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사랑에 눈 멀어 ‘선악과 금기’ 잊었나… ‘아담은 공처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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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은 공처가였을까/오세용 지음/드림북

기독교적 리더십에 대해 말하는 이들은 주로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마가복음 10장 43∼44절의 말씀을 강조한다. 이 말씀의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섬기는 자가 되고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목회자들도 이렇게 설교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이라는 두 문구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즉 크고자 하거나 으뜸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크고 으뜸이 되라는 뜻이다.
 

그러면 과연 그럴까? 위의 구절만 한정하면 충분히 그렇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전체 흐름으로 볼 때 이는 잘못됐다. 이 문장 바로 앞 부분을 보자. 예수님께서 자신의 죽음을 말씀하시는데, 제자라는 이들이 영광의 보좌 양쪽에 앉게 해달라는 참으로 철없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막 10:42∼43)라며 다음에 이어질 구절의 전제를 깔아 놓으셨다. 따라서 앞의 말씀을 새롭게 해석하면 크고자 하거나 으뜸이 되고자 하는 마음 자체를 탓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크게 되고 싶고, 으뜸이 되고 싶으냐? 어리석은 것들아, 정신 차려라. 내가 이땅에 온 것은 일등이 되어서, 크게 되어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잖느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종이 되어서 섬기러 왔단 말이다. 나는 죽기 위해 왔단 말이다."

위의 해설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전에 접했던 해설에 비해 한결 깊이 있고 정확한 내용이다. 책은 그런 성경 풀이들을 담았다. '각주 없이 성경 읽기'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지금까지 나온 해석에 얽매이지 않는다. 실제로 책에선 어떤 주석도 참고하지 않고 자기만의 성경읽기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억지스런 구석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무릎을 칠 만한 것들이 많다
 

말 없이 실과 받은 아담을 공처가로 그려 

텍스트 행간 해석하는 독특한 '성경 읽기


또 하나 예를 들어 제목으로 정한 '아담은 공처가였을까?'를 보자. 여기선 창세기 3장 6절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라는 구절에서 아담이 여자에게서 실과를 건네받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곤 선악과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 아담이 여자의 말에 무조건 따른 것은 자기 생명을 포기할 정도까지 여자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긴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성서 텍스트의 행간을 읽어내는 저자의 능력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마가복음 1장 32∼34절을 본문으로 한 "저물어 해질 때에"라는 글에서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 구절에는 병을 치료받기 위해서 안식일이 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구절에는 안식일이라는 단어나 그것을 암시하는 표현이 없지만 이보다 조금 앞선 1장 21절에 나오는 안식일과 연결해서 읽으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책 내용은 독특하다. 분명 주석은 아니고, 그렇다고 설교도 아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형식도 자유롭다. 일정한 틀을 갖추지 않고 '마음대로' 썼으면서도 글 속에 일관된 흐름과 상당한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성서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과 평소의 필력이 느껴진다.
 
저자는 2007년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라는 저서에서 소위 리더십 관련 인기 저자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적이 있다.

[2009.05.28 18:18]

국민일보/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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