이야기

조회 수 4015 추천 수 0 2010.05.13 12:52:59

작년 봄 회사 한편 나대지에 닭장을 만들고 인근 장터에서 부화한지 한 달 된 토종닭 병아리와 오골계 병아리 20여 마리를 사다 키우기 시작했다. 먹이로는 사료, 식당에서 나온 잔반,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뜯어다 주었는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키운 지 몇 개월 지나니까 계란을 낳기 시작했다.

(상식1. 닭은 태어난 지 6개월부터 계란을 낳음) 주말에 집에 갈 때면 계란이 수십 개가 되어서 집에서 먹기도 하고 주변 친구,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었는데 계란을 받는 사람들이 무공해 유정란이라면서 너무들 좋아 하는 게 아닌가....

가끔 물류센터를 방문한 친구나 선, 후배들이 군침을 흘려서 어쩔 수 없이 한 열 마리 정도는 백숙으로 사라졌다.

(상식2.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압력밥솥에 한참을 푹 고아야 질기지 않고 쫄깃한 맛을 볼 수 있음)

지난겨울 그 어느 해보다 길고 추웠던 겨울을 무사히 넘긴 닭들이 대견스러운 반면에 그 추운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창조하신 하나님의 오묘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이 되어서 암탉이 계란을 품어 자연 부화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존 닭장 옆에 새로운 닭장을 만들었다.(암닭과 병아리가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한 달 정도 이제나 저제나 암탉이 계란을 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인근 마을 주민이 저 닭은 개량종이고 부화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계란을 품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이제까지 토종닭인줄 알고 키웠는데... (상식3. 토종닭은 체구가 작고 다리가 푸르스름한 색깔임)

눈뜬장님이란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일 것이다.

암닭이 계란을 품어서 병아리를 낳고,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내 마음을 딱하게 여긴 마을 주민이 자신이 키우는 토종닭과 내가 키우는 개량종 닭과 바꿔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넉살좋게 이왕이면 그간 토종닭이 낳은 계란도 같이 부탁을 하였더니 그렇게 한다고 해서 빅딜이 이루어 졌다.(개량종 장닭 포함 4마리 계란 15개, 토종닭 4마리와 계란 7개)

 

토종닭 4마리를 새로이 만든 닭장에 풀어 놓았더니, 그 중 암탉 한 마리는 바로 계란을 품더니 이내 꿈쩍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동안 장닭에게 눌려서 넘버 2로 지내던 오골계 수탉이 새로 이사 온 토종닭 수탉과 펜스를 사이에 두고 계속 으르렁거리는 게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문이 열려서 두 마리 수탉이 붙었다. 뜯어 말릴까 하다가 그래 이 기회에 닭싸움 한번 구경해 볼까 하는 묘한 심리가 발동되는 게 아닌 가 한참을 구경하는데 정말 피 튀기며 싸운다는 말이 실감난다. 대체적으로 동물들은 자기보다 힘이 센 녀석을 만나면 바로 꼬리를 내리던지 아니면 한, 두 번 붙었다가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데 이 두 놈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계속 붙어 싸우길래 이러다가 두 놈 다 상처를 크게 입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강제로 뜯어 말려놓았다. 지금도 펜스를 사이에 두고 계속 으르렁거리고 또한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고 목청을 높여 꼬끼오 소리를 짖어댄다.

 

주말을 보내고 5월 10일 출근하여 닭장에 가보니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토종닭 병아리 한 마리가 어미 암탉 옆에 있다. 그렇게 고대하던 병아리가 태어난 것이다.  (상식4. 암닭이 20일 정도 품어야 병아리가 나옴)

다음날엔 네 마리가 더, 그 다음날에도 네 마리가 더 태어났다.(당시 토종 계란 7개, 오골계 계란 7개 넣어 주었음)

20일 넘게 꿈쩍도 않고 계란을 품는 암탉 모습을 보면서 모성이란 사람이나 동물이나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뭉클한 적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태어난 막내 녀석은 어미가 돌볼 틈이 없는 것 같다. 먼저 태어난 놈들이 어미닭을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잘못하면 죽을 것 같아 사무실로 데려다 내가 당분간 키울 생각이다. 어미 뒤를 졸졸 쫓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생길 때까지...

