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금년 1월25일에 있었던 호주 오픈 세계 테니스 대회의 여자 결승에서 동생인 세레나 윌리엄스가 언니인 비너스 윌리엄스를 2대1로 꺾고 우승함으로써 65만 달러 정도의 우승상금을 받고, 또한 그랜드슬럼급 테니스 대회 4개에서 연속적으로 윌리엄스 자매가 결승에 올라와서 동생이 계속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당분간 이 두 윌리엄스의 승리행진을 멈출 수 있는 테니스 선수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자매가 매번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면 세계 여자 테스계는 약각 재미가 적어지겠지만, 두 윌리엄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하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더구나 테니스 인구보다 훨씬 많다고 하니 테니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현상을 이해하기 참으로 힘들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높아진 탓인지, 산악이 70% 가까운 한반도에 골프장을 세울만한 들판이 많아졌는지, 박세리 같은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골프가 테니스에 비해서 훨씬 쉽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골프는 일단 과격하지 않고 천천히 산보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나이가 든 사람들도 쉽게 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스윙 감각을 익히기만 하면 필드에 나가서 어울릴 수 있다. 그런데 테니스는 골프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움직이는 공을 쳐야한다는 점에서 야구와 비슷하지만, 야구에서는 투수의 공이 좁은 지역으로 집중되지만 테니스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상대방이 친 공이 공중으로 뜰지, 발 아래로 떨어질지, 왼쪽일지, 오른쪽일지 모른다. 테니스는 일단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역으로 기술 습득이 계속될 수 있어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나도 20년 넘게 테니스를 열심히 쳤지만 지금도 발리와 백핸드가 미숙해서 배우는 자세로 구장에 나가고 있다.

베를린에 있을 때도 테니스를 쉬지 않았다. 다행히 베를린 한인교회 목회자들 중에서 정기적으로 테니스 모임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그 모임에 들었다. 백림성결교회 성기상 목사님, 감리교회 이병희 목사님, 선교교회 한은선 목사님, 그 이외에 김용주 목사님, 신영호 목사님, 노원춘 목사님, 이렇게 나를 포함해서 일곱 사람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베를린의 서쪽 외곽지역인 슈판다우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에 모였다. "슈판다우"는 우리의 구(區)에 해당되는데, 원래 베를린이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슈판다우에서 남서방향, 자동차로 2,30분 정도 가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승전국 대표자들이 모여 회담을 연 포츠담이 있다. 다섯 면이 있는 슈판다우의 실내 테니스장은 밑바닥이 카펫에다가 특별한 고무재질로 만든 인공 모래가 깔려있어서 테니스 하기에는 상태가 좋았다. 2시간 정도 운동을 한 다음, 사우나에서 20분정도 몸을 풀고(믿거나 말거나 이곳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는 것으로 테니스 운동은 끝나지만, 대개의 경우에 우리는 근처의 단골 이탈리아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한 사람당 10마르크(6천원) 정도면 충분히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간혹 자축할 일이 있는 목사는 식후에 한 사람당 3천원짜리 카푸치노 커피를 샀다. 테니스장 한 면당 사용료는 절기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평균 시간당 1만5천원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지만 2000년도에는 마부르크에서 학위 논문을 쓰면서 마부르크 한인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던 후배 이찬규목사와 만날 때마다 자주 시간을 함께 보냈던 마부르크의 테니스장은 그 지역의 테니스 동호인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대개는 연회비로 받지만 면이 비어있기만 하면 외부 손님들도 사용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은 실내에 2면, 실외에 6면으로 되어 있다. 초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는 주로 실외(클레이) 구장을 사용하고 겨울과 봄에는 실내 구장을 사용한다. 그런데 독일 날씨가 워낙 불규칙하기 때문에 실외구장을 사용할 기회는 좀처럼 자주 오지 않는다. 모처럼 좋은 날씨의 주말이면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몇 게임씩하고, 그곳에 딸려있는 식당에서 맥주나 사과주스를 마시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녁식사까지 한다. 그 식당의 주방장은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요리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테니스와 상관없이 먹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은 독일과 달리 해물을 많이 쓴다.

테니스는 독일에서도 상류층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어도 비교적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는 고급 운동에 속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이런 클럽의 테니장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 대신 대학교측에서 쿠폰제로 값싸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곳으로는 퀼른대학교와 뮌스터 대학교가 그렇다. 아마 다른 지역의 대학교도 그런 유사한 제도가 있긴 하겠지만.

테니스 동호인들의 친선 테니스 게임에서 독일 사람과 한국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차이 두 가지: 그 사람들은 젊은이나 늙은이나 구별없이 주로 단식 경기를 하지만, 우리는 한결같이 복식만 한다. 그 사람들은 경기가 잘 풀릴 때나 그렇지 못할 때나 상관없이 화가 난 듯 입을 다물고 공만 치지만, 우리는 잘되면 잘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많이 떠든다. 슈판다우에서 독일 사람들의 짜증스런 눈초리를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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