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3층 화장실에서 있었던 자그마한 소동입니다.

아니 소동이 아니라, 충돌. 상식의 충돌, 아니면 생각의 충돌.

 

 3층, 324호실 앞의 남자 화장실. 좌변기가 두 개 있는 화장실, 그 한쪽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환자가 화장실 문을 노크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지요. 그분이 문을 밀어보니 잠겨있었습니다.

문이 잠긴 화장실, 그 말은 누군가 그 안에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도 그 사람은 계속 노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밖에서는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소식이 없더니, 이윽고,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안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밖에서 노크를 하던 사람이 짜증을 내고 말했습니다.

"왜 대답을 안해요? 밖에서 노크를 하면 안에서 있다 없다 응답을 해야지요."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대답합니다.

"아니, 잠겨 있는 것을 보면 모릅니까? 꼭 응답을 해야 합니까?"

"그래도 밖에서 똑똑 두드리면 안에서 똑똑해 줘야지요, 안그래요?"

"아니, 꼭 그럴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손도 불편한데.... "

"손이 아파도 그렇지, 밖에 두드리는 사람 생각해 줘야지. 나도 손이 아프지만 똑똑 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가지고 있는 상식의 충돌, 생각이 서로 다르니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사람은 화장실에서 밖에서 노크를 하면 당연히 안에서도 응답으로 똑똑 해줘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고, 다른 사람은 똑똑 두드리는 것은 안에 사람이 있나 없나 알아보려는 것이니, 문이 잠겨 있으면 당연히 그것은 사람이 안에 있다는 증거이니 굳이 밖의 노크에 응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상식, 이 두 가지 상식은 서로 충돌합니다.

 

계속하여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집니다.

"그래요?그러면, 내가 안에 들어갈 테니, 밖에서 한번 똑똑 해봐요. 나도 똑똑 해 볼 테니.,.."

그리고는 교대해서 밖에 있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자, 똑똑해 봐요.. "

 

밖에 서 있던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요?

그 사람은 잠깐 생각해보더니, 그냥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자기 소신을 그렇게 쉽게 굽힐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발걸음도 씩씩하게 ….

 

그러나, 안에 들어 앉은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르는 채, 계속 소리칩니다.

"빨리 똑똑해 봐요,,,,,,나도 똑똑 할 테니..."

 

제가 그때 조금만 똑똑했더라면, 대신해서 그 문을 똑똑 두드려 주는 건데,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편케 해 주는 것인데, 그 때 제가 정말 똑똑 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냥 저도 무심코 그들만의 일이거니, 하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 들어갔던 사람이 언제까지 밖으로 소리를 쳤는지 모르겠습니다.  

"똑똑 해봐요,,,, 어서..."

 

심지어 화장실 노크 방법조차, 다르게 생각하는

우리들 '생각'은 시도때도 없이 충돌하는 골치아픈 존재가 아닌지?

그러니 다른 것에야, 말할 필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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