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10

제 1장 '낯선 기억'과의 만남

2. '낯선 기억'의 정체를 찾아서 (4)

그런 반가움에, 그분이야말로 내가 찾던 '단풍나무 부재' 주장에 대해 어떤 근거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여 책 <자연, 뒤집어보는 재미> (박병권 저)에 관한 서평을 써서 <환경연합>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불로그의 서평란에도 올렸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자료 16 >>
<<박병권 교수의 책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등장합니다.

" 한가지 재미난 것은 이런 아름다움을 지닌 단풍현상의 대명사인 ‘단풍나무’가 궁궐(宮闕)을 포함한 이름 꽤나 알려진 고건축물 주변에서는 오랜 수명을 가진 개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재미있게도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에도 단풍나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많은 분들은 이제야 ‘단풍 나무 부재중’인 그 책을 뒤적일지도 모른다, 단풍나무가 없었던 지난 날의 정부 청사 궁궐, 알고 보면 그 속엔 뜻밖의 사연이 숨어 있다….중략 … 결국 궁궐, 도읍, 성 등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를 가진 단풍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하략 " (166~ 169쪽)

위의 글을 읽다가 의아한 생각이 들어 책꽂이에 있는 책 한 권을 뽑아 들었습니다.
바로 박교수님의 글에 등장하는 책 <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저) 입니다.
[이 책은 2001년 9월 20일 초판 1쇄 출판된 책으로, 2006년 10월 10일 초판 9쇄본입니다.]
그 책 내용에 보면 <제 3장 창경궁의 우리 나무>라는 챕터 안에 단풍나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221쪽에서 226쪽까지 무려 6쪽에 걸쳐 단풍나무를 설명하고 있는데, 창경궁에서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 수령도 제법 많이 되어 보이는 - 있는 단풍나무 사진도 곁들여 있어 그 단풍나무가 실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단풍나무를 좋아했다. 풍류를 즐기던 연산군은 가을 경치를 보고
“ 단풍닢 서리 취해 요란히도 곱고
국화는 이슬 젖어 향기가 난만하네
조화의 말 없는 공 알고 싶으면
가을산 경치 구경라면 되리” 하고 지은 시 한 수를 승정원에 내렸다.
그리고는 숙직하던 승지 두 사람에게 운답시를 지어 올리라고 했으니,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바빴을까? >

그러니 박병권 교수님이 쓰신 위의 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에 등장한 창경궁의 단풍나무는 위의 글에서 박교수님이 말한 대로 궁궐 등지에서 베어져 쫓겨났던 단풍나무의 후예가 어딘가 숨어서 명맥을 겨우 유지하다가 최근에 심겨진 것일지도? 그래서 "궁궐(宮闕)을 포함한 이름 꽤나 알려진 고 건축물 주변에서는 오랜 수명을 가진 개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말인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뿐만 아니라 궁궐에서도 단풍나무는 엄연히 '재중'이라는 사실. 따라서 "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를 가진 단풍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달라져야 할 듯.... >>

내 글의 방점은 마지막에 찍혀 있었다.
<…. 책뿐만 아니라 궁궐에서도 단풍나무는
엄연히 '재중'이라는 사실. 따라서 "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를 가진 단풍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달라져야 할 듯>

만일에 박교수마저 단풍나무 부재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런 주장은 이제 철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바람을 실었다.

이런 글을 남기자 그 서평란에 박교수님께서 친절한 답변을 남겨 주셨다.
  1. [2010/10/19] 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11 by seyoh (3623)
  2. [2010/10/16] 인문학적 단풍나무 완상(玩賞) - 9 by seyoh (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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