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열정

조회 수 6722 추천 수 0 2009.02.07 22:43:00
 

영성과 열정


신대원 1년생들과 목사 안수 후보생들만이 아니라 기성 목사들에게도 영성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켜야할지 모르겠다. 그 이유는 신학 자체가 사실은 영성에 관한 논리적 해명이며, 목회 자체가 영성의 현실성을 확보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영적인 차원에서 건강할 뿐만 아니라 그 영에 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쌓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공부다.

그래서 그런지 각 신학대학교와 각 교단의 총회에서도 교회를 크게 키운 선배 목사들의 성공담, 일년에 수백 명을 전도했다는 전도 전문가나 모범적으로 기업을 일군 평신도들의 간증, 설교 방법론이나 교회 관리에 관한 강의, 영적인 카리스마가 탁월하다는 부흥 강사들의 설교가 이런 프로그램의 핵심 메뉴로 등장한다. 또는 전문적인 영성 프로그램도 첨가될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목표는 대개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 전도자가 되겠다거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위해서 한 몸 바치겠다는 신앙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열정과 영성을 구별해야 한다. 물론 신앙적 열정이 영성으로부터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열정은 어디까지나 영성 없이도 가능한 인간의 감정 일반이라는 점에서 영성과 분명하게 구별되어야만 한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영성의 깊이에 들어갈수록 우리에게 인간의 열정은 축소되고 거룩한 영의 활동이 확대된다. 왜냐하면 생명의 영인 성령의 지배를 받음으로 발현하게 되는 인간의 영성은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라 성령의 빛을 반사하거나, 아니면 그 뒤에 숨는 영적 작용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엄습하는 영의 광휘에 두려움을 느낀 영성의 대가들이 묵언, 명상, 고독, 내면의 세계로 침잠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열정과 영성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열정과 영성을 혼동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진다. 예컨대 삼위일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할 예배의 초점이 인간의 열정에 맞춰지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교회 안에서는 대형 프로젝터와 율동을 곁들인 복음 찬송, 강해설교, 또는 감동적인 간증 중심의 설교로 구성된 ‘열린예배’가 신드롬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개가 인간의 열정을 끌어내는 방법들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교회당 강단 십자가 밑에, 혹은 겹쳐서 설치된 대형프로젝트는 예배 행위의 본질을 훼손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그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의 영이 아니라 설교자가 예배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에 기초를 둔 유대교의 종교행위와 자극적인 행위를 시각적으로 보는 것에 기초를 둔 근동종교의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늘의 예배가 지나치게 시청각을 극대화하게 된다면 말씀의 종교로부터 볼거리의 종교로 변질될 염려가 있다. 물론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 최소한으로 사용된다면 프로젝터로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예배만이 아니라 교회당 건축, 해외 선교사 파송, 장로 및 안수 집사를 중심으로 한 평신도의 위계제도, 복지관 건립 등등,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구차한 것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조직과 행사들 역시 인간의 열정을 불러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영이 점차 소멸되는 반면에 인간의 열정이 범람하는 현상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 젖은 탓인지 평신도 지도자들 중에서 영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평생 교회에 다닌 그들은 노회와 총회의 정치에만 관심이 많고, 철저하게 교회 이기주의에 젖어있으며, 자녀들에게도 영적인 영향력을 전혀 미치지 못한다. 당회원들이 교권에 관한 일에는 열을 올리지만 구원과 종말과 생명에 관해서 진지하게 토론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연말 연초 제직 수련회에 ‘하나님의 나라’를 주제로 한 신학강연을

개최한 교회가 있다는 소문을 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

‘성령의 집’인 교회에 모인 사람들이 왜 영의 현상인 생명과 진리와 하나님의 통치에 관심이 없을까? 구원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왜 구원의 깊이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들은 삼위일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전혀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기독교가 무엇인지, 예수가 누구인지, 계시가 무엇인지 거의 변죽만 울리면서도 전혀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들은 질문하지 않을까? 질문하지 않는 게 좋은 신앙이라는 교육을 받은 탓일까? 우리 주변에는 사회에서는 지식인인데도 불구하고 교회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일방적으로 교회 성장론자가 되어버리거나 믿음 만능주의자가 되어버리는 평신도 지도자들뿐인 것처럼 보인다. 교회를 향한 열정은 보이나 그리스도교적 영성이 전혀 없는 이런 평신도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주류로 남아있는 한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길이 없다. 궁극적인 책임은 목회와 설교를 맡고 있는 목사들에게 있으니까 목사들, 앞으로 목사가 될 신학생들에게 바른 신학공부를 시킴으로써 열정과 영성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레벨:11]박승수

2009.02.16 08:01:35

지식인과 민중 !
영과 생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자와 그렇지 않은자
예수와 계시에 대해서 질문하는자와 그렇지 않은자
하나님의 형상 앞에서 자신의 형상을 성찰하는자와 그렇지 않은자
무엇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는자와 안다고 말하는자
일을 버리면서 개혁하는자와 일을 벌리면서 개혁하는자
자신의 소멸을 기뻐하는자와 두려워하는자
그러나
어느 한 쪽을 버리지도 취할 수도 없는 딜레마
그 앞에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
나는 지식인인가? 민중인가?
profile

[레벨:41]새하늘

2009.02.19 01:00:41

요새들어 3개월 전에 옮긴 교회의 과도한 열정의 후휴증에 뒤늦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회에서의 제가 해놓은 일들에 대한 자부심에 따른 사람들의 섭섭함이라고 할까요?
조용히 교회를 옮겼지만, 이미 교회에서 소문은 다났는데 그 누구도 안부를 묻는 교인이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서운함과 내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매달리고 일을 해왔는가에 대한 실망감이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교회일에는 그토록 열정적으로 해왔지만,  정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영성은 과연 노력하고 깨우쳤는지 뒤를 돌아 봅니다.
정목사님의 말씀처럼  열정을 너무나 쉽게 영성으로 둔갑을 했기에 인간의 업적에 따른 상실감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성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힘이 듭니다.
그래도 가야 하는 것이 하나님 자녀의 길이겠지요.

크게 심호흡을 해보고 눈을 지그시 감아 봅니다.
영혼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레벨:5]루이스

2012.07.09 16:11:26

한동안 기독교에 억울한 감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 그리스도를 믿어왔던 세월이 한 20년 되었죠

 

아닌것은 알겠는데 뭐가 아닌지는 모르겠는

 

그래서 열정도 내지못하고 영성도 없는  팔푼이같은 아웃사이드로 팔짱끼고 돌았죠

 

기독교의  알파 그리스도 오메가 그리스도

 

그리스도없는 예수 때문에 진리의 터와 기둥이 휘청거립니다

 

사랑도  열심도 싸움도  혈과 육으로 합니다  하나님은 영인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내 짐은 쉽고 가볍다!  못하니까 하게 하려고 그 분이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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