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24)
존 맥스웰을 다시 본다 (5) – 그의 비전, 성경적인가?

리더십을 주장하는 분들이 차려내는 메뉴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분들은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아마 이것만은 끝까지 잡고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비전’이란 이름의 그 무엇이다. 그들이 이해하는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단한’ 그 어떤 것인데 이러한 생각은 존 맥스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번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가 따라야 할 꿈이 없다면, 우리가 성취해야 할 비전이 없다면 우리는 잠재력을 결코 발휘하지 못한다.> (열매맺는 지도자, 60)고 할 정도로 존 맥스웰은 비전의 가치를 높이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비전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그 어떤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 존 맥스웰에게 비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먼저 그가 비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 비전은 숨어있는 원동력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이다.”(리더십의 법칙, 244)
여기서 ‘숨어있는’에 유의할 일이다. 이제 ‘잠재력’이란 말은 사라지고, 흩어져서 여러 곳에서 숨어서 암암리에 역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리더십도 ‘잠재된’ 리더십이요, 비전도 ‘숨어있는’ 원동력이라고 표현된다. 그만큼 잠재력은 끈질기다.    
  
그 다음 생각해 볼 것은 왜 비전이 필요한 것인가, 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리더십 주창자들은 비전을 들고 나오는가?
비전, 그것이 없으면 자기들의 주장에 큰 몫을 담당하는 축이 없어진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비전은 그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비전이다. 비전,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비전은 리더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일뿐이다. 그래서 존 맥스웰의 책에 보면 비전은 이렇게 표현이 되고 있다.

“만일 당신이 생애를 변화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갖게 되거나…” (열매맺는 지도자, 52)  
“만일 우리가 위대한 꿈을 갖는다면, 만일 우리가 도전적인 비전을 갖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인생 궤도를 정면으로 가로막을 것이다.”(54)  
“그러나 바울처럼 만일 우리도 위대한 비전을 갖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인생 궤도를 가로막을 것이며 우리가 앞으로 되어야 할 잠재적인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보게 해줄 것이다.”(55)  

우리 생각에 비전은 백보 양보한다 하더라도 한가닥 끈일망정 하나님과 연결이 되어야만 비로소 비전이다. 그래서 비전을 받은 사람은 그 ‘비전’을 위하여 애를 써야 한다. 그러나 존 맥스웰이 생각하는 비전은 그 반대이다.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사람이 도구가 되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사람의 성공을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비전을 조직을 위하여 도구로 사용한다.  
“조직의 목적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첫째, 비전은 그 조직의 특색을 나타내는 선동구호가 된다. ….둘째, 비전은 ….새로운 통제도구가 된다. ……….비전은 각 사람의 초점을 한 데 모으는데 열쇠가 된다.”(리더십의 법칙, 245)

이런 비전의 쓰임새에 어디 하나님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가? 그에게 비전은 그저 개인의 성공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율적으로 쓰이는 한개의 도구일 뿐이다.

또한 비전은 그에게 꿈과 동일한 말이다.  
“꿈이 나를 내뻗게 했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나는 항상 농구연습을 했다. 나는 항상 자신을 내가 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본다. 비전을 지닐 때 당신은 이렇게 하게 된다.” (61)  
“바울에게 생겼던 다섯번째 일은 무엇인가 살펴보자. 그의 비전 혹은 꿈에 바울은 만족했다.” (61)
그는 비전을 나누는 것에 관련하여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열쇠는 당신 혼자만 꿈을 갖는 획득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그 꿈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는 것이다.” ( 65)  

결국 그가 말하는 비전은 하나님과 관련된 그 무엇이 아니라 사람이 바라는, 희망하는 꿈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에게 ‘꿈’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을 상담할 때 가장 많은 문제는 그들이 꿈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상실했다. 당신이 결혼생활에서 꿈이나 목적을 상실하면 곧 그 결혼생활도 상실하게 된다.”(63)

