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30

 

      제 4 . 기억회복, 혹은 제정신이거나

 

      1-1. 서론 - 대통령과 단풍나무 

 

      단풍나무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는 인연이 있다, 그것도 두가지씩이나.

       우선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자. 

      

       <마운트 버넨에 있는 조지 워싱턴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 그 저택 관리인이 건물이나 정원

       에 대해 이승만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 설명을 듣고 있는 그는 오히려 설명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보충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미국 기자가 물었습니다.

        -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는 어떻게 해서 이 저택을 그리 잘 알고 계신지요?

        - 아하하. 내가 이곳을 처음 찾아온 것은 1905년이었소. 그때 이 거리를 안 다녀본 곳이

           없지. 아마 그때 당신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 아하하하.(사람들의 웃음 소리)

  - 아하하. 이리로 등청하시오.

  - .

  - 바로 이 자리에 장미 2포기가 나란히 피어 있었소.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꽃송이가

     크고  빨갰소.

 

  이승만은 신문기자들에게 오히려 안내하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지고 온 단풍나무를 기념으로 심었습니다. 기념식수가 끝난 뒤.

   - 이 나무를 일본단풍이라 부르지 마시오. 이것은 왜소한 일본단풍과는 전혀 다른

      순수한 한국 단풍인 것이야. >

 

 [동아방송 (DBS),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아이젠하워로부터 일본과의 국교제안, 1970.12.07 방송]

 

이승만 대통령이 방미중에 조지 워싱톤의 생가에 들러 단풍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는

말이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독립하여 나라를

세운 뒤, 그러니까 조선 시대에서 얼마 지나지 않는 시점이다. 그런 이승만에게

단풍나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아시는 것처럼 이승만은 은근히 자기가 이씨 왕조의 후손임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을 법한데, 그에게

단풍나무는 어떤 의미를 가졌길래, 단풍나무를 기념식수로 사용했을까?

 

만일, 그가 단풍나무를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변절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 나무를 거기에 심었을까? 게다가 이 나무는 일본단풍이 아니라, 순수한

한국단풍이라는 호언까지 덧붙여서?

 

아니리라, 이승만에게 그런 생각은 없었다. 단풍나무는 그에게 결코 변절의 상징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한사람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단풍나무와 관련한 인연. 김영삼 대통령이다 

 

때는 1995년이다, 그러니까 조선시대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중국의 국가주석인 장쩌민(江澤民)이 한국을 방문하여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뒤뜰을 산책하면서 북악산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보고 두목(杜牧)이라는 당의

시인이 읊은 산행(山行)의 한 구절을 읊조렸다.

 서리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더 붉구나 (霜葉紅於二月花)”

 물론 중국말로.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둘러보며 딴소리를 했다.>

              ( <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7)

 

단풍나무는 김영삼대통령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물어보면, 아마 이런 대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씰~데 없는 소리 마라카이!!”

 

그렇게 두 대통령이 단풍나무를 보면서 보인 행태는 다르다.

한 사람은 일본단풍이 아니라, 한국단풍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대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그저 무념무상(無念無想)(?).

 

그렇게 대조적인 반응이지만그 누구도 단풍나무에게 변절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붙이지는 않았다, 분명히.

 

그럼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예전에는 어떤 반응들을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을까? 

과연 그들이 말한 것처럼, 단풍나무는 변절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을까, 아니면?

 

아, 참! 위에서 말한 장쩌민 주석이 읊었다는 시, 앞으로 중국의 시를 다루는 항목에서 다루겠지만, 여기서 잠깐 읽어보고 가보도록 하자 

 

   산행(山行) - 두목(杜牧) 당 말기 시인(803-853)

 

   遠上寒山石俓斜 (원상한산석경사)

              - 멀리 사람없는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白雲深處有人家 (백운심처유인가)

              - 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停車坐愛楓林晩 (정차좌애풍림만)

             -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숲을 보니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붉고나.

 

한창 봄인데, 과연 봄꽃보다 단풍잎이 더욱 고울까?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