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脚註) 없이 성경읽기

- 누가, 기도행전(行傳)을 쓰다 (1) / 행 2:42

사도행전과 누가복음을 기록한 누가에게 궁금한게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것도 물론 궁금했겠지만,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왜그렇게 변했나 하는 점입니다. 듣기로 무식하고 겁많다던 사람들이 자기들이 스승이라고 따르던 예수님이 사라지자 갑자기 용감해져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증거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 ‘아 여기에 무언가 뒤에 숨겨진게 있구나,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는 의사 아닙니까, 그래서 의사로서의 호기심과 지적 능력으로,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눅1:3)펴 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누가는 그것을 알아내고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 누가복음– 무릇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기를 시작하심부터 그의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노라” (행 1:1-2)

이해를 돕기위해 “현대인의 성경”에서 같은 구절을 한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기록한 책에는 예수님이 자기가 선택한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여러가지를 지시하신 후에 하늘로 올리워 가시는날까지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일을 기록하였다.”

누가는 그가 관찰한 예수님의 행적을 세가지로 압축합니다.
‘행하시고’, ‘가르치시고’, ‘성령으로 지시하셨다’. 

행하셨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가 예수님 행적의 하나로 꼽았던 ‘행하셨’던 것중에, 유독 그의 눈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기도입니다.
누가의 판단으로는 ‘기도’가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사도들을 변화시켰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누가는 예수님의 행하신 일 중에 가장 먼저 기도를 꼽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다.’

누가는 이것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바로 기도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마치 좋은 것을 사가지고 온 아버지가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아들에게 얼른 내주는 심정으로, 그는 누가복음 1장에서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10절에 기도를 얼른 꺼내 놓았습니다.
세레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와 관련하여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눅1:10)라고 기록하여 놓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굳이 ‘기도’라는 말을 집어 넣지 않아도 될텐데, 누가는 ‘기도’라는 행동을 집어 넣은 것입니다. 물론 누가가 있었던 사실을 사실 그대로 적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가랴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일도 많이 있었을텐데, ‘기도’라는 행동을 집어 넣은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예수님의 기도는 아니지만, 누가의 눈에 기도는 그렇게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누가가 기도에 대해서 그리 급히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분을 위해서 다른 복음서에는 기도가 언제 등장하는지 한번 볼까요.

먼저 마태복음, 맨처음 무엇이 나옵니까?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연히 기도에 관한 언급은 늦게 나옵니다. 4장에서야 비로서 예수님이 금식하는 장면에서 기도가 암시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요한복음도 마찬가지로 늦게 등장합니다.  

그렇게 누가는 기도를 제일 먼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다른복음서와 비교하여 읽으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셨다.

예수님이 세례요한에게 세례받으실 때에도 누가복음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백성이 다 세례를 받을새 예수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실 때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의 위에 강림하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눅 3:21-22)

다른 복음서를 찾아 비교해 보겠습니다.
마태복음입니다. 3장 13 -17 절
"이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로부터 요단 강에 이르러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 하시니 요한이 말려 이르되 내가 당신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 하시니 이에 요한이 허락하는지라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자기 위에 임하심을 보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

마가복음입니다. 1장 9-11절
"그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이렇게 누가복음의 기록과 다른 복음의 기록은 다릅니다. 누가는 유독이 기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는 제자들을 택하실 때에 기도하셨다.

또한 제자들을 택하실 때에 다른 복음서에는 기도했다는 말이 전혀 없는데 비해 누가복음에는 “이때에 예수께서 기도하시려 산으로 가사 밤이 맞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시고 밝으매 그 제자들을 부르사 그중에서 열둘을 택하여 사도라 칭하였으니 “(6:12)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택할 때에 밤을 새우는 철야기도를 하셨다는 기록입니다.
반면 다른복음서에는 이때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 열두제자를 부르사 더러운 귀신을 쫗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약한 것을 고치는권세를 주셨더라 열두사도의이름은 이러하니 ……”(마 10:1)

그렇게 예수님이 기도했다는 기록을 누가는 많이 남겨놓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론 예수님이 기도하셨으니까 그렇다고 기록했겠지만, 그보다는 기도가 어떤 역사를 나타난다 생각하고 그는 그가 기록한 성경에 기도와 관련한 기사를 많이 집어 넣은 것입니다.

과연 제자들은 기도했을까?

특히나 예수님은 기도의 모범을 보임으로서 제자들도 같이 기도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바람을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누가는 예수님의 기도와 제자들의 기도를 대비하여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예컨대 누가복음 22장의 기록에서 그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기도하시던 모습을 보고 배우던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예수님처럼 열심히 기도를 하였을까요? 하나님의 아들인 신분으로 예수님께서 기도를 하셨으니 제자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오히려 기도하라고 하니 잠만 자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눅 22장 39절로부터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 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더니 그 곳에 이르러 그들에게 이르시되 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하라 하시고그들을 떠나 돌 던질 만큼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여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천사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더하더라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 기도 후에 일어나 제자들에게 가서 슬픔으로 인하여 잠든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자느냐 시험에 들지 않게 일어나 기도하라 하시니라"  (눅 22:39-46)


 

누가복음에는 안타깝게도 제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누가는 누가복음에서는 제자들이 기도하는 장면을 한번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들은 기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 결과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기도하지 않은 결과, 처참한 실패자의 모습으로 제자들은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제자들이 다 예수를버리고 도망하니라. 한청년이 벗은 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오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막 14:50-51)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비록 이러한 실패자의 모습으로 제자들은 일관했지만,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요 16:13) 하신 바대로, 성령님이 임하신후 그들에게 무언가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내가 먼저 기록한 책에는 예수님이 자기가 선택한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여러가지를 지시하신 후에 하늘로 올리워 가시는날까지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일을 기록하였다”(행 1: 1-2)

예수님이 이 땅에 계실 때 무엇을 하셨던가 생각이 났고, 그제서야 그들은 예수님의 기도하시던 모습을 기억해 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세상 계실 때에 기도하시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던 모습 중에서, 가장 감격적인 장면을 누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 “ (행 2 : 42) (개역 한글)

그렇게 기도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기도하는 가운데 한 마음이 되었고,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처럼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굳게 뭉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기도하기를 전혀 힘썼다.

그게 바로 기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 “ (행 2 : 42) (개역 한글)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
어떻습니까? 말이 재미있지요? ‘전혀’라는 단어가 전혀 어법상 어울리지 않지만 오히려 기도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다른 번역은 너무 밋밋할 정도 입니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개정개역)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몰두하며, 서로 사귀는 일과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힘썼다." (표준새번역)

 

사도행전과 누가복음을 통하여 누가는 기도에 대하여 기록하기를 힘쓰고 있는데, 누가의 뒤를 따라가며 기도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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