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오스틴 비판적 읽기 - 9

제 2 장 : 오스틴의 믿음, Case study

2. 오스틴의 믿음 vs. 파블로프의 개

파블로프의 개는 러시아(옛 소련) 생리학자인 파블로프가 한 유명한 실험에서 나온 말로,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 것을 되풀이 하다가 나중에는 종만 울려도 개가 침을 흘리게 되었다는 일종의 조건반사 실험으로, 이것을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라 한다.
이 실험에서 비롯되어 흔히 '파블로프의 개'라고 하면 생각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반응하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 위키 백과사전 중에서

믿음이란 단어를 듣기만 하여도 “믿은 대로 될지어다”라는 말이 바로 떠오르는 우리들로서는, 그의 책을 믿음을 이야기한 책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 호에 말한 바가 있다. 바로 그 말 “믿은 대로 될지어다”가 그의 책 <긍정의 힘> 제 9장의 제목이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는 말은 마태복음 8장에 등장한다.
로마인 백부장이 자기 하인을 고쳐달라고 간청하는 장면에서 예수님은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가라 네 믿은 대로 될지어다”

그 말씀이 가지는 효력은 어떤 것이었을까?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그 즉시 하인이 나으니라”

그러니 우리가 “믿은/믿음대로 될지어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반사적으로 그 하인이 치유받은 일을 떠올리게 되어있다. 파블로프가 흔든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실험용 개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을 고려한 오스틴은 그의 책 9장의 제목을 <믿음대로 될지어다>라고 하여 백부장에게 말씀하신 예수님의 그 말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즉시 하인이 나으니라>라는 예수님의 기적까지 반사적으로 생각하도록, 염두에 두고 사려(?)깊게 작명한 것이다.

그런 제목하에 오스틴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의 생각과 기대는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의 인생이 꼭 노력한 대로 이루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얻기 어렵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원칙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 <긍정의 힘>, 88쪽)

위의 글에서 ‘이 원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원칙’이란 바로 앞의 말이다.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얻기 어렵다”는 원칙이다. 그러니 믿음대로 될지어다, 라는 제목아래 시작하는 글의 내용은 ‘믿음’ 이 아니라 ‘생각’이다. 우리의 생각과 기대 – 믿음이 아니라 - 는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실상 그의 주된 생각이다.

그러니 그의 글을 읽으면서 조심해야 한다. 글을 잘 따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 이라고 믿고 따라갔는데, 믿음이 아니라 ‘생각’이다. 그리고 원칙이라고 제시한 것은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얻기 어렵다”는 원칙이니, 믿음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생각’에 관련된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자!!

이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소주제로 그의 글은 진행이 된다.
<우리는 믿는 대로 얻는다>
<밝은 미래를 믿어라>
<놀라운 일을 믿어라>.

모두다 ‘믿음’이라는 말이 들어가고 있으니, 독자들은 분명 '믿음'에 관련된 글이라고 믿으리라. 과연 그러한지 살펴보자.

첫번 째 소주제, <우리는 믿는 대로 얻는다>인데, 그의 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닉은 조차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는 항상 정시에 출근하고 믿을만하며 열심히 일하는데다 동료관계까지 좋아서 나무랄데 없는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항상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매우 비관적인 사람이었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두려워했고 언제 불행이 닥쳐올지 모른다며 안절부절했다.

어느 여름날 저녁, 한 직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시간이 되어 모든 승무원이 파티 준비를 위해 집으로 갔지만 닉은 보수를 위해 조차장으로 들어온 냉동 열차 안에 사고로 갇히게 되었다. 이 냉동 열차는 비어 있었고 다른 열차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자신이 냉동 열차 안에 갇혔다고 깨달은 순간 닉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는 팔과 주먹에 피멍이 들 정도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동료들은 이미 모두 퇴근한 후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닉은 목이 쉴 때까지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냉동 열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렇다면 안의 온도는 영하 30ºC 정도, 아니면 그보다 더 낮을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분명 얼어 죽고 말거야. 이 추운 곳에서 밤새 견딜 수는 없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추워졌다. 문이 꽉 막혀 숨쉬기가 곤란하고 빠져 나갈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추위 아니면 질식으로 죽음이 찾아오기만 넋 놓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상황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셔츠 주머니를 뒤졌더니 펜이 한 자루 있었고 구석에 마분지 한 장이 보였다. 거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떠는 와중에도 그는 긴박한 상황을 적어 내려갔다.
“너무 춥다. 몸이 마비된다. 빨리 나가지 않으면 아마도 이것이 내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그의 말처럼 그 글은 닉의 마지막 자취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한 승무원들이 냉동 열차의 문을 열었을 때 닉은 구석에 쪼그린 채 죽어 있었다. 부검 결과는 동사였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 의하면 닉이 갇혀 있던 냉동 열차는 전원이 켜있지 않았다! 사실 냉동 열차는 오랫동안 고장이 나 있었고 닉이 얼어 죽을 때 역시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 따라서 닉이 얼어 죽던 날 밤에 냉동 열차 안의 온도는 보통의 실내 온도보다 약간 낮을 뿐이었다. 닉은 냉동 열차가 가동하고 있다고 믿은 나머지 추위를 느끼고 몸이 얼어 붙었다. 스스로 죽음을 기대한 것이다. 닉은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했다. 오직 최악의 상황만 그의 눈에 들어왔다.이제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즉 마음 속 전투에서 패한 순간 현실의 몸도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닉이 두려워했던 일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인생은 스스로 이루어지는 예언’이라는 옛말이 그에게 그대로 적용되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도 닉처럼 늘 최악의 상황과 패배, 실패, 그저 그런 삶만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 이들은 기대한만큼 거두며, 믿는 대로 된다.> (<긍정의 힘>, 88-90쪽)

