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성공학

조회 수 3336 추천 수 2 2008.08.28 18:51:02
목회 성공학

간혹 후배들이나 신학교 제자들에게 우스개 비슷한 소리로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목회 성공 비결을 가르쳐 줄 테니까 잘 들어봐라. 비결은 다른 게 없다. 군대와 마찬가지로 줄을 잘 서야 한다. 신학생, 전도사, 부목사로 있을 때 대형 교회, 아니면 최소한 중형교회에 가야 한다. 특히 정치력이 있는 담임 목사가 있는 교회라면 금상첨화다. 모든 걸 갖춘 교회에서 파트로 있든지 아니면 전임으로 있든지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라.
전도사나 부목의 경우는 대개 교육 부서를 담당하는데, 그런 부서는 신앙보다는 일종의 인간관리만 잘하면 별로 큰 힘들이지 않고 효과를 낼 수 있다. 50명 모이는 학생회를 2년 만에 80명으로, 3년 만에 100명으로 성장시키면 담임 목사와 당회원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부근의 다른 교회에도 이름이 난다. 일단 목회 초기에 이런 성과만 낼 수 있다면 그는 이제 앞길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가 맡은 부서를 크게 부흥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치력이 있는 담임 목사가 그 후배를 확실하게 밀어줄 것이다. 큰 교회니까 교회를 개척할 수도 있고, 자리가 비는 교회에 정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기 능력에 맞는 적당한 교회의 담임 목사로 취임한 다음에 일정한 성과를 올리면 조금 더 큰 교회의 청빙을 받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중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까 목회에 성공하려면 일단 줄을 잘 서야 하느니라.  
위에서 허튼 소리 비슷하게 했지만 내가 보기에 한국교회는 거의 이런 구조로 굴러간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걸까? 이런 구조로 굴러간다고 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크게 뭐라 할 말은 없다. 교회도 역시 사람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어떤 세력 형성의 알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건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차원이라기보다 그냥 인간이 살아가는 그런 삶의 현실일 뿐이다.
약간 옆으로 나가는 말이지만, 교회만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 교회도 비슷할 것이다. 신앙이나 실력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추기경이 되나? 정치력이 없는 사람은 결코 추기경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 코가 석자인 마당에 가톨릭교회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건 없다. 비록 신앙과 교회와 목회의 본질 보다는 오히려 교회 정치구조로 돌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것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교회의 위기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다. 그 위기는 교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신앙의 본질보다는 일종의 교회 메커니즘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일반 신자들의 관심도 역시 교회 안에서 자기의 자리를 확보하는데 있다. 장로가 되기 위해서 기울이는 열정은 얼마나 격렬한가? 교회의 살림살이에 자신의 전 인생을 건 장로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이 좋은 쪽으로 진행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게 그렇지 못하니 하는 말이다.
또 다른 위기는 기성 목회자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젊은 목회자들마저 목회를 순전히 기술공학적인 차원으로 생각한다는 데에 있다. 요즘 신학대학교 도서관이나 식당의 게시판에 붙어 있는 온갖 안내문 및 포스터를 보라. 소위 <경배와 찬양> 집회를 보라. 워쉽 댄스 모임을 보라. 심지어 이런 저런 모양의 온갖 <큐티> 모임을 보라. 거의 모든 행사들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 연마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모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말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스를 길은 없어 보인다. 이런 데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을 향해서 리터지 중심의 예배와 신학적 설교와 그런 영성으로 돌아오라고 아무리 외쳐도 우이독경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기를 확장하고 자극시키는 데 빠져든 사람은 자기를 버리는, 온전히 성령만 지배하는 그런 예배와 설교에 마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대안이 있나? 현재 한국교회에 실효성 있는 대안은 없다. 이미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에 빠져버린 한국의 중고등교육을 전인교육으로 바꿀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과 같다. 대학입시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해결이 안 되고, 고등학교 교장이 그런 제도와 싸울 수도 없고, 학생 개개인은 더욱 무력하다. 몇몇 대안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적인 대안은 아니다. 한국사회라는 이 시스템 전체가 시나브로 바뀌는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의 갱신, 목회의 갱신은 한꺼번에 도저히 이룰 수 없다. 지금 뾰족한 수도 없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목회자 모임이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더구나 그들의 그 개혁이라는 건 일종의 개량주의에 불과할 때가 많다. 그런 개량이나마 필요한 거 아니냐,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보기에 따라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아무런 대안도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적당한 성서의 예인지 모르겠지만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는 집 나간 둘째 아들을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았다. 만약 아버지가 그를 찾아 나섰다면 공연히 헛수고만 하든지 아들이 훨씬 멀리 달아났을지 모른다. 아버지는 그냥 집에 기다렸다. 소극적인 것 같지만 기다림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이다. 기다림의 영성이야말로 목회 성공학이 판치는 오늘의 교회 현장에서 영적인 아픔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족> 기다림의 영성을 주장하는 당신은 왜 남의 설교를 공개적으로 비평하는가, 하고 묻지는 마시라. 그들의 설교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욕심을 전혀 없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내 비평이 늘 옳은 것도 아니다. 내 작업은 가능한 재미있게 기다리기 위해서 함께 신학적으로 “놀자”는 제안일 뿐이다. 노는 재미가 없으면 기다림의 영성은 애초 불가능한 게 아닐는지.  

[레벨:0]가을바람

2008.08.29 07:48:26

목사님의 설교비평이 비평을 받는 목사님에게는 너무 가혹할 수도 있어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책 너무 재미있었어요.목사님 말씀대로 그 글을 읽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릴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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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08.29 10:15:25

가을바람 님이
다비아에 가을바람을 몰고 오시는군요.
좋은 하루!

[레벨:16]리옹~

2008.08.29 11:53:28

그런데..사진 누가 찍었나요? 참...잘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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