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28)
- 리더십은 어떻게 행사되는가?

리더십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여 실질적으로 리더십의 본분을 다하려면 리더십은 밖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그 행사는 그저 밖으로 내 보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 전달 받은 사람이 리더의 리더십에 반응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것을 ‘리더십의 행사’라 부른다. 아무리 리더다운 리더가 되었다 할지라도 그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리더십 주창자들은 리더십을 ‘영향력’이란 말로 정의하는데, 그 영향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사되는가?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실력과 품성을 갖추고 있으면 주머니에 들어있는 향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듯이 저절로 리더십이 행사되는가?

[리더십의 행사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리더십이 행사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실질적으로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하여 행사된다. 조직을 일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그 의사 결집의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함으로써 리더십은 일차적으로 행사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된 사항이 조직의 전체에 걸쳐 시행되도록 확산시키고 추진하여야 한다. 이게 리더십이 행사되는 두번째 방법이다. 또한 정보의 제공과 통제도 리더십을 행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조직원들의 의사를 결집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리더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직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이때 설득이라든가 정보의 제공 등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끝까지 리더의 의견에 승복하지 못하는 조직원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하나로 도출된 의견에 다른 조직원들이 반발할 때에는 어떻게 할까?

[일반 리더십에서는 어떻게 리더십이 행사되는가?]

일반 리더십 이론에서는 그런 경우 ‘직위’에서 나오는 권한을 가지고 조직원들을 통제할 수 있다. 조직원들을 통제하는 것은 직위에서 나오는 당연한 권한이다. 끝까지 리더의 의견에 승복하지 못하는 조직원이 있을 경우에도, 또한 도출된 의견에 다른 조직원들이 반발할 때에도 역시 ‘지위’가 그것을 통제하는 힘을 가진다.

직위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조직에서 ‘직위’가 가지고 있는 힘은 간단히 말해서 ‘당근과 채찍’을 들 수 있다. 조직에서 쫓아내거나 징벌을 가하는 ‘채찍’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반대로 승진이라던가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당근’을 줄 수 있다. 실례를 들어보자. 군대라는 조직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항명죄 즉 명령 불복종죄에 해당한다. 영리를 위주로 하는 회사조직에서는 상위 직위에 있는 리더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는 승진이 거부된다거나 심하면 면직을 당할 수 있다. 그처럼 군대 및 기타 일반 조직에서 ‘직위’는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근거가 된다.

여기에서 리더십이론이 속해있는, 다시 말해서 리더십 이론이 나오게 되는 배경인 조직론을 잠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리더십 이론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여러 모습이 더 정확히 이해되기 때문이다. 조직이란 조직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조직이 결성될 때에 전제로 하고 있는 목표는 별도로 있다. 조직은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직이든 혹은 비영리 조직 - 심지어 자선사업을 하는 조직일지라도 - 이든 어떤 성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리더십이 개발되었다.  따라서 리더십을 그냥 ‘영향력’이라 정의하는 것은 무언가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리더십을 “조직 목표의 최적 달성을 지향하여 개인과 집단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정의하거나 “리더십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라고 하는 정의가 리더십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리더십에도 지위에 근거한 리더십을 지양한다는데…]

그런데 필자의 이런 말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일반 리더십 이론에서도 역시 지위에 근거한 리더십을 지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일반 리더십 이론에서도 역시 직위에 근거한 리더십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일반 리더십 이론에서 지위에 근거를 한 리더십을 하위의 리더십으로 간주한다거나 그러한 리더십을 지양한다고 하는 것은 직위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지만 실상은 이미 그 기본에, 지위에 근거한 리더십이 한 자락 깔려있는 것이다. 이미 지위는 확보했으므로 굳이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지위만 믿고 거기에 근거한 리더십을 주장하지 말고, 더 높은 정도의 정통성을 가지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에게 지위에 근거한 리더십을 부여하고, 리더들에게 촉구하기를 지위에 근거한 저급의 리더십이 아니라 지위를 초월한 리더십을 가지도록 하거나, 또는 보다 높은 정도의 정통성 있는 리더십을 가지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직위에만 근거해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은 저급의 리더들이나 하는 것이므로, 더 고차원적인 리더십을 행사하기 위하여 저차원적인 ‘지위’에 기초를 두는 리더십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리더십은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행사되는가?]

그러면 리더십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행사되는지 살펴보자. 그들이 즐겨 말하는 리더십의 사례로 거의 사망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살려 놓은 아이아코카의 경우를 살펴보자.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리더십, 즉 영향력을 발휘했을까?  1978년, 크라이슬러가 1억 6천만 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하게 되었을 때, 리 아이아코카가 나타났다. 그가 포드에서 해고되어 백수로 있을 때에 크라이슬러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던가? 아이아코카가 클라이슬러에 아무런 직위 없이 다만 영향력으로만 리더십을 행사한 게 아니었다. 그는 사장으로서 전 직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장으로서 리더십을 행사하였다.
만약 그가 아무런 직위 없이, 아무런 권한 없이, 단지 그가 가진 성품과 실력으로만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만한 실적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마 매일 아침 출근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문을 통과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인데 출입증이 없어 정문에서 수위에게 제지를 받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 것이다. 그는 사장이라는 ‘직위’를 가졌기 때문에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고, 자기 사무실에 앉아 중역들을 지휘하여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여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리더십이란 영향력을 그의 ‘지위’에 근거하여 행사하였다. 그렇게 그 지위에서 그는 수많은 직원들을 감원하는 등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였다. 리더십은 일차로 그렇게 행사된다. 그 누구도 그런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리더십을 지위와 분리하여, 다만 ‘영향력’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조직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의 소리에 불과하다. 리더십이 건전하게 행사되려면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의 하나 조직내에 권한이나 책임체계가 명확하고 건전한 조직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리더십의 역할은 조직에 참가하고 있는 조직원이 주어진 상황속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직 목적의 달성에 협력하게끔 유도하는 기능이다. 조직의 목적을 위하여 행사되는 리더십의 역할은 거기에서 끝난다. 일반리더십 이론에서는 리더십 이론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 사이 좋게 서로서로 역할을 분담해 가면서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협력해 나간다. 그래서 다른 분야, 예컨대 후계의 양성이라든가 리더를 양성하거나 훈련시키는 일은 리더십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역할로 넘겨주고, 리더십은 고유의 리더십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영적 리더십에서는 과연 위와 같은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리의 관심은 거기에 있다.
이상 말한 바와 같은 일반 리더십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영적 리더십을 살펴보기로 하자.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