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다비아에 들어와서 여러 글을 읽는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다비아에서 어떤 분이 추천해주신 월터 윙크의 '참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좋다가 점점 이상해지더군요.
역사비평을 받아들이면서도 결론이 기독교의 전통이 인간 예수의 진면목을 가리고 있다는 식으로 점점 몰아가더군요.
윌터 웡크는 예수 세미나에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여기는 정통신학이 아니죠?
연합감리교회 목사님이 번역을 하셨던데, 여기는 정통 신학을 추구하지 않나요?
다비아 사이트에서 예수 세미나를 찾아보고 논쟁하신 것을 보니 목사님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정통 신학이라는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목사님의 글과 초기 기독교의 형성이라는 책을 보고 제가 판단하기에는 예수님 부활을 토대로 생긴 기독교 신앙이 헬라 철학을 만나 기독교라는 종교를 만들게 되었고, 초대 교부들이 그 기초를 형성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독교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정통 신학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나요?
그렇다면 성모승천이나 성모공경 같은 것은 나름 가톨릭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생각되고, 루터도 성모 공경은 배제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추구하시는 정통신학에는 그러한 것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통신학이 무엇인지, 그것의 기준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신뢰할만한 근거가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좀 혼란스러워서 물어보는 질문도 요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중심을 파고들려는 복서 님의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의사들은 이런 문제를 대충 지나가던데
복서 님은 인문학 전공자처럼 끝을 보고 싶어하시는군요.
좋아보여 하는 말입니다.
정통신학에 대한 신뢰할만한 기준이 무어냐, 하는 질문이네요.
기준이라는 게 모호해서 한두마디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신구약성경과 사도신경을 신앙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세계 신학의 메인 스트림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고,
현재 세계교회협의회(WCC)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울, 아다나시우스, 어거스틴,
그리고 루터와 칼빈, 바르트와 몰트만과 판넨베르크 신학을 따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의학에서도 여러 흐름이 있을 겁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정통 의학과 민간요법도 있잖아요.
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큰 흐름은 분명할 겁니다.
신학도 그런 충돌이 있어요.
종교개혁 이후로 말하면 청교도, 경건주의, 퀘이커주의,
해방신학, 민중신학, 예수 세미나, 여성신학, 신죽음 신학 등등이요.
서로 중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만 보면
쉴라이에르마허과 리츨과 트릴취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신학과
바르트를 대표로 하는 신정통주의,
그리고 몰트만과 판넨베르크의 역사신학이 개신교 신학의 메인스트림,
즉 정통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신학자들은 대개 독일어 사용자들인데,
미국쪽으로 가면 라인홀드 니이너와 라챠드 니이버 형제,
폴 틸리히 등이 정통 신학자들이고 할 수 있어요.
개신교 신학은 아무래도 미국은 약합니다.
말이 늘어지는군요.
16세기의 종교개혁 신학, 19세기의 자유주의신학,
20세기의 전반기의 말씀신학, 후반기의 역사신학이 주류입니다.
정통주의신학이라는 단어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다릅니다.
어쨌든지 신구약성경과 교부들의 신학, 그리고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에 근거해서
기독교 복음을 보편적인 차원에서 해명하려는 신학적인 흐름을 정통이라고 보면 됩니다.
디테일한 거는 여기서 말하기 힘듭니다.
정말 공부하고 싶으면
하인리티 오트의 <신학해제>와
개신교 가톨릭신학자들이 함께 쓴 <하나인 믿음>을 읽어보세요.
정통신학의 신뢰할만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기독교 신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비아에서 틸리히의 <그리스도교 사상사>를 강독했는데,
이런 공부를 하면 저절로 그런 기준이 손에 잡히게 됩니다.
진짜 보석을 잘 알면 가짜 보석을 구분해낼 수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