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송이 벚꽃, 그대에게 드리리

 

요한복음 21장을 묵상하다가 베드로가 잡은 물고기를 세어보는 장면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요한은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 하시니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요한복음 219-12)

 

베드로가 그물을 끌어올리면서 그 물고기들을 세어본 모양입니다. 세어 보니 백 쉰 세 마리.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요한에게 귀뜀을 해주었겠지요, 그러길래 요한이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요한복음을 기록하면서 그 숫자를 집어 넣은 것입니다. 그러니 베드로의 계산 능력과 요한의 기억력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모두 백 쉰 세 마리!!! 이 숫자가 모나미 볼펜에 옮겨 새겨지게 된 사연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간증입니다. 

 

저는 그런 간증거리도 없지만,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물고기들을 세어보는 베드로를 한번 흉내내고 싶어서 무어 세어 볼 것 없나 하고 살펴보았습니다. 그런 나에게 아침 저녁 출퇴근 하며 보던 병원 앞에 있는 벚나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야흐로 때는 봄이요 따뜻한 온도에 즐겁게 반응한 벚꽃들이 너도나도 그 자태를 뽐내며 아주 한바탕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쁜(?) 몸이지만 성경묵상의 필요성이란 미명아래 그 벚꽃나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것처럼 설령 장미라면 그래도 몇송이인지 세어 볼 요량이라도 할 터인데, 벚꽃나무 밑에 선 순간 그 하얀 화사함에 질려 도저히 한송이 두송이 헤아려가며 숫자를 붙여볼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부벽루에 올랐다가 말 문을 잃고, 시를 짓지 못했다는 어느 시인처럼, 저는 벚꽃 송이를 헤아리려 왔다가 눈부신 벚꽃에 압도되어 그저 한마디 영탄의 소리만 내지를 수 있었습니다.

 벚꽃이 내 눈 앞에 만개하였도다!!!!”

 

그런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떤 생각이 섬광 같이 떠올랐습니다.

만개하였구나….만개로구나!! "

머리 속에서 벚꽃이 만개하였다의 만개(滿開)라는 말이 가득할 만(滿), 열 개() 해서 만개(滿開)이지만, 머릿속에 써있기는 가득한 만(滿)이로되 일만 만()으로 읽혀지고 개는 열 개 자가 아니라 개체 개() 자로 읽혀졌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내 눈앞에 있는 벚꽃은 세어볼 필요도 없이 모두 일만 송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벚꽃이, 만개한 벚꽃 송이가 모두 만개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벚꽃이 만 송이라는 숫자 파악으로 성경 묵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병실에 들러보니 한참 환우들 가운데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더불어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봄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병세가 호전되어 그런지, 병실에 있는 환우들이 모두다 환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의 우스개 소리에 웃음이 터진 모양이었습니다.

그 병실의 환우들에게 이 방에는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다가 방금 보고 온 벚꽃이 생각났습니다.

 밖에는 벚꽃이 만송이 만개하였고, 여기 병실에는 웃음 꽃이 만발하고 있구나.’

 밖에서는 만개요 안에서는 만발이라!!!

 

웃음꽃이 만발(滿發), 만발이라는 단어 또한 가득할 만(滿)자에 필 발()자 해서 만발(滿發)이지만, 저는 그것을 벚꽃 개수를 세었던 것처럼 일만 만()으로 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웃음 꽃 역시 일만 송이가 활짝!!!! 

 

그렇게 병실에는 웃음꽃이 만 송이 피어나고, 밖에는 벚꽃이 만송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벚꽃과 웃음꽃들을 보고 있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또 이 봄날도 가겠지요.

그러나 봄날이 가면 봄에 피는 꽃들은 지는 법, 내 눈 앞에 아침 저녁으로 보이는 화려하게 만개한 저 벚꽃도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꽃비가 되어 떨어져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봄날에 병실에 피어났던 웃음꽃 만 송이만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도, 또 그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이 되어도, 계속 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소원 가슴에 품고, 저 화사한 벚꽃 일만 송이 이 글 읽는 모든 분들에게 드리오니, 받아주시기를, 아울러 웃음꽃도 일만 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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