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저와 저의 가족이 2000.3-2001.2 중에 가졌던 유럽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그당시 아내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대구가톨릭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받았으며, 하양여자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큰 딸과 하양초등학교 4학년이 된 작은 딸은 휴학을 했고, 나는 영천 성결교회를 사임한 후, 온 식구가 독일로 떠났습니다. 주로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유럽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여기에 실리는 여행기는 그곳의 유명한 유적지보다는 소박한 삶의 풍물을 담아내게 될 것입니다. 체류허가, 비용 등, 궁금한 내용이 있으신 분들은 연락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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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보기
우리 식구가 베를린에 도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혼자 살던 독일인 노파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여차 여차한 통로를 통해서 그녀가 쓰던 물건을 받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물건은 옷장, 침대, 가정용 사다리, 냉장고, 티브이였다. 작은 세탁기도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 집이 작아서 포기했다. 티브이는 대략 30인치 정도의 크기인데 구입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신품이었다. 우리는 베를린에 체류하는 동안 이 티브이를 통해서 독일 프로그램을 많이 보았다.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볼만한 것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가 가입한 유선 방송국에서는 대략 마흔 개 가량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ARD와 ZDF가 가장 권위 있는 채널이었던 것 같고 그 이외에도 여러 지역 채널과 특화된 채널이 있었다. 우리는 매주 발행되는 티브이 가이드 잡지를 사서 한 주간 동안 시청할 프로그램을 미리 결정해두었다. 이 가이드 잡지도 십 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구입하면 된다. 값은 비교적 저렴하다.
독일 티브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색은 일일 연속드라마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드라마 자체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대개는 한 두 번으로 끝나지 우리처럼 인기가 있다 싶으면 질질 끄는 일일 드라마는 하나도 없다. 대신 영화를 많이 내보낸다. 우리의 경우에는 주말에만 영화를 상영하지만 그곳에서는 거의 매일 밤 한 두편의 영화를 내보낸다. 비교적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많지만 그래도 서유럽이나 동유럽의 영화도 제법 많다. 간혹 아시아 영화도 많이 등장하는데, 대개는 중국이나 일본 영화다. 한국 영화는 우리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내가 있는 1년 동안 한 편의 한국 영화를 본 것 같은 기억이다.
이왕에 말이 나온 김에 우리의 일일 드라마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아내는 티브이 일일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은 두 딸까지 합쳐서 궁중 요리에 얽힌 드라마 '대장금'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그런 드라마에 빼앗기는 문제도 문제이지만 대개의 경우에 일일 드라마의 내용 전개가 참으로 황당하거나 감상적인 방향으로 흐름으로써 시청자들의 삶을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 훨씬 큰 문제이다. 주인공이 갑자기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자동차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또는 우연하게 어떤 사람과 만나는 상황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은 인간 삶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갈등, 불안과 기쁨 등에 대한 깊은 통찰이나 사색보다는 단지 말장난만 난무하게 된다. 이 모든 게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피디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런 것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책임도 크다.
독일 공영방송국에는 비교적 대담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워낙 독일 사람들이 대화를 즐기는 탓인지 모르지만 두 사람 또는 서너 사람이 패널로 등장해서 사회의 여러 이슈나 개인의 인생관에 대해서 깊숙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티브이에도 정기적으로 방송되기는 하지만 너무 정치적이거나, 또는 너무 찬반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앞으로 전문적인 분야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티브이 방송이 늘 고상한 클래식이나 진지한 대담에만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재미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2000년 한 해 동안 가장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기억된다. 하나는 우리 식으로 퀴즈시합인 '누가 백만 장자가 될까요?'였다. 재미와 공부가 겸비된 프로그램으로서 그 퀴즈 방송을 이끌어 가는 사회자의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다른 하나는 전국에서 선발된 십 여명의 젊은이들을 살림집으로 꾸며진 세트장 안에서 한달 정도 자유롭게 생활하게 하다가 가장 인기가 높은 사람은 뽑는 프로그램인데, 제목은 잊었다. 집안 내부 곳곳에 설치된 원격 조종 비디오에 이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노출된다. 시청자들은 그들 중에서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을 지적하게 되고, 그 통계에 따라서 한 주에 몇 명씩 낙오자를 만든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일등이다. 원래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주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 이외에도 두 세 달에 한번씩 한 마을을 선정해서 축제처럼 꾸며진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 춤, 몰래 카메라, 지역 소개 등, 아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안방용 프로그램이다.
그 이외에 몇 가지 특징들을 거론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채널에서만 방송되지 일반 채널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성인용 프로그램은 국내외 여러 성 의식과 행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건강한 성 문화를 일으켜본다는 계몽적 성격이 강하다. 제1 공영방송국인 ARD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목사의 5분 설교를 내보낸다. 신부의 강론도 방송되는지는 확실하게 모르겠다. 내가 본 바로는 거의 목사의 설교였으니까. 뉴스는 우리처럼 앵커를 중심으로 국내외 여러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데, 주로 외국인 테러나 광우병 같은 사회적 이슈를 크게 다룬다. 일년 동안 그곳 뉴스를 보면서 우리처럼 공직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의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문제가 한번도 보도되지 않은 걸 보고 참으로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되었다. 뉴스에 등장하는 그런 정치인들 '씹는 재미'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산다는 말인지.
