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 집중하기(6)

조회 수 4680 추천 수 0 2009.03.14 23:37:48
 

예배에 집중하기(6)


클래식 연주회장의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 시간 반의 연주 시간이 몹시 지겹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연주되는 음악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견뎌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은 두 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간이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연주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즐거울 수도 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음악을 충분히 이해하는가, 즉 그 음악과 존재론적으로 일치하고 있는가에 놓여 있다. 음악과 존재론적으로 일치하지 못한 사람은 연주를 들으면서도 다른 생각에 빠져든다. 술 마시던 일이나 친구와 싸운 일, 아내와의 갈등, 아들과 딸 걱정 같은 기억들이 연주를 감상하는 동안에도 계속 튀어나온다. 또는 지휘자의 몸짓이나 관현악단의 얼굴 모습에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에 음악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음악 이외의 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음악의 세계 안으로 깊이 빠질 수 있다. 그럴 때만 음악이 제공하는 참된 기쁨(구원)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음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예배가 연주 행위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전에 한번 짚었으니 더 말하지 말기로 하고, 우리가 어떻게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지를 음악과의 존재론적 일치와 연결해서 설명해보자.

음악과의 일치는 그 연주 시간에 오직 음악만을 생각하는 데서 주어지는 것처럼 예배의 집중은 예배가 진행되는 그 순간에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는 데서 주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만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엉뚱한 생각하는 것처럼 예배를 드리면서 자꾸 샛길로 빠진다.

우리가 모두 예배에 집중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기본적으로 영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영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결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다. 여기서 무엇이 영적인 삶인가 하는 문제까지 거론할 수는 없다. 예배와의 관계에서 하나의 관점만 짚자.

예배를 드리는 그 순간에 하나님이 영으로 그 자리에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느껴야 한다. 아마 그게 잘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감각적으로 확인되는 것만을 실질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완전히 길들여져 있어서 감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영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을 실질적으로 느끼는 것은 남에게서 배울 수 없다. 솔직히 내가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나도 그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말을 뛰어넘는 경험이다. 사과 맛을 말로 설명할 수 있으나 실제로 사과를 먹지 않는 한 그 맛의 참을 알 수 없듯이 영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에 관한 설명을 들어서 어느 정도 풍월을 읊을 수는 있으나 참된 경험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아마 어느 순간에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리듯이 영이신 하나님의 존재가 홀연히 느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예배에 집중할 수 있다. 연주회장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소리만이 지배하듯이 예배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영만이 지배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말이 나온 김에, 이런 점에서 나는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으로서 가능하면 뒤로 물러나고 싶다. 설교를 하면서도 청중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성서가 제기하는 영에게 집중하기를 바란다. 저 사람 설교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그게 바로 설교자가 오류로 빠지는 지름길 아니겠는가.

예배 인도자, 설교자, 성가대 등등, 모든 이들이 작아지고 오직 영만이 예배 전체를 사로잡는다는 경험이 주어질 때 우리는 예배에 집중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맛볼 것이며, 참된 자유과 기쁨(구원)을 경험할 것이다. sola gloria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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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알렉스

2009.03.17 19:17:11

요즘 제가 왜 예배에 집중할 수 없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오직 영만이 예배 전체를 사로잡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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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9.03.17 23:29:34

예배 집중력을 확보하기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그 놀이에 빠져드는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어린이 된 뒤에는 그런 경험들이 없거든요.
우리의 영성이 산만해졌다는 말이겠지요,.
영적인 현실들을 더 깊이 인식하고
그것의 세계 안으로 몰입하는 길에 최선입니다.
주의 도우심이....

[레벨:9]참믿음

2009.11.16 12:24:31

아멘^^  하나님의 영광이 예배가운데 나타남니다

하나님의 얼굴만을 구하여 나아감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안목을 부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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