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녀 마리아

조회 수 4606 추천 수 0 2008.08.26 22:43:13
동정녀 마리아
-설교 뒤담화-

오늘 설교의 본문은 요셉을 중심인물을 배경으로 하는 동정녀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일한 이야기를 담은 누가복음에는 요셉이 아니라 마리아가 중심인물로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주의 천사인 가브리엘이 찾아간 인물은 마태복음이 전하는 요셉인가, 아니면 누가복음이 전하는 마리아인가?
오늘 설교에서도 한번 짚었지만 마가복음과 요한복음, 그리고 신약의 대다수 서신들이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에 대해서 침묵하는 이유도 궁금하기는 매 한가지이다. 성서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의 차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도 제기할 수도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기자는 이 동정녀 사건을 누구에게서 전해들은 것일까? 이 이야기를 성서기자들이 창작했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성령이 직접 전해주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서기자들은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나 또는 이미 초기 기독교 공동체 안에 전승된 이야기를 자기의 독특한 신학적 입장에 따라서 편집했다. 동정녀 탄생 이야기는 마태와 누가가 각각 복음서에 기록하기 전에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잘 알려져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로마교회의 세례 문답이라 할 수 있는 시도신경에 이 동정녀 이야기가 포함된 것만 보아도 초기 기독교의 그런 형편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초기 기독교가 왜 그런 이야기를 신앙의 내용으로 담게 되었는가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이렇게 질문하고 싶은 분이 있을 것이다.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믿으면 충분하지 그것이 형성된 이유에 관한 질문은 필요 없다고 말이다. 그런 단순하고 소박한 믿음에 만족하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성서 텍스트의 깊이로 들어가고 싶기에 그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역사적 문서는 그 안에 어떤 속사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성서도 역시 이런 차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초기 기독교가 동정녀 탄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신학적 문제와 연루되어 있다. 그걸 여기서 자세하게 언급할 수 없으니 그냥 방향만 짚다.
하나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헬라 지역의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동정녀 탄생이 최선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예수의 인간성을 부정한 가현설이 초기 기독교에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교부들은 그 이단을 막아내기 위해서 예수님이 마리아라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논의에 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이나 E. 쉬바이처의 <마태오복음> 주석서를 읽어보시라.
필자는 초기 교회가 가현설을 척결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 예수님이 우리와 동일한 몸을 이 세상에 오셨고, 그런 몸으로 세상을 사셨다는 사실을 기독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간과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종말까지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은 단지 신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우리와 동일한 인간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메시아이시다. 그 예수는 바로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여기서 우리는 마리아의 몸이 메시아 탄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마리아는 열 달 동안 예수님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해산의 고통을 겪으면서 예수님을 낳았다. 이게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오늘 우리가 구원의 현실을 어떻게 내다보아야 하는지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리아의 몸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여자의 몸은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마리아의 몸이 없었으면 예수의 탄생이 불가능했듯이 지금도 여자의 몸이 없으면 하나님의 구원은 불가능하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여자의 몸은 거룩하다. 여자의 몸을 상품으로 다룬다는 것은 하나님의 구원에 역행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물론 남자의 몸도 역시 중요하다. 모든 몸은 하나님의 구원사역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 더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거룩하다. 왜냐하면 구원받아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거룩하게 되는 날이 바로 온전한 구원이 실행되는 재림의 때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결국 동정녀 탄생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하고 걱정할 분들이 있을지 몰라 노파심으로라도 한 마디 더 해야겠다. 이거냐, 저거냐 하는 식으로 성서를 읽는 사람은 성서의 깊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성서에 진술되고 있는 다른 기적 사건들을 사실이냐, 아니냐 하고 접근하는 것도 역시 바른 성서읽기가 아니다. 고대인들이 나름으로 경험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그들의 세계관 안에서 진술한 것이 성서라고 한다면 우리는 고대인들의 세계관에 매달릴 게 아니라 그들의 하나님 경험에 천착해야만 한다. 마태복음 공동체는 동정녀 탄생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거하려고 했다는 말이다. 오늘 우리는 그 사실을 잘 헤아려 깨닫고, 그걸 믿으면서 오늘의 삶에서 새롭게 해석해나가야 한다.
자, 성탄절이 다가온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이 세상에 오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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