 

지금도 닭장 안에는 삐약 거리는 소리가 넘쳐난다. 어미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먹어도 되는 것,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학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미가 잠시 주저앉으면 그 품속으로 파고드는 녀석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무래도 올 봄은 녀석들 재롱떨며 커 가는 모습에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다.

 

닭싸움1.jpg EXIF Viewer제조사LGE모델명LB2500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촬영일자2010- 4-23 10:20:29노출시간 0.048 s (1/21) (1/21)초사진 크기650x488 닭싸움4.jpg EXIF Viewer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사진 크기650x488 병아리1.jpg EXIF Viewer제조사LGE모델명LB2500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촬영일자2010- 5-10 11: 3:54노출시간 0.048 s (1/21) (1/21)초사진 크기650x488 병아리4.jpg EXIF Viewer제조사LGE모델명LB2500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촬영일자2010- 5-12 10:57:12노출시간 0.048 s (1/21) (1/21)초사진 크기650x488 병아리5.jpg EXIF Viewer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사진 크기650x469 병아리7.jpg EXIF Viewer제조사LGE모델명LB2500소프트웨어Adobe Photoshop CS2 Windows촬영일자2010- 5-12 23: 9:39노출시간 0.048 s (1/21) (1/21)초사진 크기650x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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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May 13, 2010
*.56.59.35

와우.. 너무나 재미난 닭쌈입니다. 

근데 왜 싸우는 거래요? ^^

병아리는 노랑색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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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바람

May 14, 2010
*.198.96.58

닭쌈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결코 재미나지가 않더군요... 하도 치열하게 싸워서... 닭쌈을 하는 경우는 모든 수컷들이 대게 그렇듯이 영역본능이겠지요... 자기 영토와 암놈을 지키고 또한 암놈에게 강하게 보여서 자신의 후손을 보다 많이 남기고 싶은 욕망이 본능적으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숫놈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먹이만 많이 먹고 가끔은 암놈을 못살게 굴고... 그렇지만 암놈이 계란을 낳기 전 자신이 먼저 그 장소를 신중히 살펴보고 그 다음에 암놈이 들어가고 가끔은 암놈이 알 낳을때까지 그 앞에 앉아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랑병아리는 개량종이거나 육계인 경우 노랑색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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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May 14, 2010
*.56.59.35

싸움 자체가 재밌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하늘바람님의 이야기가 재밌단 뜻이었습니다. ^^

전혀 제가 보지 못한 풍경이라서요.. ㅎㅎ

헌데 닭싸움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서 인류사에 늘 있어왔던 일이라죠?

인간들의 싸움 본능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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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May 14, 2010
*.122.208.32

하늘바람님,

언제 꼭 구경가고 싶어요. 저는 저런  병아리들 보면 거의 환장^^하거든요?

맞아요. 저 놈들도 쌈이 붙으면 죽기살기로 싸우죠,

닭벼슬이 다 찢어져도 포기 안하죠.

이때 쌈 멈추는 방법은 바가지로 물 퍼붓는 거예요.

제가 고걸 잘 담당했어요.^^

동네닭과 우리 닭이 쌈해서 지면, 얼마나 속이 상하든지..

근데, 그 놈들도 지면 풀이 죽어요. 주인 눈치를 슬슬 보고요.

또, 어미닭의 모성애는 어떻구요.조금만 주변이 위험하다 싶으면,

자기 품속에 몽땅 품고 필사적으로 새끼들을 지키잖아요?

 

아, 저는 언제나 저런 생명의 환희속에 빠져 볼까요?^^

하늘 바람님,  양지 풍경이 너무 근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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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바람

May 17, 2010
*.83.208.83

가까운 시일에 서울 샘터식구들과 한번 놀러오세요... 좀 지나면 날이 무더워져 주변 경치 구경하는데 좀 힘들겁니다.

주변에 한택식물원을 비롯해서 볼거리가 좀 있는데 그것보다 숨막히는 서울 자체를 벗어난것으로도

좋을겁니다. 오시면 맛있는 점심도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유정란도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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