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건의 [현대신학의 흐름]

조회 수 9458 추천 수 33 2008.10.16 16:04:50
김동건의 <현대신학의 흐름>

영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김동건 박사가 최근에 <현대신학의 흐름 1>(대한기독교서회)을 펴냈다. 이 책은 종교개혁으로부터 틸리히 신학까지를 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루터, 바르트, 본회퍼, 불트만, 그리고 틸리히이다. 김 박사는 앞으로 2권에서는 몰트만, 판넨베르크, 큉을 비롯해서 유럽의 중요한 신학자들과 해방신학, 제3세계신학, 북미신학 및 최근의 여러 신학 사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김동건 박사는 대구 경북이라는 보수적 신학 풍토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학자이다. 2008년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이 책 서문을 쓰면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소망하면서”라고 고백하듯이 그는 신학의 역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쓴 서문의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겠다.

신학은 자신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 있는 말씀으로 만든다. 신학은 성서를 일관되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하며, 동시에 신학은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다. 신학은 교회에 봉사를 하지만 결코 교회의 권위와 교권에 종속되지 않는다. 신학은 단순히 이론으로서 그 자신을 위해 혹은 학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신학이 성서를 바르게 해석하고, 이것이 교회를 통해 선포될 때 그 시대의 정신이 변화한다. 어두움의 기운을 걷어내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신학의 역할이다. 바른 신학은 그 시대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이를 통해 역사를 변화시킨다. 바른 신학은 바른 결단을 내포하고, 실존적 고백과 역사적 참여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신학적 과제와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신학의 역할을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10쪽)

오늘 한국교회에서 신학은 이미 무덤에 장사지낸지 사흘이나 된 것 같은 형국이다. 구약의 예언자와 같아야 할 오늘의 신학자가 교권주의와 상업주의에 깊이 빠져드는 한국교회를 향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이런 시절에 김 박사의 이 책은 잠은 영혼을 향한 죽비와 같다. 신학이 오늘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의 부제를 “계시와 응답”이라고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김 박사가 신학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오늘 우리의 콘텍스트에서 해석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는 루터, 바르트, 본회퍼, 불트만, 틸리히에게 묻는다. 오늘 신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런 물음의 과정을 통해서 대답을 찾는다. 그는 신학을 죽어 있는 유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 탓인지 이 책은 읽기에 편하다. 목회자와 신학생들은 물론이고, 평신도들도 별로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내용이 가볍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개신교 신학의 메인 스트림을 담고 있기 때문에 주제 자체는 무겁다. 그러나 김 박사 신학의 독특성으로 인해서 무거운 주제가 쉽게 전달된다.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신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 같이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런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건 바로 김 박사의 신학과 영성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그가 실제로 신학함(Theologisierung)의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독자들은 그걸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신학을 하는 사람이 있고, 신학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자기에게 소화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후자는 남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바쁘다. 전자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라고 한다면, 후자는 이미 주어진 것을 실용적으로 만드는 기술자이다. 이런 차이를 평신도들은 잘 눈치채기 어렵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알 수 있다. 기술자들은 책을 쓰더라도 편집에 머문다. 아무리 많은 각주가 인용되고, 고상한 언어들이 나열된다고 하더라도 편집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과학자 수준의 신학자들은 창조적인 말을 하고 그런 글을 쓰게 된다. 이런 문제는 설교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창조적 영성을 확보한 설교자와 남의 것을 거의 표절한 채 포퓰리즘에 떨어진 설교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판넨베르크에 따르면 “오늘날 전문적인 신학자가 아닌 사람이 가능한 대로 광범위하게 신앙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일은 다른 그 어떤 시대보다도 훨씬 절실하게 요청된다.”(사도신경강해, 25쪽) 대구성서아카데미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평신도들께서는 아마 이런 요청이 무엇인지를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신도들이 전문적인 신학공부를 할 만한 교재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다. 김 박사의 이 책이 이런 점에서도 특별하게 공헌할 것으로 본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신학의 역사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호흡으로 대화하고 있어서 평신도들이 신학의 깊이로 들어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보너스를 준다. 수백 개의 주제 찾아보기가 책 뒤쪽에 달려 있다. 대구성서아카데미에서 다뤘던 주제들도 꽤나 많다. 일종의 신학용어 사전으로 사용해도 부족할 게 없을 정도이다. 예컨대 ‘만인구원론’은 207쪽에, ‘문자주의’는 97, 592쪽에, 바르트의 ‘예정론’은 161, 195, 196, 198, 238, 239, 240쪽에, ‘신 없이 신 앞에’는 270, 311, 320, 323, 324, 361 쪽에, ‘삼위일체론’은 56, 161, 238, 279, 361 쪽에, 하는 식으로 자세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대구성서아카데미 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읽기에 좋은 이 가을에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필자도 행복하게 생각한다.

