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脚註) 없이 성경 읽기' (14) – 과부의 두 렙돈 기사는 헌금강조용인가?  

눅 21: 1- 4

누가복음 21장 1- 4절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과연 이 본문이 헌금에 관한 것일까, 헌금을 강조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래 들어온 설교들이 모두 그랬기에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본문을 들어 말씀하시기를 이 과부처럼 정성껏 혹은 가진 것 전부를 헌금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을 보니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의 연보궤에 연보 넣는 것을 보시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넣는 것 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크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주님께서 공개적으로 칭찬하신 일이 이것이니 우리가 헌금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칭찬해도 되지 않는가?”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진 소유의 비율을 볼 때 과부가 바친 헌금은 전부입니다. 다른 부자들은 많이 바쳤습니다. 과부가 바친 돈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의 거액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의 바친 많은 금액은 한마디도 칭찬하지 않고, 이 과부가 바친 적은 것은 왜 칭찬하셨을까요? 우리 인간들은 단순히 액수의 많고 적음만 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비율적으로 헌금액수로 보신 것입니다.”

그런 해석이 내리는 결론은 다음과 같이 명쾌합니다.
“결론적으로, 예수께서 하신 이 헌금 평가의 말씀을 성경에 기록하게 하신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 말씀은 또한 오늘 우리의 헌금 생활을 반성하라는 뜻이 있지 않겠는가? 저 가난한 과부를 본받자. 하나님을 우리 영혼의 구주로 참으로 믿고 그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가장 좋은 것을 그에게, 그를 위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하나님의 은혜로 저 가난한 과부처럼 정성의 헌금을 하나님께 드리는 자들이 되자.”

이 본문이 과연 그러한 말씀인가 생각해보려고, 몇가지를 관찰하여 보았습니다.

본문 3절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두렙돈 헌금하는 과부를 본 후에 그 일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하신 대상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본문이 마가복음(막 12: 41-44)에도 기록이 되어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에게 말씀하셨는가 하면 “예수께서 제자들을 곁에 불러 놓고서” (막 12 :43)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만 말씀하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자, 얘들아 내가 오늘은 너희들에게 헌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마…. 내가 오늘 성전에 갔더니…’  하면서  제자들에게 헌금은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셨을까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사람들입니다. 정말 그들은 금과 은도 없거니와 두벌 옷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헌금을 할래야 헌금을 할 돈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헌금을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를, 앞으로 너희들이 성도들을 관리할 때에 그들에게 이렇게 헌금을 하도록  가르치라고 하실 리도 없습니다.

또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실 당시로 돌아가 봅시다.
듣는 사람이 제자들이건, 아니면 다른 사람이든 유대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가난한 과부가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저 사람들은 다 넉넉한 가운데서 자기들의 헌금을 넣었지만, 이 여자는 구차한 가운데서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털어 넣었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예수님 앞에서 그 말씀을 듣고 있는 유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먼저 했을까요?
‘아하, 저 여자가 생활비 전부를 헌금했으니 나도 헌금을 그렇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떠오를까요? 아니면
‘아니, 그렇게 생활비 전부를 헌금해버리면 그 여자는 무얼 먹고 산다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떠오를까요?

아마 유대사람이라면 당연히 첫 번째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잘 알고 있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고아와 과부는 특별 보호대상입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과부를 돌보라고 말씀하신 것을 잘 알고 있는 유대인들이 그 과부가 가진 생활비 전부를 헌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잘했다, 나도 그 여자를 본받아 헌금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당시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도대체, 그렇게 헌금을 해버리면 그 여자는 무엇을 먹고 산단 말입니까? 그 여자가 누구입니까? 우리가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또 이런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서기관들은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 어떻게 가르쳤길래, 그 여자가 자기 생활비 전부를 헌금을 한단 말입니까? 서기관들과 부자들은 과부가 그렇게 헌금을 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 있었습니까?’  

따라서 본문의 말씀을 예수님께서 헌금을 중요시 여겨 사람들에게 헌금을 가르친 말씀이라고 가르친 것이라 한다면  
예수님을 이상한 분으로 만드는 결과가 되어버립니다.
이 본문은 결코 헌금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씀을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면, 한마디로 예수님을 욕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문맥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럼 오늘 본문의 앞뒤 문맥을 한번 살펴봅시다.  
누가복음 21장은 20장에 이어서 나오고 있으니 20장 마지막 구절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20장 45절-47절입니다.
47절, 그들(서기관)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고…  

원래 성경이 쓰여질 때에는 장, 절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장을 나누고 절로 구분하여, 성경을 찾고 읽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장에 기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경우 본문의 말씀은 바로 앞에 나오는 말씀과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같은 내용을 기록한 마가복음에서는 과부의 두 렙돈 기사가 12:41-44에 나오고, 그 다음 장인 13장 1- 3절까지는 성전이 무너진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20장 45절부터 예수님은 다가올 심판, 예루살렘의 멸망, 말세의 징조 등에 대하여 말씀하시는데
맨 먼저 46절에서 율법학자들인 서기관들을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본문말씀의 바로 뒤(눅 21:5—6)에서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이 세 개의 구절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서로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20장 45- 47 서기관 …과부
21장 1- 4절  과부 …두 렙돈 헌금
21장 5절  성전 ..미석과 헌물
21잘 6절 성전 ….무너짐

그러니 이렇게 말을 이어가며 뜻을 해석해야 합니다.
20장 47절 율법학자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삼키고…
21장 4절 (가산을 뺏긴) 과부들은 구차한 가운데서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털어 헌금을 하고….. ..
21장 5절 (그러한 과부들은 돌보지 않고) 성전은 과부가 헌금한 헌물로 호사스럽게 꾸며지고 ….
21장 6절 그러한 성전이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이렇게 연결이 되어, 과부들의 가산을 삼킨 율법학자들에게 경고하심으로 시작하여 성전이 무너질 것이다, 라는 무서운 경고의 말씀을 하시는 중인데 중간에 본문을 뚝 떼어내어 헌금을 잘 하라는 것이다, 라고 해석한다면 이 얼마나 엉뚱한 해석입니까?

그러니 오늘 본문 과부의 두 렙돈 헌금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헌금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과부 즉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고, 또한 교회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성전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골몰하여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는 교회를 향하여 경고하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하여 딴 짓만 하면 교회를 허물어 버리겠다, 는 경고의 말씀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한국 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면,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특별히 본문 말씀이 교회 개혁을 위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교훈을 찾기는커녕 이 본문을 거두절미하고 뚝 떼어 내어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조하는 말씀으로 오용하고 있으니, 정말로 한국교회가 얼마나 매(?)를 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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