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7. 6. 22 자 기사입니다. )

당연시 여기는 관행과 신념, 과연 성경적인가… 오세용 ‘사람에게…’ 外  

[2007.06.21 17:30]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혼란스럽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어떤 게 옳고 어떤 게 그른지에 대한 판단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나온 두 권의 책이 주목을 끈다.

먼저 ‘분별력’은 거짓과 오류가 들끓는 현대 기독교에서 몇 가지 현안을 택해 진실과 참됨을 가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는 세속적 리더십에 포장된 영적 리더십의 상황을 소개하고 소위 이 시대 영적 리더십 전문가들의 주장을 공박하면서 영적 리더십은 성령 하나님에게만 있음을 공표한다.

◇ 분별력/존 맥아더 외 지음, 이경미 옮김/엔크리스토

진리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기독교의 진리, 즉 하나님의 복음에 관련한 교리는 절대로 변할 수 없고, 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현대 기독교계에서는 이에 대한 개념이 점점 희석돼가고 있다. 심지어 종교다원주의와 다양성이라는 허황된 명분을 내세워 도저히 수용해서는 안 되는 것까지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때 하나님의 진리를 구별해서 판단해내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성경적 분별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운동이다. 그러지 않으면 교회나 성도들도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기독교계에서 교회일치를 위한 타협과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성화론, 양적인 성공주의를 향한 열망이 계속 살아 꿈틀거리면 걷잡을 수 없는 영적 재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에 미국 그레이스교회 담임목사이면서 걸출한 신학자이자 저술가인 존 맥아더와 그의 동역자들이 나름대로 필봉을 들고 나섰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진리에 비추어 몇 가지 현대 기독교의 쟁점으로 떠오른 현안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인기에 영합한 쉽고 편한 설교에서부터 '목적이 이끄는 삶' 같은 베스트셀러의 분석, 하나의 예배의식으로 자리잡은 강단 초청, 교회에서도 당연시되고 있는 성도들의 소비자 권리의식 등의 문제를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맥아더를 비롯한 8명의 저자가 저마다의 특기에 따라 글을 써 얼개를 짰다. 내용은 목차만으로도 대충 알 수 있다.

1부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시대에 분별력 키우기'에서는 먼저 성경적 분별력을 위한 각성을 촉구한다. 그리고 유리 같이 매끈하고 반질거리는 설교의 맹점과 위험성을 다룬다.

2부 '기독교 서적에 대한 분별력 훈련'에서는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신앙서적들의 홍수 속에서 나름대로 가려 읽고, 가려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릭 워런의 '목적이 이끄는 삶'과 존 엘드리지의 '마음의 회복'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비판이 특별한 재미를 준다.

3부 '교회 안에서의 분별력 훈련'은 많은 기독교인들의 관심사들이 두루 다뤄지고 있다. 현대 찬양음악의 허실, 강단 초청의 고찰, 정치에 참여하려는 크리스천들, 교회에서도 당연히 행사되고 있는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4부 '일상생활에서의 분별력 훈련'은 결론 식으로 분별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 주제의 일관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진리를 향한 사랑과 오류에 대한 증오를 되찾지 않는다면, 교회는 사회에서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고(롬 13:12),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자(빌 1:10)는 주장이다.

◇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오세용 지음/드림북

요즘 리더십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도 드물다. 너도 나도 온통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있어야 돈도 벌고, 지위와 명예도 얻고,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리더십 관련 책들도 홍수처럼 쏟아진다.

여기까지는 좋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한다는데 누가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독교계에선 리더십이라는 낱말 앞에 '영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특별한 영역을 만들어 다루고 있다.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특히 목회자를 비롯해 나름대로 스스로를 지도급이라고 여기는 크리스천들의 관심은 더욱 각별하다. 리더십 관련 주제만큼 인기 있는 책이나 강연도 없다. 이를 통해 이름을 크게 날리고 있는 이들도 여럿이다.

책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영적 리더십의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밝혀나가고 있다. 과연 리더가 교회에 유익하기만 한 존재인지, 영적 리더십 이론을 열심히 따르는 목회 현장의 리더는 어떤지, 영적 리더십을 갖춘 목회자가 과연 교회를 성장시키는지, 영적 리더십을 다루는 이론이 진실인지, 진실인가에 앞서 사실이기는 한지…. 그러면서 결론을 찾아낸다. 사람에겐 영적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영적 리더십은 오직 성령 하나님께만 속한 것임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는 영적 리더십 이론을 다루는 이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고백해야 함을 주장한다.

책은 예사롭지 않다. 위의 설명만으로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완전 딴판이다. 영적 리더십 주창자들에게 무섭게 비판의 칼날을 번뜩인다. 국내외 소위 전문가라 하는 이들의 주장과 이론에 가차없는 반론을 가하고 있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몇몇 한국 목회자와 미국의 존 맥스웰, 빌 하이벨스 목사 등이 그 대상이다.

사실 남의 험담만큼 재미 있는 게 없다고 하지만 리더십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저서나 행적을 뒤쫓으면서 그들의 허점이나 맹점, 거짓과 오류 등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것도 법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가 풍부한 역사 문학 교양 지식을 동원해 따져드니 설득력까지 높다.

책은 리더십이라는 한 분야만을 다루고 있지만 전해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먼저 내용의 참과 거짓을 떠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격 대상이 됐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게 되면, 국내 기독교계에도 전에 없었던 토론과 견제의 문화가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진 못하더라도, 소위 인기 저자나 강사들로 하여금 한층 책임감 있는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누구의 작품이나 집회라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성도들에게도 반성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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