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사도신경

조회 수 15306 추천 수 1 2009.03.21 17:43:32
 

예배와 사도신경


설교비평 글을 쓰기 위해서 동영상으로 해당 교회의 예배를 접하다 보면 간혹 특이한 현상을 만난다. 예배 순서에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하지 않는 교회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귀신론으로 유명한 김기동 목사님의 성락교회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기도는 예수 직접 가르쳐주신 것이지만 사도신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도신경을 예배 순서에서 뺐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도신경이 원래는 로마교회의 세례문답 용이었으며 한참 후대에 공식적인 예배 순서로 들어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도신경을 제쳐둔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사도신경을 예배에서 제외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평신도 중심의 교회나 민중교회 계통의 교회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사도신경에 신학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예배에서 고백할 필요가 있는가 하고 주장한다.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같은 구절은 현대인에게 전혀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몇몇 교회는 사도신경 대신에 자신들의 교회에서 독자적으로 신앙고백문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예컨대 “샘터 신앙고백”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 내용은 물론 삼위일체 하나님을 근거로 하겠지만 각각 공동체의 취향으로 채운다. 민족교회 취향이나 민중적 취향, 또는 여성신학적 취향 같은 것들이다.

사도신경이 경전인 신약성서만큼의 권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동방교회에서는 별로 권위 있는 고백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동방교회와 사도신경의 관계는 내가 조사해보지 못했음) 서방교회에 뿌리를 둔 개신교회의 예배에서 이것을 제외한다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전승과 역사성을 손상시킬 개연성이 높다. 사도신경은 신약성서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신약성서도 사도신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 양측 모두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신앙적 기준이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도신경을 예배의 한 순서로 채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신앙을 가장 핵심적으로 간추리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예배가 2천년 전체 역사와 소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지금 우리가 사도신경을 함께 암송한다는 것은 2천 년 전의 초기 기독교 신자들과 동일한 신앙을 고백한다는 의미이다. 그리도 2천 년 후의 신자들과도 신조의 차원에서 소통한다는 뜻이다.

신조를 무시하는 영성은 주로 미국의 각성운동으로부터 나온 영향이다. 그들은 신학과 신조를 무시하고 각자의 신자들이 성령과 무시로 소통하고 사죄의 은총을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에 복음을 전달한 선교사들이 대개 이런 전통에 서 있는 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사도신경도 중요하지 않고, 교회력도 그렇고, 리터지도 마찬가지이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역사적이며 공동체적인 기독교 영성이 그들에 의해서 탈(脫)역사적이고 개인주의적 영성으로 퇴각하고 말았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느님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라는 신앙의 역사성이 그들에 의해서 훼손된 형국이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이런 신학과 신조 중심의 영성과 예배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영성이 아무리 예민하다고 하더라도 2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영성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사도신경은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마땅한 로마교회의 따분한 도그마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행위와 계시가 역사과정에서 훨씬 풍요롭게 해석될 수 있는 전체 기독교인들의 가장 소중한 신앙적 전통이며, 전승이고,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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