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대중교통



베를린의 대중교통으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크게 영업용 택시와 지하철과 버스가 있는데, 지하철과 버스는 하나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없다. 우선 택시 제도부터 아는 대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택시는 기본적으로 모두 콜 택시였다. 손님이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면 그 시간에 맞추어 택시를 보내주었다. 또는 손님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택시 대기소가 있어서 그런 곳에서도 택시를 잡을 수 있으며, 그런 곳에는 택시 전용 전화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서 손님들의 전화가 직접 이곳에 연결되어서 택시 운전사는 전화 소리를 듣거나 불빛을 보고 손님의 전화를 받게 된다. 베를린에서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20년 전 쾰른 시절의 경험에 의하면 모든 공중전화에는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에 손님이 이 공중전화 부스에서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면 자동적으로 그 앞으로 택시가 오게 되어 있어서 굳이 장소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좋았다. 택시 운전사들은 물론 독일 사람들이 제일 많겠지만 터키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내가 베를린에 머무른 동안 승용차가 있었기 때문에 택시를 직접 이용한 적이 없었지만, 돌아오는 날 한번 택시를 탔다. 짐을 제법 많이 실을 수 있는 택시를 골라 탔는데, 알트모아빗 야곱가(街)에서 테겔 공항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대충 2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는데 2천원 정도의 팁을 보태서 주었다. 이미 아는 분들이 있겠지만 독일의 영업용 택시는 한결같이 승차감이나 안전도에서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메르체데스 벤츠로서 진한 미색으로 되어 있다. 그들 운전사들도 영업실적에 따라서 수입이 달라지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일텐데 별로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난폭 운전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어봐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 자체가 그런 탓이리라.

베를린에서는 승용차가 없을 경우나 또는 택시를 타지 않을 경우,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지하철과 버스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곳까지 얼마든지 갈아타면서 다녀올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예컨대 동대구에서 성서 계명대학교까지 간다고 할 때 표를 한 장 끊으면 지하철을 차고 반월당에 내려서 책방에 들려 한 시간쯤 책을 고른 다음에 다시 버스를 타고 성서까지 가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무슨 표를 끊느냐에 따라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가장 싼 것은 편도용이고, 그 다음을 왕복용, 그 다음은 24시간 동안 마음대로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는 표가 있다.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대충 2만원 정도 가격의 가족용 표를 끊으면 하루 종일 4명의 가족이 마음대로 베를린 시내의 대중 교통을 사용할 수 있다.

요금 지불 방식은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독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정기권이다. 그 정기권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일반 정기권으로부터 시작해서 주말에만 사용하는 정기권이나 또는 가족이 번갈아 가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정기권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탈 때는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산 다음에 승차한 일시를 확인하는 기계에 넣었다 다시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마음대로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된다. 버스를 탈 때는 이미 표가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앞문으로 승차한 다음 운전기사에게 직접 돈을 주고 표를 받아 지하철을 탈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를 찍어야 된다. 이미 표를 갖고 있는 사람은 버스의 중간 문을 사용해서 타고 내리면 된다. 단 저녁 7시(?) 이후에는 모든 사람이 앞문으로 승차하면서 표를 운전기사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따금 검표원이 버스나 지하철에 들이닥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만약 불법 승차가 발각되는 경우에는 10배(또는 50배?)의 벌금을 내야한다.

한국에서 대중 교통을 사용하던 사람이 베를린에 가게 되면 그 철저성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물론 다른 도시도 대게 그렇지만 정류장에 게시되어 있는 시간표에서 거의 일분도 착오 없이 버스가 운행한다. 러시 아워인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는 매시간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그 이외의 시간에는 10분이나 15분 간격으로 시간표가 정해져 있으며, 특히 심야 시간에도 간격이 뜸할 뿐이지 버스가 끊어지는 일은 없다. 손님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버스는 새벽 두, 세시에도 정확하게 그 정류장에 섰다가 정확하게 떠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난폭 운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내가 가끔 하양에서 대구 시내에 나갈 때 518번 좌석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안해서 도저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이다. 시간단축을 위한 지그재그 운전, 신호위반, 지나친 크락숑 사용, 더구나 요즘은 승객들의 핸드폰 벨소리 때문에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곤 한다.  

베를린의 대중교통과 대구의 대중교통이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의 버스회사는 개인 소유이지만 베를린의 버스회사는 시에 속해있다는 데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인간성에 다른 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시스템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는 말이다. 베를린의 버스 기사들은 손님을 많이 태우건 않건 상관없이 시간만 정확하게 맞추고 손님들에게 불편한 일이 없기만 하면 정해진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직접 돈과 맞물려 돌아가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지 베를린의 대중교통 현상을 보면서 철저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중 교통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도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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