2004.07.08 00:08:03
그리고 ARD나 ZDF에도 짧은 일일연속극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D의 경우 Marienhof같은 시리즈는 2천 2백회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Verbotene Liebe같은 드라마 역시 2천회 이상 방영되고 있구요. 근데 주로 독일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아요. 상업방송에서는 GZSZ같이 가벼운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트랜드 계열의 드라마가 강세이고, 공영방송은 전원일기 풍의 전원드라마가 잘 팔리고 있죠~
2004.07.08 00:14:56
참 GZSZ의 경우는 3천회가 넘어갑니다. 근데 사실 저도 잘 보지는 않아요~ 한국같지 않고.. 독일의 일일연속극은 프라임타임이 있긴 전에 대부분 끝나거든요. 8시 전에 일일드라마는 끝나고 그 이후에는 주로 영화나 특집 방송들로 채워지게 되죠.
저같은 경우는 일일연속극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서 대부분 1,2회로 끝나는 단막극을 주로 보았습니다. 가끔씩 GZSZ를 보기도 했지만.. 워낙 뜸뜸히 보는 관계로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아서 재미가 없더군요.
그외 볼만한 방송으로는 공영방송으로 3SAT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연합으로 방송하는 ARTE도 예술영화들을 많이 보여주고요. 그리고 제가 즐겨보던 방송 중의 하나로 독일의 음악방송인 VIVA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독일 유학가서 TV만 본 것 같네요 ㅡ.ㅡ;;
저같은 경우는 일일연속극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서 대부분 1,2회로 끝나는 단막극을 주로 보았습니다. 가끔씩 GZSZ를 보기도 했지만.. 워낙 뜸뜸히 보는 관계로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아서 재미가 없더군요.
그외 볼만한 방송으로는 공영방송으로 3SAT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연합으로 방송하는 ARTE도 예술영화들을 많이 보여주고요. 그리고 제가 즐겨보던 방송 중의 하나로 독일의 음악방송인 VIVA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독일 유학가서 TV만 본 것 같네요 ㅡ.ㅡ;;
2004.07.11 15:33:11
아, 그곳에도 일일드라마가 제법 방송되누만.
아마 내가 독일어가 짧아서 그런 데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인지
공영방송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외에도 별로 발견하지 못했으니,
무식한게 용감하게 말했구먼.
arte는 프랑스와 공동 운영이오?
그런 방송이 우리에게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오.
유럽 방송이 한국에서는 무선으로도 잡히지 않소?
아마 내가 독일어가 짧아서 그런 데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인지
공영방송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외에도 별로 발견하지 못했으니,
무식한게 용감하게 말했구먼.
arte는 프랑스와 공동 운영이오?
그런 방송이 우리에게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오.
유럽 방송이 한국에서는 무선으로도 잡히지 않소?
2004.07.14 06:51:28
유럽방송이 한국에선 잡히지 않지만, 유럽에서 한국방송은 시청이 가능합니다~
몇년 전 부터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sky이라는 교포가 하는 방송사에서 한국방송을 위성을 쏴주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의 공영방송들의 인기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재방송하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아리랑TV도 함께 송출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물론 유료구요. 덕분에 요즘 유럽쪽 교민들도 편안하게 한국방송을 시청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지내는 교포 할머님댁에 방문했을 때 그 방송을 직접 보기도 했죠. 한타임 늦음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구요. 전체적으로 한국 방송 베스트 재방송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반면 아직까지 유럽방송이 한국에선 잡히지 않습니다. 위성의 위치가 달라서 직접적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구요. 다만 인터넷으로는 유럽방송 시청이 가능합니다. 독일쪽 방송들도 몇개는 (주로 공영방송과 뉴스관련 방송들) 인터넷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몇년 전 부터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sky이라는 교포가 하는 방송사에서 한국방송을 위성을 쏴주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의 공영방송들의 인기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재방송하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아리랑TV도 함께 송출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물론 유료구요. 덕분에 요즘 유럽쪽 교민들도 편안하게 한국방송을 시청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지내는 교포 할머님댁에 방문했을 때 그 방송을 직접 보기도 했죠. 한타임 늦음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구요. 전체적으로 한국 방송 베스트 재방송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반면 아직까지 유럽방송이 한국에선 잡히지 않습니다. 위성의 위치가 달라서 직접적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구요. 다만 인터넷으로는 유럽방송 시청이 가능합니다. 독일쪽 방송들도 몇개는 (주로 공영방송과 뉴스관련 방송들) 인터넷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독일 제 2 공영방송(ZDF)의 경우는 일요일 오전에 예배실황 전체를 중계해 줍니다. 그리고 개신교와 카톨릭이 돌아가면서 방송을 하죠. 보통 1시간 정도 방송해주고 예배의 처음부터 마칠 때까지 전부 방영해 줍니다. 보통 지역교회들을 순회하면서 방송을 하고, 녹화테입을 따로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독일에 일일드라마 많습니다~ RTL의 GZSZ(Gute Zeiten, schlechte Zeiten)의 경우는 십수년간 이어져오는 일일 방송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독일의 스타급 연예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가기도 했죠. 그리고 공영방송인 ARD나 ZDF경우는 일일 방송보다는 시리즈 물로 유명하죠. 그 중의 하나가 우리 나라의 수사반장급 정도 되는 "형사 데릭"이라는 형사물이죠. 요즘은 이전에 했던 방송을 재탕으로 돌리고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