<사족> 이 책은 좀 두껍다. 637쪽에다가 하드카버다.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겁이 날지 모르겠다. 값도 좀 비싸다. 정가 2만5천원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영남신학대학교 학생들에게는 할인판매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자세한 속사정은 잘 모른다. 정가를 주고 사더라도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레벨:28]첫날처럼

2008.10.16 16:20:24

조경란 작가와 주이란 작가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목사님 글을 읽으니...

그 책 꼭 사고 싶네요...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가요?

[레벨:22]머리를 비우고

2008.10.16 16:43:3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레벨:1]LetGodBeGod

2008.10.16 17:38:15

다른 신학자는 참 좋은데, 루터 부분은 조금 실망이에요. >.<
루터 신학의 핵심을 파고 들어가기 보단, 약간 겉도는 느낌이랄까요?
김동건 교수님의 학문적 정직성 때문일까요?
(루터 신학이 워낙 방대하니깐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쩝...
그외에는 다 좋아요~ 적극 추천!!! ^^*

[레벨:2]마중물

2008.10.16 17:39:52

<신학의 전망:21세기를 맞으며>의 "현대신학의 유형과 전망" 편을 발전시킨 것이 <21세기 신학의 과제>의 "현대신학의 흐름과 전망" 편인데, 여기서 또 발전, 확대시킨 것이 이 책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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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자유의꿈

2008.10.16 22:47:18

같은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나온 '현대신학을 이해하기위해 꼭 알아야할 신학자 28인'이라는 책에서는
각 신학자에 대해 핵심적인 신학사상을 조금 엿보는 정도라서 아쉬움이 많아
관심있는 신학자에 대한 소개서를 보고 있었는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벨:28]첫날처럼

2008.10.17 14:27:53

오늘 하나 신청했습니다... 인터넷으로요... ㅋㅋㅋ...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눈사람님께 이 영광을!!!

[레벨:11]질그릇

2008.10.17 16:00:29

목사님! 감사합니다.
'다비아'를 통해서 행복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를 주심에 또한 행복합니다.
아울러 서울과 대구 모두 아름다운 예배처소를 정하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레벨:28]첫날처럼

2008.10.17 17:31:37

허걱... 정 목사님께도 이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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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임마누엘

2008.10.17 17:37:06

정신 차리고 보니..
또...결제를 해버렸군요..ㅠㅠ

아직 저번에 샀던 책도 다 못읽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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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08.10.17 22:17:58

읽고 싶은데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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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08.10.17 22:19:54

참 올려주신 글중 일부는 제 블로그에 발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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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17 23:29:33

본전 생각 나는 분이 있으면
나에게 배상 요구하세요.
즉각 환불 해 드립니다.
단 낙서가 없는 것만 가능합니다.

[레벨:22]샘터

2008.10.18 08:50:57

품절(*^^*)될까 걱정되어 일단 사서 서재에 꼽아두어야 겠습니다 ,게다가 재미없으면 목사님이 배상도 해주신다하시니..좋은 책 추천 고맙습니다.

