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영적 리더십’이라는 거대한 담론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표현하기에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이라는 비유로는 여러모로 격이 맞지 않다. 진부하기도 하고. 해서 신영복 선생의 표현을 빌리는 게 어떨까?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이라는 비유 말이다. 호미 한 자루로 태산 같은 ‘영적 리더십’을 파헤쳐야 한다니, 그것도 혼자서……비유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비유는 실질을 백 퍼센트 나타내지 못하니까.

나는 적어도 ‘생각하는’ 목회자이고 싶었다. 어느 목회자가 생각 없이 목회하겠느냐 만은, 그래도 좀 더 깊은 생각, 올바른 생각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성도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나를 괴롭힌 것은 바로 ‘영적 리더십’이란 것이었다. 과연 현재의 영적 리더십을 이대로 따라가야 하느냐, 아니면 좀 더 ‘다른’ 생각을 해봐야 하느냐?

또한 나는 ‘목회자의 본령을 추구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 어느 목회자가 목회자의 본령을 추구하지 않겠느냐 만은, 그래도 목회자가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싶었다. 그러는 나를 괴롭힌 것 역시 ‘영적 리더십’이었다.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성경에서 달콤한 말을 뽑아내어 교인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성공하고, 리더가 되라고 적당히 부추기는 그런 목회가 과연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일까? 그런 것을 하라고 하나님은 나를 부르셨을까?

그렇게 두 가지 면에서 나를 괴롭힌 영적 리더십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리더십에 대한 의문들이 읽는 책의 갈피마다 행간마다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여러 리더십 책을 읽으며 나를 괴롭혔던 여러 의문들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의 해답들과 생각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에 실린 여러 글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해서, 없는 호랑이도 셋이 보았다고 하면 있다고 믿어진다더니 사람에게 없는 영적 리더십도 세 명이 있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있다고 믿는 것일까? 또한 일반 리더십에서 사용하는 이론과 도구를 그대로 영적 리더십에서 사용해도 문제는 없을까? 영적 리더십 주창자들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를 잔뜩 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왜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고도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의문점이 어디 그뿐인가?

과연 리더가 교회에 유익한 존재로만 역할을 하는가? 그런 영적 리더십 이론을 열심히 따라 하는 목회의 현장에서 ‘리더’는 순기능만 있는 존재일까? 영적 리더십은 과연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일까? 강한 영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가 교회를 성장시킨다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그들이 말하는 게 진실일까? 아니, 진실인가는 둘째로 하더라도 사실이기는 한 것일까? 이렇게 의문은 의문의 꼬리를 물고 나에게 다가 왔었다.

이 책의 결론은, 영적 리더십은 성령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우리가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야 한다’ 고 주장하다 보니 '그래서는 안 된다’ 라는 부분이 있게 되었다. 그게 바로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이다. 그것을 위해서 여러 리더십 주창자들의 견해를 부득이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라, 잘못 세워진 울타리를 허물지 않고서는 어떻게 새 울타리를 세울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런 비판을 양해 해주시기 바란다.  

어느 분야이든, 지배 담론과 비판 담론이 긴장을 이루어가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영적 리더십 분야만은 예외인 듯하다. 예외도 보통이 아니라, 아주 완전 열외다. 그러니 나 혼자 시작하는 비판 담론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믿기는 언젠가 이 조그만 소리가 울림이 되어 태산을 움직이리라 믿는다. 태산 앞에서 내 손에 든 것이 비록 호미 한 자루라 할지라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기에 한편으론 마음이 든든하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참으로 감사를 드릴 분들이 많다.
나의 생각이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모습을 드러나게 하신 월간목회의 박종구 목사님께 먼저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분 덕택으로 부족한 글이 일부나마 월간목회에 6개월간 연재되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실상은 이 책의 원고를 들고 찾아가 추천의 글을 써주십사 부탁하려고 했는데 이 글이 여러 군데 걸리는 데가 있어, 목사님께 혹 폐가 될까 봐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이신 정용섭 목사님께서는 설교 비평집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 『설교와 선동 사이』를 집필하시느라 바쁘신 중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글을 위해 대구성서아카데미(dabia.net)에 칼럼 방 <오세용 목사의 ‘좋은 316’ >을 마련해 주셨다. 그 자리가 바로 이 책이 태어난 자리다. 거기에다가 귀한 ‘추천의 글’까지 써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하다.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한인 신문 『Korea Weekly』의 김명곤 대표는 알고 보니 고교 동기동창이었다. 그러나 헤어져 서로 이름도, 얼굴도 잊은 채 몇 십년이 지나 인터넷 상에서 내 글을 매개로 하여 다시 만났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영적 리더십에 관한 나의 글을 보고 김대표가 무언가 마음에 끌리는 바가 있어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하였는데 그게 작년 8월의 일이다. 그래서 컬럼의 필자와 신문사 대표로 서로 이름만 교환하고 지내 오던 중 올 2월에야 비로소 동기동창인 것을 알게 되어, 서로의 추억을 교환하며 희한한 해후를 하게 되었다. 미국의 한인사회를 위해 언론의 사명을 다하느라 불철주야 바쁜 중에서도, 시간을 내어 원고를 읽고 귀한 추천의 글을 써주어서 너무 고마울 뿐이다.

이 글들이 다비아에 연재되는 동안 부족한 글을 읽고 많은 의견을 주신 다비아의 여러 회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이 책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원고를 읽고 철자 한 개라도 틀릴세라 꼼꼼하게 교정해 준 배원경님께 감사를 드린다.

드림북의 민상기 사장님은 시장성과 별개로 이 책을 출판하는 강단(剛斷)으로, 나를 감격하게 해 주셨다. 이제 이 책이 잘 팔리는 은혜를 입어 민사장님이 감격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瑜彬과 多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두 딸에게는, 이 책을 읽어 인생 길을 옳게 자리매김해 준다면 아빠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2007년   5월에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