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3

제 1장 ‘낯선 기억’과의 만남

1. 낯선 단풍나무를 만나다 (2)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 궁금한 것을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올려놓은 글을 읽었는데, 한결같이 단풍잎의 색깔이 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단풍나무를 지조 없다고 여기고, 그래서 궁궐에 심지 않았다는데 다만 그런 한가지 이유만으로 나무를 심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혹시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하여 관련 자료들을 찾아 보았다.

다음은 역시 인터넷에서 건져 올린 글이다. 누군가 홍릉에 다녀와서 기록한 글인데, 숲 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숲을 공부한 후에 그 소감을 기록한 글이다.

<<자료 3>>
<침엽수는 마디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즉 나이를 알 수 있고, 모과나무의 무늬결은 꼭 예비군 군복과 많이 닮았다. 굴피나무의 열매는 꼭 작은 성게처럼 생겼다. 그런데 숲해설가께서는 화난 스님얼굴 같다고 한다. 왜지? 복자기란 나무도 단풍과 속한다고 한다. 잎의 변색되는 과정은 똑같지만 잎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단풍나무들은 옛날 궁궐에 절대로 심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햇빛에 의해서 쉽게 색이 바뀌는 즉 지조 없다는 이유로 심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너무너무 예쁘기만 하다. 이렇게 예쁘게 빨간색으로 물드는 나무에는 화살나무, 벚나무 등이 있다고 한다. >
-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2002년 11월 3일 홍릉 나무 이야기 (밑줄은 필자가 그은 것임, 이하 동일)

단풍나무를 궁궐에 심어서는 안되었다는 글은 이것으로 세 번째다. 계속하여 비슷한 기록을 만나니, 이제는 낯설지가 않고 오히려 친숙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대신 내가 지금껏 이런 간단한 사실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가,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일었다. 해서 이제는 이런 말에 관하여 확실히 해 두자는 어떤 결기(決氣)마저 일어, 더 자세하게 찾아보기로 하였다. 낯설지만 이제는 친숙한 기억을 찾아서…

여기 <<자료 -3>>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풍나무들은 햇빛에 의해서 쉽게 색이 바뀌는 즉 지조 없다는 이유로 궁궐에 심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주장을 유포하고 있는 전달자가 포착된 것이다. 바로 단풍나무가 그렇다고 해설을 해준 ‘숲해설가’다.

숲해설가의 단풍나무 궁궐부재 발언은 비단 <<자료 -3>>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은 서울신문 기사중 일부이다.

<<자료 4 >>

아차산 숲? 이 아줌마한테 물어봐”
[서울신문 2005-05-27 11:39]

이숙희씨
[서울신문]“‘아차’하는 순간에 숲과 자연은 망가지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연을 일부러 훼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더라고요.”
지난달 서울시가 처음으로 실시한 아차산 숲 해설가 공개모집에 뽑힌 이숙희(45•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씨는 아차산의 매력에 흠뻑 취한 ‘숲 읽어주는 아줌마’다.
그는 현재 매월 1•3주 일요일, 서울시의 ‘숲속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차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아차산에 있는 나무•풀•꽃•곤충 등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전국 이름난 산 안 가본 곳 없어
이씨가 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부터 8년 전쯤이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다보니 건강을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우연찮게 선택한 운동이 등산이다. 그래서 처음 올랐던 산이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이라고 한다.
“처음 산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이유없이 산이 좋아지더라고요. 이렇게 숲해설가가 될, 정해진 운명인가봐요.”
그 이후로 이씨는 5년동안 전국에 있는 산이란 산은 다 찾아다녔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다니며 나물도 뜯어오고 꽃이나 작은 나무도 캐왔다. 그런데 산을 다니면서 언제부터인가 궁금한 것들이 하나둘 생기게 됐다고 한다.
“바위 틈에서 자라나는 나무가 신기하기도 했고, 산길을 오르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꽃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참는 제 성격이죠.”

●궁금증 풀려고 배우다 보니 어느새 인정 받아
그는 이 때부터 산을 오르며 품게 된 의문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기 위해 노력했다. 꽃이나 나무 이름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식물을 알게 됐고, 식물을 알게 되다 보니 또 다시 곤충을 공부해야 했다.
그 결과가 서울시의 숲해설가 공개모집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씨는 3년전 쯤부터 환경단체인 ‘생명의 숲’이나 ‘환경대안협회’‘양재천 환경지킴이’ 등에서 실시하는 전문교육을 이수했으며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어릴 때 ‘숲’ 알려줘야 커서도 사랑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동안 숲에 대해 얼마나 ‘몹쓸 짓’을 많이 했는지 후회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숲을 사랑하는 법, 숲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죠.”
이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에게 숲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렸을 적 직접 숲에 와서 나무나 풀, 곤충들을 직접 만져가며 들었던 내용은 평생을 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숲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씨는 숲 생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곤충에 가장 관심이 많다. 그가 항상 메고 다니는 ‘맥가이버 가방’에는 각종 곤충들의 표본이 즐비할 정도다. 아이들에게 한 번씩 보여주면 처음엔 징그럽다고 피하다가도 이내 금방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곤충학자 ‘파브르’다.

●곤충에 큰 관심… 학자 파브르 가장 존경
“요새는 파브르의 곤충기를 다시 읽고 있어요. 파브르는 평생 곤충에 대해 실험관찰만 했던 위인인데 그 점이 가장 존경스러워요.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파브르를 존경한다니 우습죠(웃음).”
아차산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면서 그는 자연생태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씨는 아차산의 단풍나무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자신이 공부한 문화적 배경을 접목한다.
조선시대 궁궐의 정원에는 절대 단풍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해요. 단풍의 색깔이 변하는 것이 변절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는 마지막으로 “적어도 아차산을 찾는 사람들만큼은 ‘아차’하는 순간에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할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50527059002&spage=60

아차산에서 ‘숲해설가’로 일하는 이숙희씨 또한 같은 내용의 말을 하고 있다. 단풍나무들은 햇빛에 의해서 쉽게 색이 바뀌는 즉 지조 없다는 이유로 궁궐에 심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궁궐의 단풍나무 부재 주장이 그저 인터넷 상에서만 유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전파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홍릉과 아차산에서 수고하는 숲해설가들이 이런 주장을 전파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숲에서 활동하는 숲해설가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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