[레벨:2]한상복

2008.10.18 19:27:51

LetGodBeGod님께서 루터부분이 좀 미흡하다고 하셨는데, 이 책은 현대신학에 대한 것으로서 루터는 단지 현대신학의 배경으로서 '루터와 시대정신'이라는 제목으로 다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김동건 박사도 루터부분의 첫 페이지에서 이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점 이해하셔야 할 듯 합니다.

[레벨:0]부족한사람

2008.10.18 20:23:23

첫날처럼 님! 책 주문하셨으니까 읽고난 후에 서평 부탁합니다.
저자가 엣날에 장신대에서 명강의로 이름 높았던 그 분이신가요? 아직도 전설 비슷하게 남아있던데.. 그렇다면 허술한 책을 쓰지는 않았을 듯..........



[레벨:6]평민

2008.10.18 22:05:32

"바르트, 본회퍼, 불트만, 틸리히..." 이런분들 이름을 보니 60-70년대 생각이 납니다.( 한국에는 늦게 소개되고 , 보수측에 의하여 맹 비난을 받기도 햇지요) 그야말로 "세계의 신학"을 주도한 분들로 기독교 신학과 신앙을 이끌어왔 던 분들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분들의 신학이 "현대신학"이란 이름으로 불리워 지는군요....기독교의 신학 발전이 늦은것인지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이런분들은 이제는 고전(?) 에 속하지 안나요? ...하긴 성경 자체가 2000년전 책이니 그에 비하면 현대적인것 같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 하셨습니다
많은 공부들 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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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임마누엘

2008.10.23 23:47:30

목사님 요즘 이 책의 앞부분을 읽고 있는데
요즘 저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답답하게 하던 문제들에
많은 답을 주고 있네요...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네요..
앞으로도 좋은 책 추천많이 부탁드려요~

[레벨:0]주은혜

2008.11.01 11:29:57

요즘 장신대에서 이 책에 대해 열풍(?)이 불고 있네요. 내용도 깊이가 있고, 무엇보다 현대신학자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신학적 관점이 살아있습니다. 기존의 편집이나 요약 중심의 현대신학 책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장신대에서 그룹으로 필독하는 사람들 꽤 있습니다.
선배들로 부터 김동건교수님의 강의가 그렇게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려합니다. (아예 이리루 모셔오던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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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비가오는날

2008.11.12 18:00:19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습니다.
먼저 쪽수에(책 두께) 압도당했지만
한장한장 읽어 내려 갈때마다
나는 속으로 기뻐했습니다.
어려운 신학 서적을 평신도가 읽어도 거부감 없이 쓰시다니,
대단하신 목사님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103쪽 진도 나가고 있구요.
가격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훌륭한 책을 소개 해 주신 정목사님 감사드립니다.

[레벨:1]왕초

2008.12.17 21:58:14

목사님 자주들르것습니다...
책 읽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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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태훈

2008.12.29 16:42:09

강추합니다. ^^
지난 학기 김동건 교수님의 열정적인 현대신학 수업을 듣는 가운데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물론 그 전에 원고는 완성되었지만 출판이 학기 중에 되었습니다.
수업하는 학생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책이었지요.
수업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좋은 책입니다. 신학생은 물론 신학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문체로 쉽게 풀이해서 쓰신 책입니다.
물론 책이란 평면적이어서 입체적인 수업과는 비교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학기였습니다.
이 느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매 수업 시간이 긴장과 흥미로 가득했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 시간은 장장 7시간 가까이 한 수업이었습니다.
칼 바르트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수업이었는데,
하루에 저녁 식사를 교수님이 제공한 김밥으로 때워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교수님은 열정적인 수업을 하시고 나서 며칠을 앓으셨지요. 그 덕분에 20세기의 교부라고
할 수 있는 바르트에 대해서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쉬엄 쉬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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