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1)

조회 수 3764 추천 수 0 2008.09.13 22:07:47
선교(1)

지난 2007년 7월에 샘물교회 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단기선교를 갔다가 피랍된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인해서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한국사회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행위에 대해서 말들이 참으로 많았다. 교회 밖에서 제기된 소리는 비판 일색이었는데, 특히 누리꾼들의 목소리는 인터넷 횡포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골적이고 거칠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만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들이 그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준 것 같다. 아마 그들의 머리에는 ‘기독교’ 하면 번화가나 전철 칸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적힌 띠를 띠고 메가폰으로 예수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서울 시청 광장에서 반북친미 집회를 여는 사람들,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서 영락교회당에서 삭발하는 사람들 쯤으로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또는 타종교를 극히 무시하고 교회 이기주의에 똘똘 뭉친 사람들로 인식되었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질을 구출하는데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죽음의 수렁에 돌아온 이들을 향한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은 대한민국의 정신 수준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이들의 행위가 극히 일부일지 모르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극단주의자들이 있긴 하겠지만 이번 사태에 드러난 누리꾼들의 행태는 단순히 감정적 배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그렇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도 시원치 않는 판에 트집잡힐만한 일을 저질렀으니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은 별로 없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교회 안에서의 목소리는 다양해보인다. 거칠게 구분하면 네 가지 목소리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안티 기독교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고, 둘째는 교회를 위하는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 셋째는 선교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방법론에 한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은 기독교의 역사에 순교의 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각자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모두 여기에 담아낼 수는 없다. 서로의 의견이 분분할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이다.
신앙생활에서의 원칙은 신학에서 주어진다.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한국교회가 신학무용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열정과 교리는 있는데 신학이 없다. 단순한 교리와 신앙적 열정을 겸해서 갖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 교회 안에서 진리처럼 행세하고 있다. 신학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신앙생활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 하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그런 방식으로 교회를 키웠고 미국 다음으로 해외선교사를 많이 보내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선교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삶이 무엇인지 전혀 성찰하지 않은 채무조건 돈 버는 일에만 삶을 투자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운이 따랐거나 또는 성실성의 대가로 졸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한다. 이미 그런 방식으로 나름으로 업적을 성취했기 때문에 다른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열정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해서 별로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또는 실제로 복음전파에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걸어왔던 그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다. 평소에 자기성찰이 없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될 수 없듯이 한국교회는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소리도 그들에게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에게 할 일이 별로 많지는 않다. 모두가 각자가 걸어왔던 길을 걸어가면 된다. 한국교회 안에서 아주 다양한 발걸음들이 있었다. 돈 버는 것만이 삶의 모든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게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한국교회 안에 최소한 자기성찰을 할 줄 아는 이들이 있다. 구약성서의 ‘남은 자’ 사상처럼 한국교회에 남은 자들에 의해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열리지 않겠는가. 필자는 이들과 함께 “선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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