자, 여기까지다. <우리는 믿는 대로 얻는다> 라는 소제목의 글은 그렇게 끝이 난다.
여기 이 예화/ 일화의 사실성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믿음’에 관하여만 집중해보자. 여기서 그가 서론격으로 말한 바, ‘이 원칙’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 기억해 보자. 그런 원칙을 거론한 다음 이 일화를 소개했으니, 이 일화는 그 원칙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하렸다!

그가 말한 '이 원칙’이란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원칙을 제시한 오스틴은 이어서 소제목으로 <우리는 믿는 대로 얻는다>라며 냉동칸에서 동사한 사람의 일화를 거론한 다음, 결론을 도출하기를 “이들은 기대한 만큼 거두며, 믿는 대로 된다”고 했다.

이 결론의 말을 아까 확인했던 그의 ‘이 원칙’과 비교해보자.

원칙 :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얻기 어렵다>
결론 : <기대한 만큼 거두며, 믿는 대로 된다>

비교해보니 차이가 드러난다.
그가 맨 처음 말한 원칙에 살짝 한가지를 얹어 놓았다, ‘믿는 대로 된다’고. 그야말로 뜬금없이!

그러면 그렇게 ‘믿음’을 슬그머니 얹어 놓은 그의 결론이 옳은지 아닌지를 살펴보자.
그가 ‘이 원칙’에 ‘믿음’이란 말을 추가한 결론이 과연 합당한지?
 
이 일화에서 오스틴은 믿음이라는 말을 세 번 사용했다.
첫 째, “그는 항상 정시에 출근하고 믿을만하며 열심히 일하는데다”
둘 째, "닉은 냉동 열차가 가동하고 있다고 믿은 나머지 추위를 느끼고 몸이 얼어붙었다.'
셋 째, "대개 이들은 기대한 만큼 거두며, 믿는 대로 된다"

세 번째로 쓰인 ‘믿음’은 앞에 말한 예화/ 일화의 결론격으로 쓰인 말이니, 그 말에 앞서 등장한 두 번의 믿음이 어떤 믿음인지 살펴보면 그가 말한 ‘믿는 대로 된다’ 는 말이 뜬금없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게 될 것이다.

첫 번 째 “그는 항상 정시에 출근하고 믿을만하며 열심히 일하는” 이란 말. '그가 믿을만하다' 가 우리가 말하는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의 ‘믿음’인가?

아니다. 이 경우는 그런 믿음에 들지 못한다. 원문을 읽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경우는 reliable 정도의 말로써, 신뢰할만 하다 정도의 의미이지, 결코 우리가 말하는 ‘믿음’은 아니다.

두 번째 믿음. “닉은 냉동 열차가 가동하고 있다고 믿은 나머지 추위를 느끼고 몸이 얼어 붙었다.”
이 경우에 닉이 ‘냉동 열차가 가동하고 있다고 믿은’ 것이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의 '믿음'일까?
역시 아니다. 그런 경우, 그가 사실로 믿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그의 생각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우리가 말하는 '믿음'은 아니다.

따라서 그가 제시한 일화에서 우리가 말하는 ‘믿음’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화에서 등장한 주인공의 생각, 기대가 그만큼의 보상받았음을 말하면서 그것이 자기가 제시한 ‘이 원칙’에 맞는 사례인 것만 증명한 셈이다. 그런데, 그 다음 뜬금없이 “믿는 대로 된다”는 말을 살짝 집어넣어 마치 그 일화가 ‘믿음’에 관련한 일화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책,<긍정의 힘> 88-90쪽에 등장하는 ‘믿음’ 이란 말은 전혀 우리가 말하는 '믿음'이 아닌 것이다. 아니 거기에는 우리가 '믿음'이라고 평가할 만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말만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를 속이는 말로!!!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믿음’이란 말이 등장하니, “믿은 대로 되라” – “그 즉시 하인이 나으니라” – 라는 과정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떠올리며 그의 책을 읽어가는 것이다.

결론, <긍정의 힘> 9장에 등장하는 첫 번째 글 <우리는 믿는 대로 얻는다>는 그가 ‘믿음’이라는 말로 포장하고는 있으나 ‘믿음’에 관련된 내용이 전혀 아니니, 독자들은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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