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질문에 답변주신 목사님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하나마 몇가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질문을 한두가지씩 올려도 될른지요?

오늘 질문드리고 싶은것은 칼 바르트의 사상에서 Historie 와  Geschichte 의 구분에 관한 것인데요 (사실, 이 부분을 제가 심도있게 책을 읽어본건 아니라는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구분에 있어서 크리스찬에게 실존적으로 의미있는 것은 Geschichte 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질문1>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난 역사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도 "믿음"의 영역안에서 진짜라고 믿으면 geschichte 가 되는 것인지? Historie 의 영역이라도 내가 의미를 두지 않으면 geschichte 가 아닌것은 이해하겠는데, 처음부터 Historie 와 무관한 것들 (이를테면 신화나 전설 혹은 민담) 이라도 내가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면 (혹은 진짜라고 믿는다면) geschichte 가 되는 것인지요?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역사적 예수"와는 무관한 예수상을 가지고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면(그것이 근본주의든 민중신학이든 아니면 심지어 불가지론자의 신비주의라 할지라도 뭐든간에..) 과연 그것이 객관적으로 볼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이냐는 고민때문입니다.

의미가 있다면 아래의 <질문 2>와 같은 고민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geschichte 라는 것이 "fact"와 무관하더라도 확실한 믿음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면 복음서와 서신서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믿는 보수적인 교인들이 차라리 더 속편하고 확신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것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골치아프게 "역사적 예수"를 규명하거나 성경본문에 관한 양식비평을 하거나 하는 신학적 고민이 필요있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만약 , 의미가 없다면 (즉, 신앙은 Historie에 근거한 Geschichte의 영역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적 예수"와 무관한 그리스도상에 근거한 신앙들은 모두 허무한 것이 되어 버리는게 아니냐 ,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기존의 보수적인 교회에서 보수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은 모두 헛고생(?)을 하고 있는거 아니냐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생길것 같습니다.

<질문2> 만약, (1)의 전제가 맞다면 (틀렸다면 이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과연 크리스찬의 믿음의 영역의 geschichte 와 타 종교인들이 믿는 geschichte 의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 단지 소재와 내용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차원의 것인지, 아니면 확고부동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이를테면 성령의 개입으로 인한 개인의 심령의 변화..같은 하나님의 초자연적 의지??)?

만약, 기독교 신앙이나 타종교 신앙이나 모두 Historie 와 그다지 연관이 없는 내용들로 이루어진 Geschichte의 영역으로 구성된 신앙이라면 타종교인에게 기독교를 전파해야할 어떠한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요건 좀 위험한 질문이기도 합니다만 평소에 고민하던 것이라서... 물론, 이 질문은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게 발전해왔다"는 전제가 성립할때만 의미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폐기되어야 합니다. )

<질문 3> Geschichte 의 영역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실존주의 철학의 잔재가 아닌지요? 이렇게 되면 신앙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만 머무르게 되고 공동으로 고백할 수 있는 신앙의 영역은 너무 협소해지는게 아닙니까?

제가 신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Historie" 와 "Geschichte" 의 개념을 오해하는 것인지 좀 불안합니다만... 아무튼 이러한 궁금증 때문에 신앙생활이 여러가지로 힘들때가 많습니다. 교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목사님들이나 교우분들과 자유롭게 나눌수 있는 분위기도 안되구요 (잘못하면 이상한 사람 혹은 위험인물로 찍힐까봐서.. (-.-;;)) 그래도 이곳에서나마 이런 질문을 자유롭게 올릴수 있으니 숨통이 좀 트이는것 같군요. 좋은 답변 부탁드리고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