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한인교회



베를린에는 열 댓 개의 한인 교회가 설립되어 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하나님의 성회(순복음) 등, 한국의 중요 교단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에도 역시 이런 교단에 속한 교회들로 꾸려져 있다. 나는 물론 백림성결교회에 협동목사로 주로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베를린의 모든 한인교회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한인 교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안에 있는 교회도 교인 수나 구성, 재정능력, 목회자의 수준(?)에서 매우 다양한 것처럼 베를린 한인교회도 역시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교회를 싸잡아 도매금으로 가타부타 말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경험한 백림성결교회를 중심으로 그저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한다.

미국의 한인교회 중에는 어엿한 교회당을 확보한 교회가 꽤 된다고 하지만, 독일의 한인교회는 한결같이 독일 교회에 세 들어 살고 있다. 한인들이 베를린에서 독립적인 교회당을 소유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모두가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일 것이다. 베를린에서 제일 규모가 큰 교회는 순복음 교회라고 하는데, 그 교회가 단독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실한 기억이 없다. 백림성결교회도 베를린의 남쪽에 자리한 한 작은 독일 교회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월세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듣기는 했는데 지금은 다 잊었다. 그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성기상 목사님이 다른 교회보다 훨씬 일찍 교회를 시작했기 때문에 독일 교회와 관계된 여러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도 있고 해서 상당히 파격적으로 싸게 교회당을 임대 사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통독 이전에는 그래도 독일 교회가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서 한인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교회당을 빌려주었다고 하는데 통독 이후에는 자기들을 위한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탓인지 한인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사용료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독일 교회는 우리처럼 신자들의 헌금이 아니라 국가 재정으로 유지된다. 한 사람이 주민등록을 할 때 개신교로 기재하면 종교세가 원천 징수되어 종교청(?) 안에 있는 개신교 감독 기관으로 간다. 그 금액이 아마 자기가 내는 세금의 1%라고 들었다. 그러니까 근로소득세의 1%가 종교세로 징수되어 교회 관련 비용을 충당하는 셈이니까 사실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 아무리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종교생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또한 실제적으로 교회에 나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종교세를 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독일 교회가 WCC 재정에서 감당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목사들이 거의 대학교 교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받을 정도로 재정이 탄탄했던 독일 교회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통독 이후 구 동독 지역의 교회당을 수리하거나 재건축하는 데 지출이 심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한인교회들에게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그들 스스로 가능한 대로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림성결교회가 세 들어 있던 그 교회의 예를 들면, 겨울철이면 보일러 비용 관계로 본당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11월에서 다음 해 4월까지 거의 6개월을 독일인들은 본당에 붙어있는 작은 기도실에서 모이고, 한인들도 별 수 없이 별채의 식당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렇다고 해서 한인들이 난방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 아마 독일교회에서도 신자들이 많이 모이기만 한다면야 비용이 들더라도 본당에서 모이겠지만 별로 할 일이 없는 소수의 노인 은퇴자들만 모이는 주일예배를 위해서 본당에 보일러를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베를린의 한인교회의 형태는 주일예배를 오후에 드린다는 것 말고는 한국 교회와 거의 똑같다. 새벽기도회, 삼일기도회, 구역예배, 성가대와 주일학교, 십일조, 각종 감사헌금 등등, 거의 똑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한인교회도 역시 그렇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의 멘탈리티가 그렇게 자주 모여서 인간적인 연대감을 확보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인교회의 구성원은 교회의 특성에 따라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생활하던 교민들과 직장문제로 잠시 머물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유학생들이다. 대사관이나 영사관 직원들, 한국 상사직원들은 잠시 있다가 돌아가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교회에 나오고 있으며, 유학생들도 역시 공부하는 게 워낙 급하니까 신앙생활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 그런데 주로 6,70년대에 간호사와 광부로 독일에 나왔다가 정착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교회생활에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에서 볼 수 있는 갈등이 그곳에서도 똑같이 재연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한인들이 독일의 주류 사회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간혹 1.5세대나 2세대에 속한 젊은이들 중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된 이들이 있긴 하지만 아주 극소수라는 이런 겉모습만이 아니라, 이들이 오랜 세월 보수적인 독일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온 삶의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방어적이며 동시에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그 내면의 의식구조가 훨씬 불안하게 보였다. 이게 나의 오해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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