그는 꿈이란 단어를 목표나 목적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꿈은 목표요, 목적이다. 그에게 비전은 꿈이며, 꿈은 목표요 목적이니 결국 비전은 한 개인의 목표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존 맥스웰의 비전이 무엇인가를 살필 때에 그 비전이 하늘로부터 온 것이냐 땅으로부터 온 것인가를 굳이 따질 필요조차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덕수 교수는 존 맥스웰을 너무 과분하게 대접하고 있다. 김교수는 <영적 리더십의 출발점, 성경적 비전 개념의 확립>이라는 글에서 존 맥스웰의 비전이 인간 내부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것을 여러 글을 분석하여 결론짓고 있다. (자세한 것은 김광건 교수 편집, 하나님 나라와 리더십, 41 페이지 이하를 참조하시라) 그러나 필자 생각에는 그러한 분석조차 필요 없다. 그러한 분석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그의 비전은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는 ‘비전’을 이루기 위하여 어떻게 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여기서 멋진 반전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는 <열매맺는 지도자>의 “비전이 있어 누리는 승리”라는 장에서 맨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짓고 있다. .
“여기 당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움이 될만한 열두가지 훈련이 있다.” (65)
비전이 있음으로 승리를 누리게 된다고 하면서 그것을 위해서는 ‘꿈을 실현하’라고 하니 그에게 꿈은 비전과 동일한 것임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 그가 말하는 비전 곧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살펴보자. 여기서 구태여 열두가지 모두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놈이 그놈이니 말이다.

“당신의 모든 노력을, 모든 에너지를 그 꿈을 위해 발휘하라.” (66)
존 맥스웰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풍부하게 살 수 있을까요,란 질문에 돈을 많이 벌면 된다는 식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이런 항목도 있다.
“꿈에 도달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탐색하라” (67)
‘비법을 알려주마’ 하면서 사람을 불러모은 약장수가 약을 한참 팔고 난 후에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비법은 간단하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    

또 이런 것도 있다. “꿈의 실현을 위해 일상적인 기대 수준치를 뛰어 넘으라.”(66)
이 방법이 조금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방법 역시 지난번에 필자가 제시한 북경 올림픽 마라톤 제패방법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열심히 뛰어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십시오. 늦게 달리면 안됩니다. 두번째로 뛰어가는 선수가 보이십니까? 그러면 그 선수를 제치십시오, 또 일등이 눈에 보입니까? 그러면 일등도 제치십시오. 그러면 이제 당신이 일등입니다. 이제 우승의 월계관을 쓸 차례입니다.”
존 맥스웰 말인즉,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일상적인 기대 수준치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는 말을 존 맥스웰이 곱씹어 보아야 할 터인데 아무래도 시간이 없는 모양이다.    

또 다른 항목을 살펴보자.
“인생의 모든 적극적 원리들을 추출하라.” (66)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친구들은 배제시켜라.” (66)
이 두 가지 항목도 어디서 본 것 같이 낯이 익지 않은가? 그렇다, 필자가 이미 북경올림픽 마라톤 비결에서 한번 짚은 바 있기에 눈에 익다 싶었을 것이다.
“우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하십시오.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연습하십시오. 안 된다는 마음을 먹으면 절대로 안됩니다. 가급적이면 마라톤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귀를 막고 듣지 마십시오. 그리고 전략 회의 같은 데는 아예 들어가지 마십시오. 혹시라도 마라톤이 어려워, 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안되니 말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귀마개를 하고 다니십시오.”
바로 '적극적 사고방식'과 '긍정의 힘'이 어울려 만들어낸 한판의 승리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결론하여, 존 맥스웰에게 비전이란 말은 하나님과 전혀 관련이 없다. 비전은 단지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게다가 멋지게 보이기도 하니, 그래서 그 속에 무언가 있어 보인다 싶어 사람들이 모여들게 만드는 약 팔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그들만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가지 가상한 것은 다른 리더십 주창자들이 ‘비전’을 거론하면서 흔히 꺼내 놓는 잠언 29: 18의 말씀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라는 성경말씀을 존 맥스웰은 꺼내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기 비전과 하나님의 비전과는 거리가 있음을 자각한 존 맥스웰의 조그마한 배려가 아닐까? 그의 비전이 성경적이라고 오해할 사람을 위한 배려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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