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재회

며칠 전에 저는 거의 30여년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 하나를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희한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희한한 재회는 미국에 있는 김사장으로부터 메일을 받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김명곤 사장이란 분은 미국 프로리다에서 한국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분입니다. 제가 그분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에서 한국신문을 주간(週刊)으로 발행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발행한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나이도 모르고 어떤 분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저의 글에 관심을 가지고, 저의 글(영적 리더십)에 공감을 하는 독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공감의 표현으로 저의 글을 그 신문에 연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8월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저의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시리즈가 미국에서 발행되는 어떤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편집자와 연락을 해 본 결과, 제가 그때 당시 글을 올리고 있던 매체의 편집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제 글을 전재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를 알려주면서 바로 거기에서 글을 옮겨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주 한편씩 저의 글이 그 신문에 실리고 있었습니다.
http://www.koreaweeklyfl.com

그 뒤로도 계속하여 저의 글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면서 지내오고 있었는데 그런 김사장으로부터 메일이 온 것입니다. 제 글에 관한 의견을 보내 온 메일이었는데 그 중에 이런 말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침 프로필 란에 들어와 보니 저의 고향에서 협동목사로 일하고 계신 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20년동안 이곳에서 한번도 고국에 못 갔는데, 정말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래서 고향 까마귀가 반갑더라고, 저도 이곳 살고 있는 전주와 저의 고향인 군산에 대하여, 그리고 거기에서 다녔던 학교 이야기를 써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답장이 오기를 자기도 거기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동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일을 회상하면서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들, 그리고 이름이 알려진 동창들 이름을 열거하면서 잠시 추억을 되살려보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같은 동문일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을 같은 공간에서 지냈던 동기였습니다.

나의 무심함을 탓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동기동창이 많다고 하지만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거의 6개월을 그렇게 지내왔던 것입니다. 서로 서로 알고 있던 동창들 이름을 대면서 추억을 되살려보니 그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그때의 모습들이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김사장은 메일에 이렇게 써 보냈더군요.
<그때 친구들이 '오세요 오세요...오세용. 놀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제가 속으로 '오세요 오세요’ 그러고 되뇌어 보았습니다.>
제 이름이 ‘오세용’인데 끝의 이름 ‘용’에서 이응(ㅇ)을 빼면 ‘오세요’가 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앞에 ‘어서’라는 말을 붙여서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라고 놀려대던 이름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저를 그렇게 그런 식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름이 특이한 탓에 덕을 보는 셈이지요. 저도 김사장에 대하여 여러 가지 기억이 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주 당당하고 대찼던 친구였습니다. <오마이 뉴스> 인터뷰기사에서 최근의 모습을 보니 아주 중후한 신사의 풍모를 지니고 있더군요. 거기에 더하여 김사장의 인생 살아온 흔적을 알게 되면서 친구의 모습이 자랑스러워졌습니다.

그 살아온 이야기를 김사장은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대학시절 서울에서 연희중앙교회에서 개척 때부터 군 제대 그리고 미국 오기 직전까지 섬기다...한때는 신학을 해 볼까도 생각했다 지금은 접은 상태입니다...1980년 5월 '광주'로 인한 충격으로 신앙에 철이 든 이후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결과 입니다. 이민교회 현실을 목격하며 생긴 결과이기도 하고요.
플로리다 대학 박사과정중에 한인교회에서 시작한 기독교세계관연구회 북한연구모임 사역 등을 해 왔고, 이곳서 뜻을 두고 남아 신문을 하면서 2년전까지 북한연구모임등을 해 오다 지금은 잠간 쉬고 있는 중입니다. 1980년 이후 제 신앙생활의 테마는 '화해'였고, 수년동안 남북화해를 위한 일에 나름의 날개짓을 해 왔습니다.  
근년 들어 저는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짧은 지금은 좀 초조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휘 사각지대에 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좋을지 고민되는 이민교회 문제로 고충도 겪고 있고요.... >

<지난해 오마이뉴스 인터뷰 사진이 있어 보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나이들어 미국서 고생한다고 2005년에 상을 주었는데 그때 인터뷰한 것입니다.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것도 포함돼 있어 보냅니다. 오마이뉴스에는 지난 2004년 미국 대선때부터 미주 및 국제 뉴스를 보내다 지금은 바빠서 조금 쉬고 있는 중 입니다....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01782

저보다 훨씬 치열하게 살아왔던 친구를 보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저와 신앙의 흐름이 같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사연이면 희한한 재회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잊었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며 정말 세상은 좁고도 좁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을 달리 가며 몇십년 동안 흩어져 살던 우리 인생이 그래도 하나님 안에서, 그리고 ‘영적 리더십’에 대한 견해를 같이 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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