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34

제 4 장. 기억회복, 혹은 제정신이거나

1- 5. 엽()자 한 자를 들여다보라  

 

한자(漢字), () 자를 보라

풀 초() 와 나무 목() 자 사이에 무엇이 보이는가? 바로 인간 세()자가 들어있다.

나무와 풀 사이에 세상이 들어 앉아있다.

즉 나무와 풀을 보면, 그 안에 인간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들어 있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엽자를 보며 찾아 볼 수 있는 이치는 무엇일까?

 

우선 落葉歸根(낙엽귀근)의 이치이다.

떨어진 잎사귀는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말, 落葉歸根(낙엽귀근)에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을 다하면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잘 담아 놓았다

그런데, 歸根이란 말은 어디에서 멈출까? 뿌리는 더 깊이 내리고 싶은 속성이 있지 아니한가?

그렇게 뿌리로 돌아간다는 말은 뻗고 뻗어 다시 노자(老子)에 닿는다.

노자의 도덕경 16장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妄作凶, 知常容, 容乃公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대저 만물은 무성하지만 각각 그 근원에 돌아간다.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한다. 이를 일러 생명을 회복하는 것(復命)이라 한다생명을 회복하는 것을 ‘영원함’()이라 한다.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이 흉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영원()을 알면 포용하게 되고, 포용하면 공평하게 되며, 공평하면 왕이 되고, 왕이 되면 하늘과 같게 된다. 하늘과 같게 되면 곧 도()에 이르고, 도에 이르면 오래 갈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는 이치가 거기 있는 것이다.>

 

또 엽(葉) 자를 통해 볼 수 있는 이치는 무엇일까? 

一葉知秋(일엽지추)라는 이치, 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것. 

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옴을 알듯이 사물의 일단을 앎으로써 대세를 미루어 안다는 말이다.

(= 一葉落天下知秋)  같은 뜻으로 梧桐一葉(오동일엽)이란 말도 있으니, 오동 한 잎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아는 것은 엽(葉)자가 주는 또다른 지혜이리라. 

 

그런 글자를 바라보면서, 그 글자 너머 세상이치를 음미하며 살았을 사람들이 계절이

변하여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어감을 보면서, 그것을 변절의 의미로 새겼다고 어찌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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