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삶

조회 수 4786 추천 수 0 2009.03.07 23:19:47
 

영적인 삶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늘 그렇고 그런 날이 반복되니까 지루할 수밖에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도 삶은 근본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인간의 외면적이 삶이라는 게 매일 먹고 싸고 자고, 그러다가 죽은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산도 늘 그렇게 있고, 강도 그렇게 늘 흐르고, 사계절도 늘 그 모양이다. 얼마나 지루한가? 시인 이상도 그런 지루함에 대해서 시를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이 보이긴 하지만 이 세상은 늘 변한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하루하루 크듯이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그 변화의 속도가 우리의 기대보다 너무 느리거나 아니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매일 똑같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삶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돈을 모으거나 자식들을 출세시키거나 살림살이를 늘려가고, 심지어는 티브이 드라마를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세상을 빨리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억울한 일이기 때문에 보약도 많이 먹고, 다이어트도 하고, 성형수술도 하고, 온갖 건강관리를 다 한다.

과연 그런 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보기에 따라서 재미있을지 몰라도 그런 것은 재미라기보다는 단지 호기심일 뿐이다.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켜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산다는 것은 그렇게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장할만한 일도 아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 세상을 따분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에 매달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영성은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관함으로써 놀라운 생명의 비밀을, 그 신비를 포착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세상 전체를, 여기에는 민들레꽃과 그 홀씨로부터 시작해서 은하수와 천체에 이르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놀라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만날 수 있는 능력이 곧 영성이다. 또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 그 사람들이 엮어내는 역사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영적인 시각을 갖추려면 결국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꾸 자유로워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자기 성취로부터 이 세상의 완성을 향해 우리의 관심을 옮기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닐까? 이런 영적인 성숙이 없는 한 우리의 삶은 말할 수 없이 지루하거나 또는 단지 호기심 충족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목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목회 행위가 경우에 따라서 상투성에 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사람들의 호기심 만족에 치우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목회, 혹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영적인 현실들을 확고하게 붙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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