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4

제 1장 낯선 기억과의 만남

1. 낯선 단풍나무를 만나다 (3)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숲체험이 있는지, 다음 글은 어느 아이가 <그린 레인저 산림학교>에서 시행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쓴 체험일기이다. 한번 읽어보자.

<<자료 5>>

그린 레인저 산림학교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오후 12:17:01

6.12(금)~6.13(토) 1박2일로 강원도 횡성 둔내 그린레인저 산림학교 숲체원에 갔다. 버스를 타고 밥도 먹고 하며 3시간을 조금 넘게 가서 도착을 했는데 4학년 때 1번 가본 곳 이였다. 그곳 선생님께서는 이름표와 탄소톤이라는 것을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조금 일찍 왔는지 미리 편안한 산책로를 가보았다. 작은 녹색의 대벌레, 딱정벌레 등 어디에서든 편하게 곤충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숨도 안차고서 편히 산책로를 다녀온 후 여는 마당(입소식)을 하러 강당에 갔다. 우리 수락초등학교 말고도 다른 고등, 초등학교에서 많이 왔다. 입소식에서 많은 소개를 하고는 숙소에서 주의사항, 탄소톤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탄소톤은 쓰레기를 줍는 등 착한 일을 하면 주고 쓰레기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 뺏는 용도인데 나중에 탄소톤이 많은 순으로 시상식도 하기로 했다. 소개가 끝나서 숙소에 가 보았다. 소개할 때 보다 좁았지만 다른 숙소보다는 넓고 방도 많고 쾌적했다.

얼른 짐을 풀고는 숲 해설을 들으러 갔다. 수락초등학교를 맡은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와는 다른 길로 갔다. 다른 학교와 같은 길로 가면은 사람이 많다는 이유에서이였다. 먼저 피톤치드를 배웠다. 숲 속 공기는 다른 곳보다 상쾌하고 좋은데 그 이유는 나무들이 만드는 피톤치드 때문이었다. 사람은 만약 눈에 보이는 나쁜 물질(?)이 온다면 피하겠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에게 눈에 보이는 나쁜 물질이 오면 피하지 못하니 이 나쁜 것을 죽이는 피톤치드를 내보낸다. 나쁜 것은 죽이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피톤치드 이곳에 와서 마음껏 만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 배운 것은 자작나무였다. 이 숲에는 하얀 기둥의 나무가 많았는데 자작나무였다. 선생님께서 자작나무는 전에 천마총에 천마도를 그릴 때 이 나무의 나무껍질을 벗겨 그림을 그렸다고 나온 한 일요일에 퀴즈프로그램의 문제도 말씀해 주셨다. 또 자일리톨 껌의 재료이기도 한다 하셨다. 예전에 수락산에서 김성원 선생님께 자작나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 자일리톨 껌의 재료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자작나무 말고도 큰 나무가 많이 보였는데 이것은 일본 잎깔나무라고 하셨다. 전에 일본인들이 산에 나무를 다 베어가고 갈색인 우리나라 산에 (민둥산) 심은 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는데 기둥도 튼튼해서 다용도로 사용된 사랑받는 나무였다. 숲 해설이 끝나고 내려와서 저녁밥을 먹고 휴식을 가졌다.

휴식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되었다. 게임 잘 하는 사람, 달리기 잘 하는 사람, 가장 친한 단짝, 풍선 잘 부는 사람, 힘이 좋은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활동은 즐거웠지만 단점이 있었다. 바로 다른 학교와 게임의 승부욕으로 서로 욕하고 흉보는 일이 많아 레크리에이션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 늘었다는 점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무심코 본 하늘에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던 별까지 환하게 보였다. 그렇게 쏟아질 듯한 별은 아니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숙소에서는 잘 준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온 여행(?)이라 다들 들떠서 이야기도 나눈 후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내가 두 번째로 일찍 일어났다. 잠이 많은 내가 알람도 없이 일어난 사실에 나도 놀라웠다. 세수를 하고 나니 다른 친구들도 일어났다. 아침부터 강당에 모여 어제 간 편안한 산책길 끝까지 갔다. 끝까지 가 보니 숲이 더 우거져 있어 마치 그림 같았고 상쾌했지만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아 걸음도 느려 앞에 사람들을 따라 잡는데 힘들었다.

아침산책이 끝나고 밥을 먹은 후 다시 강당으로 가 에코엔티어링을 했다. 에코엔티어링은 우리가 산을 돌아다니며 펀치도 찍고 문제도 푸는 활동인데 이번에는 100점을 넘겨야 한다고 하셨다. 드디어 에코엔티어링을 하는데 자꾸 조원들이 흩어져서 모두 모이기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두 함께 활동을 할 수 있어 편해졌다. 만약에 문제가 틀릴 경우도 생각해서 점수를 따져가니 100점을 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부족해 그냥 들어갔는데 문제의 답을 확인하는 시간에 되었다. 조마조마하게 문제의 답을 확인하는데 틀린 것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이 100점을 넘긴 110점이나 되었다. 다른 학교 아이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수였지만 뿌듯했다. 그리고 알게 된 점이 많았다. 옛날 조선 궁궐에는 없는 단풍나무, 오랜 시간이 지나야 꽃이 피는데 그 꽃이 지고 나면 죽는 대나무 등 정말 신기한 사실이 많았다.
특히 단풍나무 문제는 당연히 우리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어서 단풍나무는 궁궐에도 있을 줄 알았는데 단풍나무가 궁궐에 없었다니 이유도 궁금했다.
힘든 에코엔티어링이 끝나자 점심밥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1박2일의 짧은 시간만 머물러서 아쉬웠지만 많은 사실을 배우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서 갈 수 있어 좋았다.

위의 기록에 의하면, 그 숲체험 중 에코엔티어링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산을 돌아다니며 여러 문제를 풀어가면서 산과 숲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는 과정인듯 하다. 산을 타고 다니면서 진행자는 나무에 관한 문제를 내고 아이들은 그 문제를 풀고 하는 과정에서 나무와 숲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과정으로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도하는 강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완전하게 채워주지 못했다. 단풍나무가 궁궐에 없었다는 것까지는 알려주었는데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그 이유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유도 궁금했다, 라고 기록한 그 아이의 호기심이 기특하다. 그 후 그 아이는 궁궐에 단풍나무가 없었던 이유를 과연 알게 되었을까? 색깔이 변하는 것이 변절을 상징하기 때문에 단풍나무는 궁궐에서 쫓겨난 슬픈 운명을 가졌음을 알고 있을까?”

이 글로 보아, 홍릉과 아차산에서 수고하는 ‘숲 해설가’들만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숲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궁궐의 단풍나무 부재> 주장은 이제 숲에서 숲으로 제법 줄기를 치고 가지를 뻗고 있는 모양이다. 그 대상도 광범위하다, 그리고 무차별적이기까지 한 모양이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주장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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