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지

조회 수 4252 추천 수 0 2008.08.26 22:45:54
리터지
(liturgy)

내가 신학대학교에 다닌 1970년대 초에 이미 개신교회도 로마 가톨릭 못지않은 리터지(예배의식)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상당히 진지하게 논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개신교회 예배는 리터지가 전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설교 중심의 예배가 개신교 안에 지나치게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로마 가톨릭의 신앙에 관한 것이지 그들의 리터지에 관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우리는 지금 가톨릭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설교가 예배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물론 개신교의 특성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리터지 자체가 거의 무의미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개신교 예배의 위기이다.
둘째, 개신교 지도자들이 하나님에 대한 경배인 예배를 지나치게 ‘실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이유이다. 하나님을 당장 확인하려는 의욕이 넘치는 사람은 예배의 리터지를 심심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리터지는 하나님을 ‘실증적으로’(positive)가 아니라 소극적으로(negative)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즉 리터지는 고도의 상징을 통해서 하나님을 가리키고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가리킨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세계에 체화된 사건이다. 빵과 포도주 속에는 초월과 내재의 신비로운 결합이 상징으로 들어 있다. 우리가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서 하나님과 하나가 된다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절대적인 하나님이 물질에 내재할 수 있을까? 이런 예전의 중심으로 들어갈면 상당한 신학적 인식과 신앙적 체험이 있어야만 한다. 이 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충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성만찬을 통해서 이제 이 세상의 물질을 단지 우리가 이용할 대상으로만 다루는 게 아니라 그것의 영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즉 사물이 거룩한 차원으로 돌입하는 사건이다.
한국교회의 리터지를 파괴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향은일종의 <열린예배>라고 불리는 예배형식이다. 온누리교회의 브랜드처럼 알려진 이 열린예배는 철저하게 리터지를 파괴한다. 사람들의 찬송, 기도, 간증, 설교가 있기는 하지만 리터지의 본질이 훼손되어 있다. 열린예배 형식이 리터지를 파괴한다는 이 주장의 의미와 그것이 왜 위험한가에 대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리터지는 우리의 인식으로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하나님의 신비를 항상 열어두는 반면 열린예배는 그런 영역이 철저하게 부정되고 있다. 모든 예배가 인간의 열정가 감격과 결단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지 그런 모든 것을 뛰어넘어 바람처럼 자유롭게 생명의 세계를 열어가는 영의 신비는 아무 데서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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